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개화시기 결정하는 진짜 메커니즘 찾았다

2016.12.19 16:00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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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동물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한 자리에서만 살아간다. 그럼에도 식물은 생존을 위해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지리, 기후 조건에 따라 같은 식물이라도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달라진다. 봄을 알리는 꽃인 개나리가 강원도에서는 제주도보다 보름 가량 늦게 피는 식이다. 식물은 어떻게 스스로 대책을 세울까.

 

● 식물 개화 시기 결정 메커니즘 찾았다 

 

곽준명 그룹리더(왼쪽)와 김윤주 연구위원. - IBS 제공
곽준명 그룹리더(왼쪽)와 김윤주 연구위원. - IBS 제공

국내연구진이 이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해답을 내놨다. 하나의 단백질이 단독으로 조절하는게 아니라, 성장과 개화에 영향을 주는 여러 단백질의 복합적 상호작용으로 개화 시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곽준명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그룹리더 팀은 미국 리버사이드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와 공동으로 꽃 기관 형성을 조절하는 ‘PWR단백질’과 탈아세틸화 효소인 ‘HDA9’가 복합체를 이뤄 식물의 성장 및 개화시기를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5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 이 연구가 뜻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뉴클레오솜은 히스톤 단백질(하늘색 원) 8개가 DNA(보라색 선)에 감긴 형태다. - IBS 제공
뉴클레오솜은 히스톤 단백질(하늘색 원) 8개가 DNA(보라색 선)에 감긴 형태다. - IBS 제공

식물의 염색체를 이루는 뉴클레오솜은 히스톤 단백질 8개가 DNA에 감긴 형태다. 효소에 의해 아세틸화가 일어나면 히스톤과 DNA의 연결이 느슨해지고, DNA의 정보가 RNA로 전환되는 전사가 일어나며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반면 탈아세틸화가 일어나면 DNA와 히스톤의 결합이 다시 강해지면서 DNA 전사가 불가능해져 유전자가 활성화되지 못한다. 이 두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잎이 작게 자라거나 꽃이 빨리 피는 등 식물의 성장과 발달에 이상이 생긴다.

 

아세틸화와 탈아세틸화는 식물의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하지만, 어떤 요인에 의해 두 과정이 조절되는지 구체적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꽃 기관 형성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PWR단백질’을 아세틸화 조절 요인으로 지목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PWR단백질이 결여된 애기장대(아래사진 가운데)와 HDA9단백질이 결여된 애기장대(아래사진 오른쪽)는 그 형태가 유사하다. 실제로 통제군(아래사진 왼쪽)에 비해 성장 속도도 빠르다. - IBS 제공
PWR단백질이 결여된 애기장대(아래사진 가운데)와 HDA9단백질이 결여된 애기장대(아래사진 오른쪽)는 그 형태가 유사하다. 실제로 통제군(아래사진 왼쪽)에 비해 성장 속도도 빠르다. - IBS 제공

일단 PWR단백질과 탈아세틸화 효소인 ‘HDA9단백질’을 각각 결여시킨 두 개의 애기장대 돌연변이를 만들었다. 애기장대는 생장 주기가 4~6주로 짧아 식물 실험에 많이 활용된다. 실험 결과 두 돌연변이 모두 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화가 증가하며 개화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했다. 정상 식물보다 개화가 빨랐고, 열매 끝이 뭉툭한 모양으로 자라나는 등 발육 형태도 유사했다.

 

추가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두 단백질이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체를 이뤄 함께 행동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담배 잎에 PWR, HDA9 단백질을 모두 발현시킨 후 항체를 이용해 둘 중 하나만 검출해 보려 했으나 두 단백질이 모두 검출됐다. 독립된 형태가 아니라 복합체의 형태로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연구의 1저자인 김윤주 IBS 연구위원은 “PWR과 HDA9 단백질의 독립적인 기능에 대해선 알려져 있었지만, 복합체를 이뤄 실제 식물 성장에 관여한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식물의 발달과 노화를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의 이해를 도울 단초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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