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인간들이 왜 미신에 빠지는 걸까?

2016.11.01 17:01

“미국인의 1/4이 천체의 배열이 어떤 식으로든 하필 인간의 심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성술, 알 수 없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신통력, 또는 유령 등의 초자연적 현상의 존재를 믿는다고 한다. 또한 죽은 사람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한다 (Vyse, 1997).”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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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른 근거 없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가능성이 높지 않은 현상 또는 인과관계로 성립할 수 없는 일(예, 까마귀가 울면 재수가 없다)을 철썩같이 믿는 것을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라고 한다.


인류는 똑똑한 동물이라는데 이런 미신과 비논리적 사고들이 널리 퍼져있는 것을 보면 의아하기만 하다. 왜 우리는 이런 마술적 사고를 발달시켜 온 걸까? 사람들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미신을 믿게 될까? 또 왜 어떤 사람들은 미신에 덜 넘어가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홀딱 넘어가는 걸까?


어린 아이들이나 지식의 양이 부족한 사회가 어른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미신을 쉽게 수용한다는 조사 결과들이 있었다. 충분한 정보나 지적 숙련도가 논리와 비논리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식이 충분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어른인 경우에도 미신적 믿음에 쉽게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보나 지적능력 자체가 부족하다기 보다 (미신을 믿고 싶게 만드는) 어떤 동기적 요소의 영향이 있게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불안과 불확실성이 그런 요소이다.


심리학자 Keinan에 의하면 일례로 말레이시아의 어부들의 경우 좋은 날씨에 안전하고 가까운 해역으로 낚시를 나갈 때는 별다른 주술적 의식을 행하지 않지만, 안 좋은 날씨에 먼 바다로 나갈 경우 다양한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또한 미신의 유행은 경제침체와도 관련을 보인다고 한다. 1920~30년대 독일의 점성술, 오컬트 관련 문헌들을 조사한 결과 경기가 좋을 때에 비해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다양한 이들 미신이 크게 유행했다는 증거들이 나타난다고 한다(Keinan, 1994).


또한 Keinan의 연구에 의하면(Keinan, 1994) ‘전쟁’과 같은 불안하고 매일매일의 생존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미신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걸프 전쟁 당시 이스라엘에서 미사일 폭격이 자주 있었던 지역과 그렇지 않았던 안전했던 지역 사람들을 비교했을 때, 미사일 폭격이 자주 있었던 지역의 사람들이 ‘피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집에 들어갈 때 왼발 말고 오른 발을 먼저 들여 놓아야 한다’, ‘사담 후세인의 사진을 보면 재수가 없다’ 등의 미신을 굳게 믿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이런 경향은 평소에 불확실성을 잘 견디는 사람에 비해 잘 견디지 못하는(예, 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문제가 너무나도 불편한) 사람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먼 바다로의 목숨을 건 항해나 경기 침체, 전쟁 등 크고 작은 불안 상황에서 미신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연구자들은 미신이 사람들에게 어떤 ‘통제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날씨나 바다의 상태, 경기, 전쟁 모두 우리의 지식으로 예측할 수도, 또 통제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통제하길 포기할 수도 있지만 통제감을 잃는 것은 깊은 무기력과 우울을 가져온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생존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 또한 우리는 늘 세상의 모든 것들을 우리 기준으로 설명하려 들고(make sense)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차선책으로 ‘가짜’ 설명이라고 해도 우리는 수용하고 만다(예, 거친 파도는 바다의 신이 노한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나름의 해결 방식을 찾고자 한다(예, 따라서 바다의 신을 기쁘게 하면 된다). 이런 일련의 설명과 해결 방식을 찾는 몸부림 중 하나가 미신의 발명이라는 것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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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해지는 것 외에, 이런 가짜 설명의 쓸모는 뭘까? 연구들에 의하면 이런 미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해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 크게 보인다고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지만, 자신감은 높은 행동력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편, 높은 불안과 스트레스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뇌가 과부하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끌리지 않았을 비논리적인 설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례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의 경우 이런 미신적 사고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었다(Irwin, 1994).


마지막으로 어떤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절박함이 미신적 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자신과 별로 상관 없고 어떻게 되어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잘 안 되었을 경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넘기면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한 무엇이 잘 안 됐을 경우, 또 여기에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거나 어떤 변명이 필요한 경우 사람들은 미신적 사고를 더 쉽게 받아들이곤 한다. 예컨대 내가 좋아하는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졌을 때, 상관 없는 다른 팀이 졌을 때에 비해 ‘무슨무슨 저주의 영향 때문에 진 것’이라는 비논리적인 설명을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난다(Berenbaum et al., 2009).


소중한 것을 향한 절박한 마음을 파고들어 사람을 속이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암 환자들을 상대로 검증되지 않은 무엇을 마법의 약이라며 비싼 가격에 팔거나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하면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며 사람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등 일상 속에서도 많은 예를 볼 수 있다. 절박한 마음은 쉽게 빈 틈을 내주곤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절박해질 때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우리 모두 다 어느 정도는 비논리에 취약한 셈이다.


이렇게 마술적 사고, 미신에 대한 믿음에는 많은 경우 ‘그런 믿음이라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동기가 존재한다. 불안, 불확실성, 큰 스트레스, 트라우마, 절박함 등이 그 중 몇 가지다. 이런 믿음이 어떻게 무너지지 않은 채로 쭉 ‘유지’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고, 적어도 ‘시작’은 그렇다. 사회적으로는, 그 사회에 개인들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로 어떤 대안들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결과들이 나타날 수 있겠다. 우리 사회의 가장 쉽고 빠른 지푸라기들에는 어떤 것(각종 미신 VS. 양질의 정보와 전문적 도움)이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 참고문헌
Vyse, S. A. (1997). Believing in magic.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Keinan, G. (1994). Effects of stress and tolerance of ambiguity on magical think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 48-55.
Irwin, H. J. (1994). Childhood trauma and the origins of paranormal belief: A constructive replication. Psychological Reports, 74, 107-111.
Berenbaum, H., Boden, M. T., & Baker, J. P. (2009). Emotional salience, emotional awareness, peculiar beliefs, and magical thinking. Emotion, 9, 197-205.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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