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예견된 실패작? 스칼렛 요한슨 주연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2016년 11월 26일 16:30

 

2017년 3월 개봉 예정작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년 3월 개봉 예정작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어떤 작품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오덕’이라는 단어와 함께 <러브 라이브!>처럼 미소녀들이 득실거리는 작품을 꼽을 수 있다. (니코니코니♪) 아니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미야자키 하야오(<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나 호소다 마모루(<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감독의 영화들이 떠오르거나, <원피스>, <나루토> 같은 인기 있는 작품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수십 년간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군림하며 수많은 컨텐츠들을 탄생시킨 일본답게 다양한 성격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


내년 초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을 설명하는데 왜 일본 애니메이션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이 작품은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정확히는 1995년작 <공각기동대> 극장판)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1989년 처음 등장한 원작 만화와 이를 토대로 완성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후 탄생한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작품들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공각기동대>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다. 검증된 컨텐츠는 특히 소재 고갈로 허덕이는 요즘 같은 시대에 끊임없이 회자되고 재생산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처럼 저 멀리 할리우드에서 불고 있는 리메이크 열풍이 이를 증명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웹툰을 원작으로 하거나 일본⋅미국의 드라마를 국내 정서에 맞게 현지화하는 컨텐츠 제작의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1995) - 네이버 영화 제공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1995) - 네이버 영화 제공

문제는 아직까지도 ‘추앙’ 받는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영화들의 경우, 잘 만들어야 본전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국내 흥행에는 선방했지만 전 세계 평단의 거센 질타를 받았던 <벤허>, 박찬욱 감독의 동명 작품을 야심차게 리메이크했지만 정작 국내 관객들은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는 스파이크 리 감독 버전의 실패작 <올드보이> 등 이에 대한 예시는 너무나 많다.

 

더군다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경우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고, 아시아권에서 제작된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벌써부터 출연진들에 대한 ‘화이트워싱(Whitewashing, 할리우드에서 캐릭터의 특성과 상관없이 주요 배역에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행위)’ 논란이 불거져 나오고, 팬들 사이에서는 좋은 원작을 리메이크된 영화가 망치는 것이 아닐지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흥행하든 말든, 공각기동대 원작 분석!


그럼에도 새로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공각기동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얼마 전 예고편이 공개되어 화제가 됐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근간이 된 원작은 어떤 작품이고, 어떤 이유로 아직까지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지, 원작 만화와 극장판 애니메이션 그리고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는 서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분석해본다.

 
1. 원작 소개

 

시로 마사무네 작가의 만화 [공각기동대](1998) - 대원출판사 제공
시로 마사무네 작가의 만화 [공각기동대](1998) - 대원출판사 제공

1) 원작 만화 [공각기동대](1989)


1989년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메카닉 덕후’ 시로 마사무네 작가의 작품으로 연재 당시로부터 40년 뒤인 2029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SF 만화다.

 

새천년이 시작되기 전인 1980~90년대,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는 과학 기술과 당대를 풍미했던 SF 문학, 영화 등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시로 마사무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발전하는 과학에 대해 SF가 언제까지나 세기말적 권태세계만을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미래는 밝다고 본다”고 썼지만 80~90년대 SF 장르의 특성인 디스토피아적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국가적 안보 문제와 테러 사건에 무력으로 대응하는 특수부대 ‘공안 9과’의 활약이 주된 내용으로, 영문 제목인 ‘The Ghost in the Shell’처럼 기계로 만든 몸을 가진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반적인 만화책과는 조금 다르게 분절된 에피소드의 연속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1998년에야 상, 하편으로 나누어 발간됐다.


가상 네트워크, 전자 두뇌, 인공지능(AI), 사이보그 등 SF적 요소를 살려 구체화시킨 세계관과 함께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시대의 고민을 담아낸 철학적인 대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수작으로 꼽힌다.

 

또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탐욕으로 좌지우지되는 정치 현실을 빗댄 작품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와 누가 봐도 메카닉 덕후처럼 느껴지는 작가의 디테일한 설정 때문에 선뜻 입문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보이지만, 중간중간 밝은 분위기와 유머가 살아 있고 지금까지도 작품의 메시지가 유효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살면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발간된 단행본의 분량도 많지 않다)


2)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

 

‘공각기동대’(1995) - 네이버 영화 제공
‘공각기동대’(1995) - 네이버 영화 제공

SF 애니메이션에 일가견이 있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위에서 설명한 만화 [공각기동대]를 기반으로 연출한 작품.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이 영화와 2004년 개봉한 후속작 <이노센스>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애니메이션의 흐름과는 달리,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진지하고 절제된 연출, 철학적이고 심오한 대사로 무게감을 보여주는 영화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디지털 레인’이 쏟아지면서 사이보그가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오프닝 시퀀스와 디지털 프레임을 활용한 장면 전환 방식, 기계 몸을 가진 주인공의 현실을 여러 상징을 통해 표현한 장면 등 영화 속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담겨 있다.


하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원작 만화인 [공각기동대] 속 캐릭터들과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 받았고, 작품 속 중요한 대사들 역시 원작에서 차용한 것이 많기 때문에 온전히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웃음기 없이 심심한 연출과 현학적인 대사로 인해 비교적 짧은 83분의 러닝타임이 누군가에겐 83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원작 만화의 분절된 에피소드를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원작의 설정을 영화적 기법으로 재해석한 면에 있어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2017)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2017)  - IMDB 제공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2017)  - IMDB 제공

그럼 이제 리메이크만 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문제작으로 불리는 할리우드판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을 살펴보자. 최근 <벤허>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파라마운트’사와 <슈렉>, <드래곤 길들이기>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드림웍스가 제작을 맡았다.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에 관심이 많았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참여가 무산되고, 작품보다는 여배우와의 스캔들로 더 유명한 루퍼트 샌더스 감독(<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 연출을 맡았다고 한다. (그래서 팬들의 걱정이…) 내년 3월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영화의 예고편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장면별로 비교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mpH6kDYYI)이 있을 정도로 원작에 충실하고 장면을 거의 똑같이 표현할 정도로 안정적인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업성을 극대화하려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 시스템에 따라 원작의 심오함보다는 오락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고, TV 시리즈를 포함하여 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가 풍부하기 때문에 실사 영화 또한 시리즈로 만들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블랙 위도우’ 캐릭터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으로 발탁되었다. 그녀가 캐스팅된 이유에는 <어벤져스>나 <루시> 등 기존에 출연했던 작품에서 보여준 과감한 액션 연기와 그녀의 티켓 파워가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툼 레이더>에서 여전사로 활약했던 안젤리나 졸리 이후, 여성 캐릭터가 단독 주연으로 나선 액션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사례가 드물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화이트워싱 논란으로 개봉 전부터 말이 많은 것이 함정.

 

 

3. 캐릭터 비교


1) 소령 (원작: 쿠사나기 모토코)

 

좌: ‘공각기동대’ 쿠사나기 모토코 / 우: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소령 - IMDB 제공
좌: ‘공각기동대’ 쿠사나기 모토코 / 우: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소령 - IMDB 제공

앞서 설명한 것처럼, 원작 속 주인공 ‘쿠사나기 모토코’ 역할은 스칼렛 요한슨이 맡았다. 원작에서 다소 중성적이고 과묵하게 표현된 캐릭터로,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이 거의 없다. 대신 기계로 만들어진 몸으로 공안 9과의 특수 활동을 대표하며 특별 제작된 ‘광학미채’(몸을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장비)를 활용해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한다.

 

기계화된 몸으로 인해 스스로의 자아(自我)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캐릭터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도 비슷한 캐릭터 설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사 영화에서 주인공이 아무런 감정 표현도 없다면 영화의 재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약간의 감정 표현을 드러내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설정이 추가될 것 같다. 예고편에서도 미소 짓는 스칼렛 요한슨의 표정이 등장한다. 또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인공답게 화려하면서도 고난도의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2) 바토

 

좌: ‘공각기동대’ 바토 / 우: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바토 - IMDB 제공
좌: ‘공각기동대’ 바토 / 우: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바토 - IMDB 제공

소령(쿠사나기 모토코)의 조력자로 공안 9과에서 호흡을 맞춰 작전을 수행한다. 커다란 체격과 백발이 특징인 인물로, 소령과는 막역한 사이로 등장한다. 원작에서는 특히 소령이 내면의 깊은 고민을 털어놓고, 소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중요한 인물로 그려진다. 동료로서 소령을 끔찍하게 생각하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 일명 ‘츤데레’ 스타일. 이번 기사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벤허> 리메이크 버전에서 본디오 빌라도 역할을 맡았고, <루시>에서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 출연했던 배우 필립 아즈백이 바토 캐릭터를 연기한다.

 


3) 아라마키

 

좌: ‘공각기동대’ 아라마키 부장 / 우: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아라마키 - IMDB 제공
좌: ‘공각기동대’ 아라마키 부장 / 우: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아라마키 - IMDB 제공

공안 9과의 책임자. 상황 판단력과 두뇌 회전이 빠르고, 직원들을 통솔하는 지휘력이 뛰어나다. 또한 정치적 감각이 탁월해 정부 조직 내 치열한 권력 투쟁 속에서 밀리지 않는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는 일본의 감독 겸 배우 기타노 다케시가 아라마키 캐릭터를 연기한다. 희극부터 정극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다소 뜬금없지만 11월 26일부터 서울 아트나인에서 기타노 다케시 기획전이 열리니 그의 영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참고 바란다.

 


4) 인형사

 

‘공각기동대’ 인형사 - IMDB 제공
‘공각기동대’ 인형사 - IMDB 제공

원작 만화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지는 캐릭터. 전자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2029년에 비밀 작전을 위해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해커로 등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지만, 이번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에도 등장하게 될 지 아직은 미지수다.

 


5) 그 외


이외에도 토구사, 이시가와 등 공안 9과의 팀원들이 등장한다. 공안 9과의 신참이자 고도로 기계화된 사회에서도 인간의 몸으로 살아가는 토구사 역할을 맡은 배우는 <다크 나이트>에서 금융 범죄를 저지르는 라우 역할로 등장한 친 한이다. 또한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Dr.Ouelet 캐릭터를 연기해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과 특별한 관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필자소개

김덕구. 덕업일치를 꿈꾸는 영화마니아.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영화와 함께 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을 개탄스러워 하는 흔한 ‘덕후’. 

 


익명 김덕구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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