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참여 독려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야동 광고로 바뀌었다

2016.11.08 13:00

지난달 29일 '국정 농단' 사태에 항의하는 촛불 집회가 서울 시내에서 열렸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이 집회 관련 내용으로 큰 인기를 얻은 포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실시간 서울 촛불 시위 현장, 가지 못 하시는 분들은 좋아요 눌러서 공유해 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시위 현장 사진을 여러 장 올렸습니다. 사진에는 시위 인파가 빽빽히 들어찬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포스트는 '좋아요'를 5만개 이상 받았습니다.

 

최근 페이스북에 올라온 촛불시위 독려 포스트. 과거 대형 시위 사진을 이번 시위 사진이라며 올렸다.  - 페이스북 제공
최근 페이스북에 올라온 촛불시위 독려 포스트. 과거 대형 시위 사진을 이번 시위 사진이라며 올렸다.  - 유머저장소 페이스북 페이지 제공

그런데 '유머저장소'라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가 8장의 집회 사진 중 정작 이번 하야 집회 사진은 한장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나머지는 2008년 광우병 시위나 한미 FTA 반대 시위 등 과거 대형 시위 사진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처음 글을 올린 사람은 5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후 게시물 내용을 슬그머니 성인 동영상 광고로 바꿔버린 것입니다.  “5주년 기념으로 무료 채팅” “요즘 다 오픈마인드” 등의 문구도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게시물의 내용이 나중에 바뀔 경우,  원래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의 타임라인에 바뀐 포스트가 올라온다고 합니다. '좋아요'를 눌러 촛불시위 지지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갑자기 야동을 보고 '먹먹하네요' '함께 하고 싶습니다'라며 민망한 성인 사이트를 광고하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짜 사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후 광고에 활용하는 사기성 마케팅의 희생자가 된 셈입니다.

 

가짜 글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낚아 버린 사례는 또 있습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을 달군 이 글 기억 나세요?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과 법적 보호를 위해 남깁니다'라고 시작하는 글 말입니다.

 

이 글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정책 변경으로 '내일부터' 사진과 메시지를 포함한 모든 페이스북 게시물이 '공용화'된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내 콘텐츠의 공용화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복사해 올리면 게시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돈 개인정보 유출 방지 관련 루머 글 - 페이스북 제공
최근 페이스북에서 돈 개인정보 유출 방지 관련 루머 글 - 페이스북 제공

이 글이 단 하루 사이에 얼마나 많이 퍼졌는지, 페이스북 타임라인이 모두 이 글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그중에는 평소 IT 전문가로 행세하던 분들도 적잖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낚시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2012년부터 잊을만 하면 한번씩 페이스북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루머입니다. 페이스북은 “개인이 올린 게시물에 대한 권리는 각 개인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페이스북은 이 사실을 이미 여러번 밝혔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에는 수많은 허위 조작 글과 사진들이 넘쳐납니다. 앞서 말씀드린 '유머저장소' 운영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 사진에 “누가 여성 대통령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한국을 보게 하라”는 문구를 넣은 후 '트럼프가 이렇게 말하면 선거 이기지 않을까'라고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누가 봐도 시덥잖은 농담이죠. 하지만 이 사진은 인터넷에 돌고 돌면서 트럼프의 실제 발언으로 둔갑했고, 우리나라 주요 뉴스에 보도됐으며 국회의원이 회의장에서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 사진에 글을 덧붙여 만든 합성 사진이 인터넷에서 사실로 오인되는 해프닝이 최근 있었다.  - 유머저장소 페이스북 페이지 제공
도널드 트럼프 후보 사진에 글을 덧붙여 만든 합성 사진이 인터넷에서 사실로 오인되는 해프닝이 최근 있었다.  - 유머저장소 페이스북 페이지 제공

아프리카의 불쌍한 아이 사진을 올려놓고 '좋아요' 한번 누를 때마다 얼마가 적립된다느니 하는 것도 고전적인 수법입니다. 또 악의는 없다 하더라도, 출처 불명의 미담과 유명인들의 일화, 감동적인 자기계발 스토리 등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됩니다. 

 

도대체 이런 인터넷 루머와 사기는 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떠돌아 다니는 걸까요? 이런 루머에 낚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넷은 공유의 공간입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하게 되면서 공유는 더욱 쉬워졌습니다. 자투리 시간에 소셜 미디어의 타임라인을 훑어보다 감성을 자극하거나 정의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게시물을 보면 바로 '좋아요'를 누르거나 '리트윗'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카카오톡으로 받은 지라시를 버튼 하나로 다시 수백명이 들어 있는 단톡방에 보낼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타고 이미 2014년에 6개월 간 상위 인기 기사 100만 건에 26억회의 공유가 이뤄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좋아요'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 우리는 세계의 문제를 고민하는 의식있는 사람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쉽게 정의롭고 가슴 따뜻하면서 똑부러진 의견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는데, 왜 망설이겠습니까? '게으른 행동주의'를 뜻하는 이른바 '슬랙티비즘' (slack + activisim)입니다.

 

someecards.com 제공
someecards.com 제공

적절한 여건만 되면 언제든 '좋아요'를 눌러줄 사람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든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 만한 이슈를 조작과 과장을 섞어서라도 만들려 하기 마련입니다.

 

상업적 이해관계도 한몫합니다.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는 요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고 좋아요를 받으며 사람들과 소통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각종 꼼수가 난무하기도 합니다. 좋아요와 팔로워가 많은 페이스북 계정이나 페이지는 슬쩍 게임이나 패션, 각종 상품 광고를 끼워넣기도 합니다. 페이스북 인기 스타는 이런 식으로 건당 수백만원씩 돈을 받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드린, 촛불시위 참가 촉구 글이 성인 사이트 광고로 둔갑한 사례는 한발 더 나아간 경우입니다. 성인물이나 사설 토토 등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마케팅하기 어려우니까 이런 식으로 눈속임 광고를 하는 것이죠. 이런 마케팅을 위해서는 일단 사람들을 많이 모아야 하기 때문에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를 계속 발굴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작과 과장을 망설이지 않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지요.

 

인터넷을 떠도는 괴담이나 사기 글에 현혹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KAIST 차미영 교수팀은 2013년 트위터에 퍼지는 루머와 진실의 차이를 규명하는 연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진실은 한번 급속하게 퍼지며 화제가 된 후에는 거의 다시 거론되지 않는 반면, 루머는 불규칙적으로 다시 확산되다 잦아들다를 반복합니다. 루머를 퍼뜨리려는 사람이 기회를 봐서 수시로 확산을 시도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2012년부터 수시로 나타나는 '페이스북 콘텐츠 공용화' 글이 대표적입니다.

 

루머와 사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트위터에서 확산되는 양상 - KAIST 차미영 교수 제공
루머와 사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트위터에서 확산되는 양상 - KAIST 차미영 교수 제공

또 루머는 다른 사람이 멘션하거나 리트윗하면서 확산되기 보다는 단독으로 전파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루머에는 '아니, 절대' 등의 부정적 언어나 배타적 언어, '아마, 어쩌면' 등의 추측성 언어 등이 쓰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거 전에 한번 본 거 같은데...”라는 느낌이 드는 글이나, 지나치게 부정적 혹은 단정적인 글이라면 일단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좋은 낚시 글(?)은 분노와 두려움, 감성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불안해 하거나 분노하는 대상 등을 찾아 약간의 사실과 약간의 거짓을 섞어 공략하곤 합니다. '페이스북 콘텐츠 공용화' 글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대해 갖는 개인정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잘 자극했습니다. 중간 중간 언론 매체와 법률 용어를 거론해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또 문구를 복사해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고 해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글을 공유한 사람 중에는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 봤자 손해 보는 거 아니니 일단 한다'는 사람도 제법 있었습니다.

 

야동 광고로 변한 '국정 농단' 포스트는 현재 정국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 시위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 등을 겨냥해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과거 대형 시위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가지 못 하시는 분들은 좋아요 눌러 주세요'라며 간편한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이런 낚시에 당하지 않으려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는 마음을 다잡고, 자극적인 포스트를 보면 별 생각 없이 '좋아요' 버튼으로 바로 움직이는 손가락을 붙잡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번 사실 확인을 해 보는 겁니다. 많은 경우 구글 검색으로 해결됩니다. 사진이 인상적인가요?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 보세요. 사진 파일을 마우스로 끌어 이미지 검색창에 던져 넣기만 해도 됩니다. 출처가 어디인지, 과거 어디에 쓰인 사진인지 대부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명인의 명언이나 일화도 한번쯤 검색해 보세요. 글의 한 두 문구를 복사해 검색창에 붙여넣기 하고 검색해 보세요. 관련해서 유력 언론이나 논문 등에 언급된 적이 있다면 믿을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보고 사실이라고 믿은 이야기나 주장들 중 사실은 정체불명의 블로그나 게시판에서만 돌고 도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야기와 정보의 공유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감성적이고 자극적이며 내 정치 성향에도 맞는 글이나 사진에 자신도 모르고 '좋아요'를 누르는 모습은 흉 잡힐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공유하는 것은 곧 내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번만 더 생각해 보고 공유한다면 나중에 이불을 찰 일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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