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저널리즘] 좌파 신문 리베라시옹의 페이스북 예찬, 왜 그런걸까?

2016.11.20 15:00

#1,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신문 ‘리베라시옹’


사르트르가 창간을 주도한 리베라시옹(Libération, http://www.liberation.fr/)은 ‘68혁명’ 세대를 상징하는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신문이다. 프랑스어 ‘리베라시옹(libération)’은 ‘자유화’, ‘해방’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1968년 5월 혁명 당시에 발행된 동명의 학생 운동권 선전지를 기원으로 하고 있으며, 1973년 5월 혁명을 계승하자는 목적에서 정식 창간됐다.

 

창간 당시 사원들의 경영 참여와 시민들의 제작 참여 방식을 도입해 큰 관심을 끌었다. 창간을 주도한 사르트르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로,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으나 이를 거부한 대표적 레지스탕스다. 현재 10만부의 신문을 발행하고 있으며, 웹 사이트 방문자 수는 월평균 2400만 명이다. 신문 발행 부수 기준으로는 프랑스에서 4위, 웹 사이트 방문자 수 기준으로는 8위다.

 

리베라시옹의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 2016’ 컨퍼런스 발표 자료 - 리베라시옹 제공
리베라시옹의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 2016’ 컨퍼런스 발표 자료 - 리베라시옹 제공

#2. 자본에 잠식당한 리베라시옹


1981년 리베라시옹은 경영 위기로 잠시 발행을 중단한다. 약 3개월 간 발행을 중지한 후 사회주의자 은행가와 보험업자 등의 투자를 받아 다시 발행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창간 이후 극좌를 표방하던 ‘리베라시옹’은 외부 자본의 투입 이후 표면적으로는 사회민주주의 입장을 보여줬지만, 당시 미테랑 정부의 우경화 정책에 일부 찬성하는 등 논조에서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완전한 자유 언론이어야 한다는 초기의 신념도 무너뜨리고 1982년 2월 16일부터는 유료 광고를 지면에 게재했다.


리베라시옹의 위기는 계속된다. 1988년 이후 판매부수 감소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1994년 증면과 편집 혁신, 주간지 창간 등을 시도했으나 증면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광고 수입의 정체로 1년 만에 주간지를 폐간하고 신문 면수도 다시 줄였다. 적자가 계속되자 1996년에는 출판과 방송사 등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던 기업인 ‘샤르죄르(Chargeurs)’에 지분 66%를 매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판매 부수 감소로 인해 2005년에는 파산 위기에 처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에두아르 드 로칠드(Édouard de Rothschild) 가문으로부터 2000만 유로의 투자를 유치했다. 로칠드 가문은 유대계로 프랑스의 대표적 금융 재벌이다. 로칠드 가문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이에 리베라시옹 기자들은 파업으로 맞섰지만, 결국 이듬해인 2006년 사르트르와 리베라시옹을 함께 창간하고 33년 간 발행인으로 재직한 세르쥬 쥘리(Serge July) 사장이 물러났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인한 종이 신문 독자들의 감소, 경제위기에 따른 광고 수익 하락 등으로 인해 ‘리베라시옹’의 위기는 계속됐다.


리베라시옹은 이렇듯 자본에 잠식당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기처럼 극좌는 아니지만 자본에 반대하고 구어체로 기사를 쓰고, 노동자와 하층민, 성소수자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전통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 3. 리베라시옹의 유료화 전략


지난 11월 9일 싱가포르 오차드호텔 3층 그랜드볼룸. 8일 개막한 ‘디지털미디어 아시아(DMA) 2016’ 이틀째 행사의 연사로 리베라시옹의 자비에르 그랑지에(Xavier Grangier)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등장했다. 그는 리베라시옹의 온라인 유료화 전략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 2016’에서 리베라시옹의 유료화 전략을 발표 중인 그랑지에 CTO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 2016’에서 리베라시옹의 유료화 전략을 발표 중인 그랑지에 CTO

발표 내용에 따르면, 리베라시옹의 유료화 전략은 3단계로 추진됐다. 첫 단계로 2012년에는 신문으로 발행된 모든 콘텐츠를 디지털 구독자에게 제공했다. 단 48시간만 제공했다. 그 이후에는 디지털로 된 콘텐츠를 보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하다 보니 웹 사이트 트래픽이 너무 떨어져서 광고 측면에서 디지털이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4년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고 2단계 전략에 들어갔다. 2단계로 웹 사이트에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풀었다. 대신에 구독자들에게 부가 정보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지면 PDF, 모든 기기에서 사용자들이 PDF 판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독점(exclusive) 뉴스레터, 콘텐츠 VIP 클럽(무료 연극, 공연 등 회원제 서비스) 등도 제공했다. 트래픽은 자연스레 증가했고 이에 따라 광고도 늘어났다.


2014년의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방문자수가 하루 10만 명에 달할 정도가 됐다. 문제는 이들이 유료 독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들을 어떻게 충성심 높은 독자로 만들지, 즉, 돈을 내고 콘텐츠를 보게 만들 것인가라는 점을 리베라시옹은 고민했다. 이들은 리베라시옹의 콘텐츠에는 오피니언은 있었지만, 독자들이 돈 내고 살만한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어떤 유료화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3단계로 2016년에 적용한 것이 넷플릭스와 같은 월 정액제 유료화 모델이다. 독자 분석을 통해 비구독자들이 리베라시옹 웹사이트에 하루 한번은 방문하고 평균 4개의 기사를 읽고 8분  가량 머문다는 점을 밝혀냈다.

 

비구독자들도 구독자와 비슷한 정도의 충성도를 보여주고 있었고 이에 따라 리베라시옹은 사이트에 방문하는 비구독자를 유료화 대상으로 타깃화했다. 매일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데스크탑의 경우 10일 동안 7번까지는 무료로 제공했지만, 8번째부터는 유료로만 방문이 가능하도록 했다. 모바일의 경우는 10일 동안 9번까지는 무료로 제공했지만, 10번째부터는 유료로만 방문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월 9.9유로를 내도록 했다. 그 결과 리베라시옹은 구독료 수입(지면, 디지털 모두 합침) 50, 광고료 수입 50의 수익 구조를 갖추게 됐다.

 


#4. 리베라시옹의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예찬


그랑지에 CTO는 다음 세션에서도 발표를 이어 나갔다. 주제는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적용 후 9개월”이었다.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s)은 페이스북이 각 언론사의 신문 기사를 제공 받아 자신의 서버에 저장하고 ‘인링크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발표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최고”였다.


현재, 리베라시옹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트래픽 중 페이스북이 차지하는 비율은 79%이며, 인스턴트 아티클 도입 이후 기사를 읽는 시간은 48% 늘어났고, 좋아요 수는 11%, 포스트 도달율은 16% 늘어났다 등 긍정적 효과에 대한 소개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독자가 리베라시옹 모바일웹에서는 2분 23초 동안 콘텐츠를 읽었지만,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에서는 4분 31초 동안 읽었다” 등 인스턴트 아티클이 독자의 참여를 늘려 수익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내용들이었다. 페이스북이 광고 수익의 30%를 가져가지만, 그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평가였다. 독자 참여를 확대했고, 잠재적 수익도 확대했고새로운 기사 형식, 광고 포맷들을 실행할 수 있었다는 식의 찬사 일색이었다.

 

리베라시옹의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 2016’ 컨퍼런스 발표 자료 - 리베라시옹 제공
리베라시옹의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 2016’ 컨퍼런스 발표 자료 - 리베라시옹 제공

발표 마지막 발언이 모든 것을 함축했다.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을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 위 그림과 같이 리베라시옹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로 인해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발표 내용 어디에도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에 어떤 내용의 기사를 올리고 있으며, 독자들이 어떤 기사를 선호하고 있다 등의 내용은 없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한 기사들이 생각보다 페이스북 뉴스 피드 내에 노출이 되지 않고 있다는 등의 일반적으로 제기되던 페이스북 노출 알고리즘에 대한 불만조차도 없었다. 발표 내용을 들으면서 오히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 상에서 리베라시옹 기사들을 전략적으로 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까지 들었다.


글로벌 IT 공룡을 꼽아 보라고 할 때 페이스북을 제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약 400조 원으로 전 세계 5위권이다. 수치가 보여주듯이 글로벌 IT 공룡들은 기술의 지배력이 높아지는 시기에 자연스레 등장한 새로운 자본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자본의 지배력은 과거보다 은밀하고 강력하다. 기술이라는 블랙박스가 이들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베라시옹은 자본에 잠식당했어도 그것이 계산된 것이라 하더라도 자본에 대한 비판 기조는 유지해 왔다. 이번 발표는 물론 기사가 아닌 기술 지향적인 CTO의 발표문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무런 비판이나 의문 제기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찬양 일색인 내용을 보면서 씁쓸했다. 자본에 저항하던 리베라시옹이 자본의 테크놀로지에는 순응하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무지 때문일지, 일부러 무지한 척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어쨌든 리베라시옹의 발표에서 기대한 내용은 아니었다.

 

 

※ 필자소개
오세욱. 학부에서 동양사를 전공하고 언론정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디어와 관련한 여러 곳의 회사를 다닌 후에 현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미디어로서 소프트웨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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