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지진, 생각보다 얕은 해저 지각에서 발생한다

2016.12.20 16:00

지성을 가진 인간은 지구를 이용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지구에서 발생하는 각종 자연 재해는 여피하기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중에서도 지진은 가장 두려운 재해일 겁니다. 예측하기도 힘든데 일단 발생하면 빠른 속도로 전파돼 피할 시간도 거의 없으니까요. 이 지진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단층 때문’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뿐입니다.

 

지진이 일어나는 원인만 부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지진이 일어나는 위치 조차도 ‘이쯤 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과학자들은 앞다투어 이런 부정확한 사실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최근 발표된 논문 역시 지진의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시도가 담겨있습니다.

 

● 판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지진

 

지진이 일어나는 원리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 내부 운동에 의해 지구 표면이 몇개의 거대한 조각으로 나눠서 움직이는데(판), 이들이 움직이는 경계면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런 경계면들이 이어진 환태평양 지역을 흔히 ‘불의 고리’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의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을 표시해보면 태평양을 둘러싼 형태를 보인다. 이 형태를 ‘불의 고리’라고 한다. 판의 경계면과 대부분 일치하며 동시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 Gringer(W) 제공
전 세계의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을 표시해보면 태평양을 둘러싼 형태를 보인다. 이 형태를 ‘불의 고리’라고 한다. 판의 경계면과 대부분 일치하며 동시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 Gringer(W) 제공

독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은 아주 거대하고 단단합니다. 하지만 그 아래 더 깊은 곳에서는 높은 열과 압력을 받은 지구 물질이 천천히 흐르는 유동적인 상태가 되지요. 마치 화산이 분출할 때 나오는 용암처럼요. 지구 내부에서 데워진 물질은 대류 현상에 의해 지표 쪽으로 올라오고, 지표 가까운데서 식은 물질은 지구 내부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우리가 서있는 단단한 지면은 바로 그런 물질들 위에 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이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단단해 보이는 땅도 갈라 놓습니다. 물결따라 나룻배가 움직이듯, 땅도 그렇게 움직이는 거지요. 물 위에 꽉 들어찬 배가 물결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면 어떻게 될까요? 네, 서로 부딪치고, 부숴지고, 때로는 배 아래로 다른 배가 들어갈 수도 있을 겁니다. 배와 배 사이가 벌어져서 물이 치솟을 수도 있을 거고요.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들 사이에서 서로 벌어지고, 부딪히지요.

 

두 판이 맞부딪히면 둘 중 밀도가 높은 쪽이 아래로 파고들기 마련입니다. 이 곳을 ‘섭입대’라고 합니다. 섭입대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발생합니다. 지표면부터 맨틀 상부까지 깊숙이 들어가는 동안 판을 이루던 지층이 사방에서 받는 힘에 의해 휘기도 하고, 휘다 못해 깨지기도하고, 더 깊숙이 들어가면 지구 내부의 열과 압력에 의해 녹아버립니다.

 

특히 지층이 휘거나 깨질 때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 지역을 항상 지진 주의 구역으로 주시하고 있지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초대형 지진의 대부분은 바로 이런 판의 충돌부에서 발생합니다. 보통 지층이 깨질 (단층) 때의 충격이 지진으로 전달되지요.  

 

지진으로 성벽과 기와가 무너진 구마모토성. 일본 구마모토시는 올해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해 문화재 등에 피해를 입어 현재 출입을 금한 채 보수 중이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지진으로 성벽과 기와가 무너진 구마모토성. 일본 구마모토시는 올해 발생한 규모 7.4의 지진으로 문화재 등에 피해를 입어 현재 성 출입을 금한 채 보수 중이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 지진 발생하는 ‘진원지’ 찾기 숨바꼭질, 조금은 쉬워질까

 

하지만 이런 대략적인 원리가 알려져 있을 뿐, 땅속에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진파의 전파 속도와 방향을 역으로 추적해 진원지를 찾아내고 그 지역의 지질 구조를 파악해 이쯤에서 단층 때문에 문제가 생겼으려니… 추정할 뿐입니다. 지상에서는 정밀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힐 수도 있지만 초대형 지진이 일어나는 섭입대는 보통 수천m 해수면 아래 자리잡고 있습니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구조를 파악할 수 밖에 없지요.

 

과학자들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있습니다. 영국 카디프대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공동연구팀의 연구도 그런 고민에서 시작됐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지진이 일어나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까 말이지요.

 

연구팀은 뉴질랜드에서 찾은 단층과 단층 주변의 암석에 들어있는 광물에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이 단층은 판이 섭입대에서 섭입할 때 지하 15~20㎞ 깊이에서 만들어졌으며, 당시 초대형 지진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단층이 만들어진 곳보다 더 깊숙한 곳, 그러니까 지하 15~20km보다 열과 압력이 더 높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광물이 발견됐습니다. 즉 지층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광물 조성으로만으로 단층의 위치를 판단했다면 당시 지진이 지하 15~20㎞가 아니라 더 깊숙한 곳에서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을 겁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당시 섭입하던 판의 지형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보통 대륙판과 해양판이 만나면 밀도가 높은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섭입합니다. 이 때 해양판의 표면은 결코 얼음처럼 평평하지 않습니다. 절벽도 있고, 언덕도 있고 산맥도 있지요. 평지가 섭입대를 따라 섭입하다가 갑자기 산맥을 만나면 평지를 달리던 자동차가 방지턱을 만난 것처럼 ‘턱’ 걸리며 충격이 생깁니다. 그리고 억지로 계속 지구 아래쪽으로 밀어넣어지겠지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습곡과 단층이 생기고, 자연히 지진도 많이 발생합니다. 섭입대의 초입에서 단층이 많이 생기면 그만큼 지표면과 가깝기 때문에 지상에 큰 지진이 전해지기 쉽습니다.

 

이 연구를 이끈 영국 카디프대 아케 파게렝 박사는 “산이나 언덕 등 불규칙한 지형으로 돼 있는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섭입할 때 고작 수십m 깊이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며 “우리가 직접 볼 수 없어 추정만 하고 있는 지하의 단층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연구를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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