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3)계산화학의 선구자, 월터 콘

2016.12.15 18:00

지난 네 해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다. 어느새 2016년도 달력도 마지막 달만 남았다. 올 한 해 동안에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다.

 

올해 ‘네이처’에는 19건, ‘사이언스’에는 7건의 부고가 실렸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6명이다. 결국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0명이 된다. 이들의 삶과 업적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

 

월터 콘 (1923. 3. 9 ~ 2016. 4.19) 계산화학 시대를 연 이론물리학자

 

월터 콘. - 위키피디아 제공
월터 콘. - 위키피디아 제공

비커와 플라스크, 유리관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실험실에서 시약이 묻어 얼룩덜룩한 실험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화학자의 이미지다. 그러나 오늘날 화학자 가운데 상당수는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시뮬레이션 결과를 기다리는 게 일이다. 1960년대 ‘밀도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을 만들어 계산화학이라고 불리는 분야를 개척한 월터 콘(Walter Kohn)이 93세에 타계했다.

 

1923년 오스트리아 빈의 유태계 집안에서 태어난 콘은 1939년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과 병합되자 먼저 영국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부모는 결국 탈출하지 못해 훗날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했다. 나치를 피해 탈출했음에도 독일 여권을 지녔기 때문에 캐나다의 포로수용소로 보내진 쿤은 자유의 몸이 된 뒤에도 유럽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토론토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콘은 하버드대에서 핵물리학 연구로 194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지도교수는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이론 연구로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되는 줄리언 슈윙거다. 카네기공대를 거쳐 1960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자리를 잡은 콘은 응집물질을 대상으로 이론물리학 연구를 진행했다. 응집물질이란 액체나 고체처럼 원자들이 서로 가까이 존재하는 물질이다.

 

양자물리학자들은 단일 원자나 원자 두세 개로 이뤄진 간단한 분자의 전자 에너지를 구하는 방법을 개발했지만 응집물질의 전자는 수많은 원자와 다른 전자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적용할 수 없다. 콘은 응집물질의 전자의 에너지 분포를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드는 연구를 했고 1964년 안식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머무르는 동안 그곳의 박사후연구원인 피에르 호엔버그와 함께 밀도함수이론의 기초가 되는 ‘호헨버그-콘 밀도 정리’를 만들었다. 이들은 개별 전자가 아니라 응집물질 표면의 전자 밀도 분포를 구해 물질의 특성을 밝힐 수 있음을 보였다.

 

이듬해 미국으로 돌아온 콘은 박사후연구원 루 샴과 함께 밀도함수이론으로 응집물질의 특성을 계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콘-샴 정리’를 발표했다. 콘의 박사과정학생인 필립 통은 밀도함수이론을 써서 나트륨 격자 안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를 계산하는데 성공했고 그 뒤 화학자들이 이론연구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컴퓨터의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계산화학 분야가 꽃을 피웠다. 월터 콘은 이 업적으로 199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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