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맹수 북극곰, 그런데 왜 귀여워 보일까

2016.11.22 16:30

 

캐나다 마니토바주 북부 지역에서 북금곰이 나타나 주민이 키우는 개 옆에 머무르며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 CBCNews 제공
캐나다 마니토바주 북부 지역에서 북금곰이 나타나 주민이 키우는 개 옆에 머무르며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 CBCNews 제공

사랑스러운 하얀 북극곰이 인가에 내려와 줄에 묶인 시베리안 허스키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둘은 다정하게 몸을 밀착하기도 합니다.

 

아름답지 않은가요? 친밀함과 애정이 서로 종이 다른 두 동물 사이에서도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얼마 전 캐나다 매니토바주 북부 지역에서 찍힌 곰과 개의 영상이 인터넷에 훈훈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언론사가 찍은 이 영상이 공개된지 하루 만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곰이 마을에 내려와 묶여 있는 개 중 한 마리를 잡아 먹은 것입니다. 

 

어제는 다정한 친구였는데, 오늘은 잡아먹다니! 곰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 장면을 보고 곰과 개가 다정하게 우정을 주고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 인간의 자기중심적 관점이었을 뿐입니다. 곰이 먹잇감을 갖고 놀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동아사이언스 2016년 11월 21일

☞ 개를 쓰다듬는 북극곰? 개 잡아 먹어 ‘충격’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이를 인간의 성질이나 감정을 인간 아닌 존재에 투영하는 '의인화' (anthropomorphism)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사람과 같은 특성을 동물이나 자연 현상, 신적 존재 등에 덮어 씌웁니다. 개미는 부지런하고, 토끼는 자만하고, 여신 헤라는 질투심이 강합니다. 태풍의 이름은 사라나 루사입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복잡한 자연 현상을 친숙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틀을 갖게 됩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생각을 할 때와 사람이 아닌 존재의 행동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비슷하다고 합니다. 사물에 대해 생각할 때도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와 뇌 안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면, 사람들이 의인화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사람과 비슷하면 보다 쉽게 의인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우면 더 쉽게 감정이입이 되겠죠. 북금곰이나 팬더가 동물 보호 운동의 상징으로 열심히 활약하는 이유입니다. 반면 큰빗이끼벌레는 흉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4대강 부작용의 상징처럼 간주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대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에 따라 똑같은 동물의 행동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마니토바의 북극곰과 곰의 '다정한' (?) 모습은 사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것이 아닙니다. 1991년에 이미 같은 곳에서 비슷한 사진이 찍힌 바 있습니다. 당시 로징이라는 사진작가가 곰이 개와 어울리는 모습을 찍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게재했습니다.

 

하지만 NPR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사진은 독자들로부터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곰과 개가 다정하게 어울린다는게 말이 되냐? 조작이다, 곰이 개를 해치려는 거 아니냐, 개를 묶어 미끼로 쓴 것이다 등의 항의가 잇달았습니다. 개가 겁에 질렸을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조용히 묻혔던 이 사진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2007년 들어 온라인에서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똑같은 사진이었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딴 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귀여운 장면이라며 이 사진을 공유했습니다. 개를 안아주는 곰의 모습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외롭고 귀여운 곰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렇게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긴 이유가 있을까요? 북극곰에 대한 대중매체의 묘사가 달라졌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관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1990년까지만 해도 곰은 사납고 위험한 동물로 간주되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채널도 그런 식으로 곰을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북극곰의 이미지는 달라졌습니다. 북금곰은 하얗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그려졌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삶의 터전인 얼음이 녹아 내리면서 갈곳을 잃고 점점 막다른 곳으로 몰리는 외롭고 슬픈 동물이 북극곰입니다.

 

또 소셜 미디어에서 동물 사진과 영상이 크게 인기를 끈 것도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을 타고 돌아다니는 영상 속의 동물은 대부분 사랑스럽고 귀엽고,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예전에는 '동물의 왕국'을 보며 동물의 삶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면,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친숙하고 귀여운 동물의 모습을 소비합니다.

 

물론 북극곰을 앞세운 캠페인을 통해 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이 힘을 얻는다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동물의 본성을 오해하면 곤란합니다. 동물은 인간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는 지에 상관없이 여전히 동물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사람의 바람과 소망을 담아 동물을 바라볼 때, 자연계에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오히려 더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1991년에 사진사를 불러 곰과 개의 사진을 찍게 한 사람, 그리고 얼마 전 캐나다 방송에 보도된 영상을 찍기 위해 사진 작가를 부른 사람은 같은 사람입니다. 그는 마니토바 지역에서 개를 기르며 가끔 관광 가이드도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예전 곰과 개가 어울리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다시 사진 작가를 부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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