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뇽뇽의 色수다] (ep3) 키스의 과학

2016.12.11 11:00

각종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연인들의 로맨틱한 모습을 가장 크게 드러내는 장면 중 하나가 ‘키스’씬이다. 수줍고 풋풋한 입술 맞대기부터 서로의 입술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은 격정적인 키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한편으론 생기는 의문은, 왜 하필 입술을 맞대는 걸까? 왜 사람들은 키스를 하는걸까?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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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의 보편성과 입술의 민감함



일단 키스는 꽤 오래 되었고 인간 사회에서 상당히 보편적인 행위라고 한다(Jankowiak et a., 2015). 지금까지 알려진 문화권 중 약 90%에서 키스 행위가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고대 힌두교 경전이나 고대 이집트 벽화 등에서도 키스에 대한 묘사가 나타난다고 한다.



인간뿐 아니라 침팬지와 보노보들에게서도 비슷한 행위가 나타난다고 한다. 다만 인간에게서 훨씬 자주,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인간의 입술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바깥을 향해 돌출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성적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부위 중 가장 크게 노출된 부위라고 한다. 입술의 감각은 매우 예민하기도 하다. 인간의 뇌에서 면적대비 가장 많은 감각 신호가 처리되는 신체부위 중 하나가 입술이다.

 


키스의 기능은 무엇일까?



다양한 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키스의 기능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잠재적 파트너가 양질의 유전자를 지녔는지 본능적 수준에서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키스를 통해 체액의 맛과 냄새 등을 통해 전반적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침에 섞여있는 호르몬 등을 통해 면역 유전자(MHC)와 관련된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냄새’의 경우도 중요한데,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면역 유전자와 가장 반대되는 유전자 프로필을 가지고 있는 남성의 땀냄새를 좋게 느낀다고 한다(Wedekind et al., 1995). 이와 같이 키스를 통해 본능적으로 느끼는 호불호를 통해서도 상대방과 나의 유전적 적합성을 어느정도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Thornhill & Gangestad, 1999).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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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통해 이 관계를 지속할지 아니면 그만둘지를 판단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또한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스스로의 성적 매력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키스를 중요하게 여기고 첫 키스 후에 상대방에 대한 매력이 확 식었다거나 혹은 상대가 더 좋아졌다고 하는 태도 변화를 더 크게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Wlodarski & Dunbar, 2013). 키스가 별로면 그 사람과는 더 많은 것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호감이 갔던 사람이지만 “키스가 별로여서 그만 만난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남성의 59% 여성의 66% 정도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고 한다(ScienceDaily).



둘째는 성적 흥분도를 높여 성관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보통 성관계 전에 키스가 선행되곤 하는데, 키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흥분상태를 유지 및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성적 매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성관계 전에 하는 키스를 관계 후에 하는 키스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발견이 있었다(Wlodarski & Dunbar, 2013).



마지막으로 셋째는 관계 만족도를 높여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단순한 ‘빈도’로만 놓고 보면 성관계 빈도보다 키스 빈도가 더 사람들의 관계만족도를 잘 예측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상대방이 좋은 키스 상대인지의 여부 역시 관계 만족도를 잘 예측했다. 여성들에게서는 성관계시의 키스 뿐 아니라 ‘평소’ 하는 키스 또한 관계만족도에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Wlodarski & Dunbar, 2013).



정리하면 키스는 ‘입술을 통해서 서로의 매력도를 측정, 사랑의 감정을 증폭시키며 유지시키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의 전투력 아니 매력을 측정하는 스카우터가 내장되어 있는셈이라고 생각해보니 재미있기도 하다. 입술의 소리를 잘 들어보도록 하자.

 


※ 참고문헌
Jankowiak, W. R., Volsche, S. L., & Garcia, J. R. (2015). Is the Romantic–Sexual Kiss a Near Human Universal?. American Anthropologist, 117, 535-539.
Wedekind, C., Seebeck, T., Bettens, F., & Paepke, A. J. (1995). MHC-dependent mate preferences in human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B: Biological Sciences, 260, 245-249.
Thornhill, R., & Gangestad, S. W. (1999). The scent of symmetry: a human sex pheromone that signals fitnes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20, 175-201.
Wlodarski, R., & Dunbar, R. I. (2013). Examining the possible functions of kissing in romantic relationships. Archives of sexual behavior, 42, 1415-1423.
University at Albany. "A Kiss Is Still A Kiss -- Or Is It?." ScienceDaily. ScienceDaily, 31 August 2007. <www.sciencedaily.com/releases/2007/08/070830121629.htm>.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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