[돈테크무비] 아마존고, 일자리 실종의 상징? vs 유통혁명?

2016년 12월 25일 10:00

지난 3월 본 칼럼 연재를 시작하면서 알파고 충격의 주인공인 구글의 M&A를, 여름이 시작되던 7월엔 닌텐도가 선보인 포켓몬고의 전세계적인 열풍을 소재로 다루었다. 그런데 최근에 아마존고(Amazon Go)가 큰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는 깜작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형식적인 면에서나 내용적인면에서나 올 해의 마지막 소재로는 완벽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선보인 새로운 소매 유통 사업인 아마존고 - 아마존고 제공
아마존이 선보인 새로운 소매 유통 사업인 아마존고 - 아마존고 제공

재미있는 것은 최근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숨어 다니는 한 사람을 찾기 위한 네티즌들의 노력을 ‘우병X고’라고 부르기도 한다니, 그야말로 2016년은 ‘고’ 열풍의 한 해라고 규정할 수 있을 듯 하다. 구글이 2016년 전세계 검색어 순위 1위가 포켓몬고이며 한국 검색어 순위 8위는 알파고와 대결한 이세돌이라고 발표한 것은 ‘고’ 열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전세계 구글 검색어 순위(왼쪽), 2016년 한국 구글 검색어 순위(오른쪽).
2016년 전세계 구글 검색어 순위(왼쪽), 2016년 한국 구글 검색어 순위(오른쪽).

그런 2016년 ‘고’ 열풍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아마존고는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아마존이 선보인 오프라인 소매 유통 분야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편의점 혹은 작은 슈퍼마켓과 유사한 형태의 매장에 고객들이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스캔하고 들어가서 물건들을 아무데나 담아서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이른바 ‘줄 설 필요도, 계산할 필요도 없는’ 새로운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그 핵심.


현재 시애틀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내년 초에 정식 매장들을 열기 시작해 적어도 전 미국에 2000여개의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알려졌다. 그간 아마존이 쌓아온 온라인에서의 소매 유통업의 경험을 기반으로 컴퓨터 비전, 인공 지능과 센싱 기술을 혼합해 만들어낸 이른바 ‘Just Walk Out’ 기술이 기반이 된다고 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GAP 상점의 모습 - 드림웍스 제공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GAP 상점의 모습 - 드림웍스 제공

이런 아마존고의 등장에 대한 반응 중에 주목할 것은 두 가지. 첫째는 왜 기존 소매 유통업계에서 이런 과감한 시도가 나오지 못 했는가라는 업계와 학계의 의구심이고, 둘째는 이를 통해 판매사원이나 정산원 등 소매업의 일자리가 대폭 감축되는 것 아닌가 하는 미디어와 대중의 우려다. 아마존고가 발표되고 난 뒤 약 2주 동안 수많은 관련 분석 기사가 나왔지만, 대부분 이 두 가지와 연관된 것들이었다.


이 중 첫 번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무려 10년 전에 IBM이 아마존고와 유사한 형태의 매장이 향후에 나타날 것이라는 TV광고( “The Future Market”)를 방영하기도 했을 정도로, 사실 아마존고가 선보인 소매업 형태를 위한 관련 기술은 이미 다 개발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마트, CVS, 세븐 일레븐 등 미국의 주류 소매 유통 업체들이 기존의 사업 모델을 버리고 위험을 무릅쓰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사업 모델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사한 상황은 요즘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주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멈칫하고 있는 사이에,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BYD처럼 베터리부터 완성차까지를 직접 생산하고 완성차를 유통할 채널도 직접 운영하는 이른바 집적화된(Integrated) 사업 구조를 구축한 신규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말 아마존이 선보인 오프라인 서점 Amazon Books의 모습 - 아마존북스 제공
2015년 말 아마존이 선보인 오프라인 서점 Amazon Books의 모습 - 아마존북스 제공

수 천 개의 기존 매장을 과거의 방식으로 운영 중인 소매 업체 입장에서 사실상 무인 매장 형태로의 변신은 쉽지 않은 반면, 기술적 기반과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소매 유통 사업자는 이러한 과감한 신규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마존은 아마존고를 공식 발표하기 1년전부터 이미 아마존 북스라는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며 관련 노하우를 쌓아오기도 했다.  


한편 두 번째 이슈인 일자리 감소와 관련된 우려는, 다양한 관계자들 간의 논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아주 뜨거운 감자가 된 상황이다. “아마존고는 소매 유통업계의 자율주행 자동차다”라는 말은 그 감자가 얼마나 뜨거운지 잘 드러내 준다. 엄청난 일자리의 원천인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 분명한 자율주행 자동차만큼이나, 아마존고의 무인매장 사업 모델은 엄청난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인 것.


미국 노동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 유통업의 판매사원과 계산원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일하고 있는 직업이다. 그런데 이 직업의 종사자들이 대부분 최저 시급을 받는 비숙련 노동력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앞다투어 무인 주문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중소도시들에서 심각한 실업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고려하고 나면 아마존고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용 의향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을 보여준 설문 조사결과 - morning consult 제공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고려하고 나면 아마존고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용 의향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을 보여준 설문 조사결과 - morning consult 제공

그 때문인지 컨설팅 업체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가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시민들에게 아마존고를 이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응답자의 53% 가량이 편리함 때문에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산원 직업이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 후에는 이용 의향이 33%로 확 떨어졌다. 실재로 아마존마저도 미디어와 대중의 우려가 커지자, 아마존고 매장을 20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을 뺀 상태이기도 하다.

 

영화 인 타임에서 결제를 신체에 내장된 시간 정보로 하는 모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영화 인 타임에서 결제를 신체에 내장된 시간 정보로 하는 모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말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2년작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GAP 매장에 들어서는 톰 크루즈를 홍채를 자동 인식하여 반겨주는 장면이나, 앤드류 니콜 감독의 2011년작 ‘인 타임’에서 팔목에 내장된 자신의 잔여 시간(영화 속에서는 화폐의 역할을 함)을 스캔함으로써 호텔이나 음식점 등에서 지불을 완료할 수 있는 장면처럼, 고객의 쇼핑 경험을 개인화하고 간편하게 만드는 것은 소매 유통업의 오래된 숙원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낙관론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잃고 도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트 정부가 일자리의 대규모 감축을 가져올 수 있는 무인화 시도를 규제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단순한 규제를 넘어선 대안의 창출에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 참고
☞ 아마존고
☞ Morning Consult의 아마존고 관련 설문 조사 결과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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