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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는 해발 몇 m부터 고산병 예방 효과가 있을까?

2016년 11월 23일 18:21

제 취미 중 하나는 드라이브입니다. 산으로 들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요. 날씨가 좋은 봄, 가을이면 창문도 활짝 열고 다닙니다. 특히 좋아하는 곳은 제주도고요. 뚜껑이 열리는 오픈카를 빌려서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곤 합니다. 여기서 문제를 하나 드립니다.

 

Q. 제주도 한라산 서쪽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1100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있는 도로입니다. 한 가족이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이 차에 실려 있는 짐에는 발기부전치료제로 잘 알려진 비아그라가 있습니다. 무슨 용도일까요?

 

① 아빠의 정력이 신통치 않다
② 협심증 환자가 있다.
③ 고산병에 대비하는 상비약으로 준비했다.
④ 기억이 나지 않는다.

 

●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한 비아그라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협심증은 심장 혈관이 수축돼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증상을 말합니다. 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반대 작용, 그러니까 심장혈관이 이완돼야 합니다. 그래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거지요.

 

그런데 이 약의 효능을 확인하게 임상시험을 하는 도중 새로운 효능을 알게 됩니다. 비아그라의 원료인 실데나필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할 때 만드는 물질인 ‘사이클릭 GMP’를 분비하게 한겁니다. 게다가 발기를 저해하는 물질 ‘PDE 5’는 분해했고요. 그야 말로 특정 증상 때문에 고통받는 남성에게는 꿈의 약이 된 셈입니다. 그 이후로 비아그라는 관련 약품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Tim.Reckmann(W) 제공
Tim.Reckmann(W) 제공

1998년 정식 출시 된 이후로 비아그라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어왔습니다. 2013년까지 전세계에 약 19억 정이 판매가 됐지요. 특허가 만료된 2012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복제약품이 여럿 만들어졌습니다. 한미약품의 팔팔정을 비롯해 CJ제일제당의 헤라크라, 제일약품 포르테라, 대웅제약 누리그라, 서울제약 불티스 등입니다. 복제약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팔팔정입니다. 아무래도 원조 비아그라에 비해 가격이 싸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비아그라를 함부로 먹을 수는 없습니다. 비아그라(및 관련 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약을 구입하고 복용할 수 있습니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본래 용도보다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어 정작 협심증 환자가 사용할 경우 혈류량이 갑자기 늘어 주의해야할 필요도 있습니다.

 

● 등산객의 필수품, 비아그라?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소문이 들립니다. 비아그라의 개발 의도가 협심증 치료, 즉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데 있었기에 고산병을 치료하는데 좋다는 겁니다.

 

고산병은 낮은 지대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해발고도 3000m 이상의 고지대로 이동했을 때 나타나는 급성반응입니다. 고도가 올라가면 기압이 낮아지며 동시에 산소 농도도 줄어듭니다. 평소와 똑같이 호흡을 하더라도 더 적은 산소가 흡입돼 혈중 산소 농도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산소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이 일어납니다. 작게는 가벼운 두통이나 숨이 답답한 증상, 소화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고산뇌수종 등이 발생해 말을 하지 못하거나 의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세타졸아마이드’ 성분의 약품을 처방합니다. ‘아세타졸’ ‘다이아막스’ 등의 약으로 몸무게에 비례해 약을 처방합니다. 집 근처 가정의학과에 가면 쉽게 처방받을 수 있으며, 예방약이기 때문에 고산병이 일어날 예정지에 도착하기 1~2일 전부터 먹기 시작하라는 안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약효가 돌 동안 고산병을 막아주기 때문에 여행하는 기간 동안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약이기도 합니다(참고로 비아그라의 약효는 4시간입니다).

 

고산병을 예방하는 약이 있음에도 비아그라가 고산병에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논리는 간단합니다.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빠르게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한다는 거지요.

 

내용은 좀더 구체적입니다. 비아그라 1정이 100mg 인데, 이를 한 번에 먹는 게 아니라 넷으로 나눠 1/4만 복용한다는 겁니다. 왜냐면 발기부전치료용이 아니라 고산병 치료 혹은 예방이 목적이니까요. 그래서 높은 곳을 여행할 계획이 있을 때 의사에게 상담을 하면 비아그라 25mg를 처방해준다고 합니다. 2005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4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실데나필 성분의 약(비아그라의 주 성분)이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미지 확대하기고산병 예방약…. 정말? - SElefant(W) 제공
고산병 예방약…. 정말? - SElefant(W) 제공

한편 2005년 논문과 정 반대되는 논문이 2011년에 발표됐습니다. 미국 뉴캐슬대 매튜 배이츠 박사팀의 연구로 오히려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해발고도 몇 m부터 고산병 예방해야할까

 

어쨌든 힘들게 높은 곳에 올라갔는데 몸까지 아프면 서러울 테니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예방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럼 대체 얼마나 높이 올라가야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1000m? 2000m?

 

전체적인 경향성을 보면 2000m 이하에서는 문제가 없고 그보다 높은 높이에서 발생할 확률이 조금씩 올라간다고 합니다. 3000m 높이에서는 약 40%가 발생한다고 하고요. 예전에 취재를 하던 중 하와이 마우나케아 정장(4205m)에 있는 천문대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에 갔더니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아서 그날 하려고 했던 일정을 못하고 내려왔다고요.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어서 갔었는데 처음으로 겪어본 고산병이었노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의 상태에 따라서도 발생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찾아봤습니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 한라산(1950m)을 등반할 때 고산병을 걱정하고 올라가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북쪽에 있는 백두산(2744m)은 조금 아리송합니다. 2500m부터는 생길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산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예를 들면 비행기에서 말이지요. 지상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무려 해발고도 10km 정도까지 오른 채 비행합니다. 대류권을 벗어나 공기가 희박한 성층권에서 날기 위해섭니다. 이 높이에서 비행할 때 외부와 기압을 똑같이 했다가는 승객이 질식으로 사망할 것이 뻔합니다. 따라서 사람이 건강에 문제가 없지만 비행기 운항에 영향을 가장 적게 주는 정도로 비행기 내부 기압을 유지하기 마련입니다.

 

캐나다 소재 항공운수업에 종사하는 한국계 엔지니어 A씨는 “통상적으로 운항하는 비행기 내부 기압은 해발고도 2500m에 맞춘다”며 “2500m 기준의 기압보다 지나치게 많이 떨어져 승객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아예 자동적으로 산소마스크가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2500m 높이에서 고산병은 어림도 없다고 일축한 것이지요.

 

항공기에 준비된 비상약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항공기에는 응급 상황을 대비해 처방없이 줄 수 있는 해열제, 설사약, 소화제, 멀미약 등이 준비돼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 기내의 의사의 도움을 받아 수술할 수 있도록 수술장비와 주사제가 있는 상비 박스를 뜯어서 사용합니다. 그외에 심장용 제세동기가 갖춰져 있고요.

 

그러나 고산병을 대비하는 약은 없다고 합니다. 아마 몸 상태가 안 좋은 승객에게 약한 고산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도 대부분은 멀미로 생각하고 준비한 멀미약을 먹거나 승무원에게 요청하겠지요.

 

고산병은 사실 자연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증상입니다. 이동거리가 짧은 옛날 사람들은 고산병의 존재를 몰랐을 겁니다. 높은 산도 천천히 차근차근 며칠에 걸쳐 이동하면 몸이 천천히 적응하거든요. 고산병을 예방하고, 원인이 무엇이며 언제 어디서 발생하고, 치료약이 무엇인지 장황하게 썼습니다만 고산병 증상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몸이 익숙한, 낮은 곳으로 내려오면 됩니다. 산소 농도가 줄어들어 놀랐던 몸은 금세 안정을 찾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됩니다. 참 간단하지요?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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