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물리, 유체역학까지 동원… 과학자의 집회인원 계산법

2016.11.23 19:14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에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에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인파가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로 모여들고 있지만 매번 집회 참가자 수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3차 촛불집회 당시 추산 인원이 주최 측 100만 명, 경찰 측 26만 명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19일 4차 집회에서도 주최 측 60만 명, 경찰 측 17만 명으로 크게 갈렸다.

 

견해가 이렇게 크게 엇갈리다 보니 국내 과학자들이 나서 집회 참가자 수를 추정할 수 있는 독특한 계산법을 내놓고 있다. 입자물리 프로그램으로 촛불의 숫자를 세 보거나, 유체역학을 이용해 군중의 이동속도를 계산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촛불 숫자로 추정 가능… 입자물리 소프트웨어 응용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입자물리 실험에 쓰는 소프트웨어(SW)를 응용해 집회 사진 속 촛불 수를 세는 방식으로 집회 참가자 수를 추정했다. 입자물리에서 ‘제트’ 수를 세는 방법으로 촛불 수를 센 것이다. 제트란 충돌한 입자들이 덩어리로 뭉쳐 빛을 내는 것으로, 강입자를 충돌시킬 때 다량 발생한다. 이 제트에는 충돌 입자들의 특성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으므로 과학자들은 이를 분석하기 위해 제트 수와 각 제트의 에너지를 측정하는 SW를 사용한다.

 

박 교수는 이런 제트 찾기 SW를 변형해 촛불 숫자를 셀 수 있는 프로그램 ‘캔들 카운터’를 만들었다. 먼저 서울시의회 앞 세종대로에 집회를 위해 모인 군중을 포착한 사진에서 직접 촛불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영역을 잘라낸 뒤, 이 SW가 촛불의 개수를 정확히 세는 것을 확인했다. 건물 유리에 반사된 불빛은 후처리를 통해 뺐다. 이를 통해 한 장의 사진 속에서 확인한 촛불 수는 1만8000개였다.

 

박 교수는 촛불을 든 사람 대비 촛불을 들지 않은 사람의 수를 1~2배로 가정했다. 이 경우 사진에 보이는 사람 수는 최소 3만6000명에서 최대 5만4000명이 된다. 선택한 사진에 나타난 도로의 면적은 약 1만 ㎡. 4만 명이 있다고 가정하면 ㎡당 4명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박 교수는 “면적이 3만 ㎡인 잠실주경기장 관중석에 10만 명이 들어가는데 이 경우 ㎡당 3.3명이므로 ㎡당 4명은 꽤 타당한 추산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3.3㎡(1평)당 사람 수를 파악해 전체 인원을 추산한다. 성인을 기준으로 앉아 있을 땐 5~6명, 서 있을 땐 9~10명으로 계산한다. 이 경우 각각 ㎡당 1.6명(앉아 있을 때), 2.9명 수준이다.

 

박 교수는 사진 속 장소에 광화문광장, 서소문, 율곡로, 시청 앞 광장, 종로에서 종각까지의 거리 면적을 합해 집회 장소의 총면적을 약 15만 ㎡로 계산했다. 유동인구를 제외하면 사진을 찍은 시각 현장의 집회 인원만 60만 명이 되는 셈이다.

 

다만 집회 장소의 총면적을 10만 ㎡로 추정하는 곳도 있다. 또 서울시의회 앞이 집회 장소 중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평균 인구밀도를 잠실주경기장 관중석과 같은 ㎡당 3.3명으로 계산해도 이날 순간 집회 인원은 경찰의 총 집회 인원 추산 값인 26만 명보다 7만 명 많은 33만 명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주최 측과 경찰 추산치의 차이는 ‘유동인구’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유동인구까지 고려한 집회 참가자 수 추산법을 내놨다. 집회 장소 면적과 인구 밀도만 따지는 경찰의 고정인구 집계 방식에 유동 인구를 더해 계산하는 방법이다. 원 교수는 “12일 촛불집회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유동인구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고 이를 고려한 새로운 추산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당시 유동인구의 참여가 많았고 집회 시간, 유동인구가 같은 장소에 평균적으로 머문 시간 등을 고려해 유동인구가 전체 집회 장소에서 차지하는 면적과 평균 유속을 계산했다. 원 교수는 “단순히 폭 100m, 길이 850m의 직사각형 광장을 가정하고 경찰이 기준 삼은 인구밀도를 곱하면 26만 명이 나온다”며 “여기서 거리의 폭을 기준으로 10%가 유동인구라고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고안한 ‘유동인구를 고려한 집회 인원 계산법’을 나타낸 모식도. - 원병묵 교수 페이스북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고안한 ‘유동인구를 고려한 집회 인원 계산법’을 나타낸 모식도. 원 교수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12일 3차 촛불집회 당시 유동인구는 고정인구의 3배에 달한다. - 원병묵 교수 페이스북

원 교수가 유동인구 수를 계산한 방법은 이렇다. 초당 1m 폭의 단면을 통과한 유동인구 숫자로 유속을 계산했다. 그리고 여기에 집회시간과 유동인구 집단이 차지한 거리의 폭을 곱해 총 유동인구 수를 계산했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총 유동인구 수(명)=유속(명/m·s)×집회시간(s)×유동인구 집단이 차지한 거리의 폭(m)’이 된다.

 

이에 따라 계산하면 유속은 3.3명/m·s이 되고 총 유동인구는 72만 명이 된다. 여기에 고정인구 26만 명을 더한 총 집회 참가자 수는 최대 98만 명이 된다. 유동인구가 고정인구의 약 4배에 이른다.

 

원 교수는 “유동인구가 고정인구보다 최대 3배가량 많으므로 유동인구를 고려한 주최 측 추산(100만 명)과 유동인구를 고려하지 않은 경찰 측 추산(26만 명)에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는 유동입자를 가시화하는 분석기법인 ‘입자영상유속계(PIV)’를 이용해 유동인구의 밀도를 추정하기도 했다. PIV는 우주를 촬영한 영상에서 별의 개수를 세는 데 활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유동인구의 밀도는 0.23㎡당 1명으로, 이는 ㎡당 약 4.3명에 해당한다.

 

●“참가자 수보다 시민 참여와 안전이 더 중요”

 

과학자들은 집회 참가자 수 자체보다는 시민들의 참여와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촛불집회 참여자 수에 관심을 두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한 집회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집회 구역을 알맞게 정하고 구역 사이에 틈을 만들어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유동인구를 배려하는 방법을 찾으면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더 쉽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적인 방법은 정치적인 의도 없이 객관적으로 집회 참가 인원을 추산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끄는 것 같다”며 “다만 유동인구의 잔류 시간, 촛불을 든 사람과 들지 않은 사람의 비율 등 아직은 실증되지 않은 가정을 사용했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추산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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