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최순실 뉴스 속에서 옥석 가리려면...

2016.11.23 19:30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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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는 페이크 (가짜) 뉴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페이크 뉴스들이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지면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거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ISIS에 무기 판매를 지시했다거나 하는 등의 페이크 뉴스들이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대선 기간 중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끈 기사들을 분석해 봤더니, 대선 직전 3개월 간 상위 20개 페이크 뉴스 기사는 좋아요나 공유 등의 인터랙션을 870만 건 끌어들였습니다. 반면 주요 19개 언론매체의 상위 20개 기사의 인터랙션은 736만 건 정도였습니다.

 

미국 매체 버즈피드가 분석한 상위 20개 페이크 뉴스 및 주류 언론사 기사의 페이스북 인기도. 대선 직전 3개월 간 페이크 뉴스가 더 큰 반응을 얻었음을 볼 수 있다.   - BuzzFeed 제공
미국 매체 버즈피드가 분석한 상위 20개 페이크 뉴스 및 주류 언론사 기사의 페이스북 인기도. 대선 직전 3개월 간 페이크 뉴스가 더 큰 반응을 얻었음을 볼 수 있다.   - BuzzFeed 제공

마크 저커버그 CEO도 처음에는 “페이크 뉴스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건 정신 나간 소리”라며 반발했지만, 논란이 지속되자 “페이크 뉴스를 보다 쉽게 신고할 수 있게 하고, 페이크 뉴스 사이트를 광고 네트워크에서 제외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회사들이 페이크 뉴스를 잘 걸러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스스로 기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판단하는 안목을 기르는 일입니다. 믿을만한 언론사의 기사인지, 기사 중 사실 관계와 반론이 제대로 다뤄졌는지, 취재원은 신뢰할만한 지 등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 뉴스 옥석 가리기..어렵습니다

 

물론 이런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보통은 페이스북이나 포털에 떠도는 기사의 자극적 제목만 보고 공유하거나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뉴스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일이 더 어렵습니다. 자녀들이 이미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메신저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가려내도록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른바 '미디어 리터러시'의 문제입니다.

 

최근 스탠포드대학 교육학과 연구진들이 미국의 10대 청소년 7804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중학생의 82%는 웹사이트에서 '스폰서 콘텐츠'라는 표시가 붙은 글과 진짜 기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 했습니다. 또 권위 있는 언론사의 트윗과 일반인이 올린 트윗의 공신력이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 했습니다. 설명이 길거나 사진이 첨부돼 있으면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서 찍힌 꽃'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많은 학생들이 사진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 스탠포드대학교 제공

예를 들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설명이 달린 기형적인 모양의 꽃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학생들의 40%는 이를 그대로 믿었습니다. 출처가 누구나 무슨 사진이든 올릴 수 있는 '임거'라는 사진 공유 서비스이고, 사진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사진을 찍은 장소가 정말 원자력 발전소 근처인지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었지만 많은 학생들은 생생한 사진만 보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고위 경찰 간부의 사임에 대한 언론사와 개인,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의 트윗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학생들은 공영방송 NPR의 트윗보다는 길게 설명을 단 개인의 트윗이나 큰 사진이 함께 첨부된 단체의 사진을 더 믿을만하다고 답했습니다.  한 학생은 “첫번째 트윗이 실제 사임을 발표하는 사진을 담고 있으므로 가장 믿을만 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트윗에는 해당 사진이나 기사로 이어지는 링크도 없었습니다.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이 같은 사안을 다룬 4개 트윗을 청소년들에 보여 준 결과, 주요 언론사나 개인 계정 간의 신뢰도 차이를 거의 구분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Wall Street Journal 제공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이 같은 사안을 다룬 4개 트윗을 청소년들에 보여 준 결과, 주요 언론사나 개인 계정 간의 신뢰도 차이를 거의 구분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Wall Street Journal 제공

● 정보 홍수에서 살아남는 법 가르치려면

 

신문이나 방송 뉴스 등 전통적인 매체를 점점 더 보지 않는 시대입니다. 물론 페이스북에서 대부분의 뉴스와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소셜미디어는 누가 무슨 목적, 무슨 근거로 올리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광고와 홍보, 조작과 사기 글들이 섞여 있습니다. 이 안에서 믿을만한 소스와 그렇지 않은 소식의 구분도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끼고 산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구분이 더욱 힘듭니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서 유머 페이지나 광고 페이지나 언론사 페이지, 친구가 올린 링크 모두 타임라인을 흘러가는 비슷비슷한 콘텐츠일 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인터넷을 떠도는 온갖 기사와 주장 중 믿을만한 내용을 골라내는 안목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쏟아지는 최순실 뉴스 중에서 어떤 것이 의미있는 기사이고, 어떤 것이 이슈를 틈타 선정적으로 만들어진 기사인지 구분하게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어른도 잘 구분하기 어려운데 자녀들에게 이를 알게 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 사진에 글을 덧붙여 만든 합성 사진이 인터넷에서 사실로 오인되는 해프닝이 최근 있었다.  - 유머저장소 페이스북 페이지 제공
가짜 뉴스를 구분하는 건 언론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 사진에 글을 덧붙여 만든 합성 사진이 인터넷에서 사실로 오인되는 해프닝이 최근 있었습니다.  - 유머저장소 페이스북 페이지 제공

일단 자녀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어느 사이트를 자주 가고, 어떤 글들을 읽는지 부모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의 여러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함께 보는 것이 좋겠죠. 또 글을 접할 때 그 글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기본적인 방법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출처가 어디인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관계자' 멘트로만 구성된 기사인지는 아닌지, 반론은 반영되어 있는지 등등입니다.

 

아이가 인터넷에서 보고 관심을 가지는 뉴스나 소식이 있으면 어디서 보았는지, 왜 그 뉴스에 관심을 가졌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혹시 꼭 확인할 것을 확인 안 하고 그냥 받아들이진 않았는지 등을 놓고 대화하는 것도 좋겠죠.  

 

● 정보 외우는 교육보다 정보 판단하는 교육이 중요 

 

네이버 검색 결과 맨 상단에 나왔다고 해서, 혹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좋아요를 많이 누른 글이라 해서 곧 사실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점을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출처가 지식인인지, 카페인지, 커뮤니티 게시판인지 등도 확인해 봐야겠죠. 다른 언론이나 믿을만한 사이트에서도 다뤄진 내용인지 검색해 보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 관련기사: 시위 참여 독려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야동 광고로 바뀌었다

 

앞으로의 교육은 정보와 지식을 외워 머리 속에 두는 것보다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 찾아내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지식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정리해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 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어도 말짱 헛일입니다. 트럼프와 최순실의 이야기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미친 듯이 흘러가는 요즘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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