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중과 과학의 거리를 좁히려면

2013.07.14 17:59

  “과학기사는 대중에 흔들리지 않고, 권력에게 끌려가지 않아야 합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연맹총회(WCSJ)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베사 니니칸가스 세계과학기자연맹 회장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핀란드의 과학기자로서 노키아가 유발하는 환경 문제를 편하게 취재할 수 있나요? 한국에서는 삼성이라는 기업에 대해 문제 제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문제에 대해 문제될 것 없다는 과학자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옳은 일일까요?”

 

  일상 생활 대부분은 과학과 밀접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은 대중들과 그리 가깝지 않고, 오히려 어렵다는 인식이 더 큰 편이다. 이 때문에 과학기자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쉽게 풀어내,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까다.

 

  그래서인지 대중이나 권력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는 니니칸가스 회장의 ‘교과서적’ 발언에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모든 저널리스트들에게 해당되는 교과서적 발언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없었을 뿐더러,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것을 모르나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총회가 열린 나흘 동안 '과학언론의 비판적 기능'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갖고 참여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된 내용이 대표적이다.

 

  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돌아보면 일본 만큼 우리나라에서 불안감과 논란은 극심했다.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상공에서 관측되자, 인체 유해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을 기억하는가. 당시 주류 원자력학계는 인체에 유해한 반응을 일으키는 방사선 피폭량을 표나 그래프로 만들어 보여주며, 저선량 방사선은 이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무해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물론 대다수 언론도 이런 주장을 ‘전문가 의견’으로 그대로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불안감은 그대로였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기자들도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피폭량이 아주 적을 때 생기는 여러가지 현상에 대한 속 시원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적은 양의 방사선을 지속적으로 쬐었을 때는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공포는 계속되고, 과학은 그져 ‘괜찮다’는 말만 했던 것이다.

 

  이 같은 당시 상황에도 불구하고, 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한 데이비드 로픽 미국 하버드대 강사와 하지메 히키노 일본과학기술기자협회 사무총장은 대중의 두려움을 ‘비이성적인 심리적 두려움’이라 비판하며, “사람들은 안 보이는 것, 잘 모르는 것, 화학적이거나 인공적인 것은 일단 싫어하는 게 심리”라고 일축했다.

 

  물론 이들의 의견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류 원자력계 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한 느낌, 심하게는 ‘대중’을 무시한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런 것이 대중과 과학간 거리감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전자나 노키아 같은 거대 기업이 만드는 환경문제를 속 시원히 파헤치지 못하고, 대중의 불안감을 그저 비이성적이라고만 하고 있으니 과학이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은 아닐까. 그저 ‘흥미롭게, 쉽게’만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과학과 대중의 거리가 더 멀어진 것은 아닐까.

 

  인도, 중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에서 활동 중인 과학기자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 과학기자의 역할로 ‘어려운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풀어주기’만을 강조했다. 한창 산업화가 이뤄지고 있는 나라에서 과학기자의 고민은 결국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 과학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제3세계 국가들이 부러워할 만한 과학기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과학언론은 여전히 권력에 다가서지 못하고 쉽고 재미있는 과학정도로 변죽만 울리고 있다. 과학기자들도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불확실성을 대중의 비이성적 불안감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쉽게 풀어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대중이나 권력에 끌려가지 않는’ 기본을 다시 되새겨야 과학과 대중이 한층 가까운 ‘과학 대중화 선진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
    * 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에는 실명확인 과정을 거쳐야 댓글을 게시하실수 있습니다.
    * 실명 확인 및 실명 등록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 (2020. 4. 2 ~ 2020. 4. 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