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AI, 수재들과 퀴즈대결 완승

2016.11.21 07:00
국내 개발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가운데)이 18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원에서 열린 EBS 장학퀴즈 ‘대결! 엑소브레인’에 참가해 수능 만점자 등 4명과 퀴즈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날 엑소브레인은 600점 만점 중 510점을 얻어 2등과 160점 차로 우승했다.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국내 개발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가운데)이 18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원에서 열린 EBS 장학퀴즈 ‘대결! 엑소브레인’에 참가해 수능 만점자 등 4명과 퀴즈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날 엑소브레인은 600점 만점 중 510점을 얻어 2등과 160점 차로 우승했다.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엑소브레인만 혼자 3번이라고 답했네요. 예. 정답 3번입니다! 엑소브레인, 현재까지는 만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20개 연구기관이 공동 개발한 한국형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이 인간과의 첫 퀴즈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18일 대전 유성구 ETRI 본원에서 열린 EBS 장학퀴즈에 참가한 엑소브레인은 인간과의 퀴즈대결에서 큰 점수 차로 승리했다. 이날 퀴즈는 인문, 사회,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묻는 사지선다 객관식 10문제, 주관식 20문제로 총 6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엑소브레인은 510점을 획득해 2등과 160점 차로 승리했다. 대결 과정은 12월 31일 EBS에서 방영된다. 엑소브레인은 ‘몸 밖의 인공두뇌’라는 뜻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퀴즈대결은 이번이 세계적으로 두 번째다. 미국에서 2011년 IBM의 AI ‘왓슨’이 인기 TV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에 출연해 인간 챔피언 2명을 꺾어 화제가 됐다.
 

엑소브레인과 대결을 펼친 상태는 더지니어스, 뇌섹남 등 두뇌게임 TV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방송인 오현민 씨(KAIST 수리과학과 휴학)와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인 서울대 인문대 1학년 윤주일 씨, EBS 장학퀴즈 왕중왕전에서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 우승을 차지한 안산동산고 3학년 김현호 군, 대원외국어고 2학년 이정민 양까지 총 4명이었다.
 

ETRI는 이날 취재진에게 실제 대결 이전에 진행된 리허설 과정을 공개했다. 사회자가 문제를 구술하면 제한시간 15초 내에 답을 적어 동시에 제시한 뒤, 정답자만 점수를 획득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엑소브레인은 미리 입력된 문자로 문제를 제공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20개 국내 연구기관이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 무대 뒤로 41개의 컴퓨터가 숨겨져 있다.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20개 국내 연구기관이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 무대 뒤로 41대의 컴퓨터가 숨겨져 있다.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엑소브레인은 난도가 높은 생소한 내용도 척척 답하며 점수를 쌓아갔다. 채만식 작가의 단편소설 ‘치숙’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뜻하는 단어를 묻는 문제가 나오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경색’을 답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엑소브레인만 ‘일색’으로 답했고 혼자 10점을 얻었다. 오현민 씨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을 생각하고 경색으로 답했다”며 아쉬워했다. 1944년 네덜란드의 천체물리학자 판더휠스트의 예언 후 6년 만에 처음 검출된 전파의 이름을 묻는 문제가 나오자 엑소브레인이 내놓은 답은 ‘21㎝’. 모두가 오답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역시 정답이었다. 
 

엑소브레인은 인간의 학습 방식을 모방한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돼 문장 구조와 뜻, 기관명이나 인명 등 고유명사를 인식해 의미를 파악한다. 백과사전과 국어사전 도서 12만 권 분량의 지식이 학습돼 있지만 대결 중 인터넷 검색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리 학습하지 않은 내용에는 백지 답안을 내놓는 등 약점을 보였다. 다만 이번 퀴즈 대결에서는 최소한의 정보로 답을 추론해내는 AI의 진면모를 보여 주지는 못했다는 아쉬운 평가도 나왔다. 
 

박상규 ETRI 책임연구원은 “수학 계산이나 시청각을 통한 인식과 판단,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문제는 풀지 못한다”면서 “사전에 학습한 내용이라면 난이도와 관계없이 정확한 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법률, 의료, 금융 등 전문가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서 활용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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