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잡는 중국 한한령(限韩令), 그 속내에는...

2016.12.09 15:00

 

바이두 제공
바이두 제공

사드 배치 결정,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 등 한국 정부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보였고, 중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이에 상응하는 정치외교적 대응을 하는 것을 떠나 무역, 여행, 문화산업 등 중국과 연계되어 있는 한국 산업 전반에 대해 한국 기업 옥죄기에 나섰다. 

 

이를 통칭하여 한한령(限韩令 ; 직역하자면 ‘한국을 제한하는 명령’)이라 부르고 있는데, 당초 한한령은 실체가 없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입장들도 있었으나, 현재 한한령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 이제는 누구도 그 실체를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한령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된 지 이제 반년 정도가 되는데,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특히 소위 말하는 ‘한류 현상’ 의 대상이 되는 영화, 드라마, 예능, 광고 영역 등에 있어서 한한령에 의한 제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드라마 부분을 보면, 유인나는 <상애천사천년 2 in 상하이>에서 하차하였고, 비(정지훈), 박민영, 장혁, 오세훈(EXO) 등이 주연을 맡은 중국 드라마는 줄줄이 방영되지 못하고 기다리고만 있는 실정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싸이, 승리 등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후편집으로 한국 관련 내용을 모자이크 처리한 뒤에야 겨우 방영이 되었고, <아빠 어디가4>에 출연 예정이었던 황치열은 몇 회분 분량을 녹화해 두었지만, 하차한 상황이다. 무대 공연의 경우 9월 이후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 허가는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고, 광고의 경우 유력한 한류 배우인 송중기, 김수현, 송혜교, 안재현 등이 얼굴을 비췄던 중국 내 광고들이 줄줄이 모델 교체를 선언했다.

 

 

비보 홈페이지  제공
비보 홈페이지  제공

 

비보 광고모델이었던 송중기도 모델로 등장한지 6개월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펑위옌으로 교체되었다. - 비보 홈페이지  제공
비보 광고모델이었던 송중기도 모델로 등장한지 6개월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펑위옌으로 교체되었다. - 비보 홈페이지  제공

이외에도 한중 공동제작의 컨셉을 띄고 있는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좌초되거나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기되는 등 중국은 각종 매체에서 한국 및 한국 연예인과 관련된 내용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한령 흐름의 중심에 중국 정부 당국의 지시와 압력이 있었을 거라고 예측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중국의 광전총국이 중국 방송계와 문화계에 한한령에 관한 구두지시를 하였다는 말이 회자되었고, 문건으로 대외적으로 공시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이미 중국 당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그 입장에 따르지 않을 경우 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상황이 도래할 지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 문서로 된 한한령이라는 형식은 중국적인 맥락에서는 굳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는 중국 특유의 현상, 즉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맥락과 맞닿아 있고, 당국(광전총국) 실권자의 정책 방향과 구두발언이 사실상의 법률보다 중요한 측면과도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단순히 현재 봉착한 사드로 인한 한한령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에 있지 않다. 중국의 정치경제 구조상 한한령 또는 금한령은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단기간에 이와 같은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가 변할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는데, 어찌되었거나 중국기업과 거래 행위를 하거나 중국 시장에 일정 부분을 발을 담근 기업 측면에서는 이러한 중국발 리스크가 향후에도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하고 경영 전략을 짜야 하고, 한국 정부도 외교적 해법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한류 2.0이니 3.0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지만, 실상 해외 사업이라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양 국가간 외교적 리스크나 환율 리스크, 해외 국가 자국의 내부적인 문제 등 여러 리스크에 봉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내수 시장을 우선적으로 탄탄하게 하고, 해외 시장의 경우에도 중국 시장 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업종에 따라서 동남아 시장, 중앙아시아 시장 등 개척 가능성이 있는 시장을 두드려야 할 것이다. 


특히 그 동안 중국에 있어서의 한류 흐름을 보면 너무 일방향적인 한국 연예인의 중국 진출로 도배가 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십분 고려해야 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최근에 읽어본 중국 문학작품이 있는가? 최근에 본 중국 영화가 있는가? 중국 대중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중국 드라마를 본적 있는가?

 

물론 한국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왜 별로 재미도 없는 중국산 문화상품을 소비해야 하냐고 당연히 물을 수 있겠지만, 입장을 바꾸어 중국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왜 중국에만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상품이 깔려야 하는가에 대해 이제는 중국에서도 진지하게 묻고 있는 형국이라고 생각된다. (한중 양국의 청년이 만나서 친분을 쌓는데 중국 청년은 한류 스타나 한국드라마 이야기 소재가 풍부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청년은 중국 대중문화에 대해 별로 이야기할 것이 없다…)   

 

 

문화란 본래 상호 소통을 전제로 하는데 현재 한중 관계에 있어서의 문화산업 교류는 일방향적인 측면이 크고, 그것도 연예산업 일변도이다. 한국과 중국 대중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아시아적 가치들, 그 교집합의 콘텐츠들을 발굴하고 기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에서의 한류는 오래 가기 어렵다고 본다. 한한령 문제를 여러 각도로 조망해 보아야 하지만, 사실 이와 같은 문화적 불균형의 문제가 근저에 있다는 점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편집자주

‘중국’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인구’ ‘음식’ ‘짝퉁’ 등이 떠오를 겁니다. 중국산 제품을 단순히 복제품, 모방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서비스 모방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지적재산권, 중국 법률 등을 자문하는 최영휘 변호사와 함께 중국 모방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자소개

최영휘 변호사. 법무법인 소명의 변호사로서 2008년부터 근무 중이며, 2012년부터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한국기업 및 중국기업의 법률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북경어언대 중국어연수 및 길림대법과대학원에서 중국법 연수를 이수하였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중국SW인증제도 자문을 비롯 다수 한국의 SW기업, 콘텐츠 기업, 프랜차이즈 기업의 중국진출 협력 사업에 필요한 계약 자문, 중국상표출원 등 지적재산권 자문, M&A 자문을 진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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