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6000m 걷는 탐사로봇, 최종실험 현장 가보니

2016년 11월 01일 07:00

게나 가재처럼 기어 다닐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보행형 심해탐사로봇 ‘크랩스터6000’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게나 가재처럼 기어 다닐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보행형 심해탐사로봇 ‘크랩스터6000’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깊이 6000m의 해저에서 게나 가재처럼 기어 다닐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보행형 심해탐사로봇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심해 탐사용 로봇 ‘크랩스터6000’ 개발을 사실상 완료하고 최근 성능 시험을 동아일보에 단독으로 공개했다.

 

크랩스터6000은 스크루로 움직이는 다른 심해잠수정과 달리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섯 개의 다리로 걸어 다니는 해저 보행 로봇이다.

 

지난달 20일 부산 기장군 해양로봇센터의 깊이 9m의 대형 수조에서 크랩스터6000은 수조 바닥에서 꽃게처럼 옆 걸음으로 이동한 뒤 수면 위로 떠올라 빠르게 헤엄쳐 이동하는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이 로봇을 개발한 전봉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존에 스크루로 움직이던 잠수정은 주변 퇴적물을 섞어 놓아 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단점이 있었다”며 “크랩스터6000으로 탐사하면 그럴 일이 없어 해저 생물 탐사에 새로운 차원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개발이 시작된 크랩스터6000은 특히 마그마에 데워진 뜨거운 물이 각종 화학성분과 함께 분출되는 심해 ‘열수광상’의 생태계와 자원을 탐사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열수광상 주변의 생물들은 뜨거운 마그마에서 직접 에너지를 얻는 독특한 생명 유지 구조를 갖추고 있어 지구가 뜨거웠던 원시 지구 당시 생명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로 여기지고 있다.  

 

열수광상 주변은 경사지로 이뤄져 있는데 기존 심해잠수정은 울퉁불퉁한 지역에 착지하거나 한곳에 오래 머물기가 힘들어 근접 관찰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크랩스터6000은 게와 가재의 움직임을 흉내 낸 보행방식으로 이를 극복했다. 이 로봇은 다리 6개 중 3개씩 번갈아가며 움직이는 ‘삼점지지’, 1개만 움직이는 ‘오점지지’ 등 6가지 보행방법을 가지고 있다. 제자리에서 몸을 좌우로 기울이는 ‘롤링’ 등 6가지 자세제어도 가능하다.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다리를 좌우로 들어 지느러미처럼 휘저으며 상하좌우로 헤엄칠 수도 있다. 평상시 탐사할 때는 초속 10cm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지만 수영모드로 변신하면 초속 50cm로 빠르게 움직인다. 이 로봇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유선으로 연결돼 전력을 공급받는다.

 

육지에서는 무게가 1t에 이르지만 내부에는 부력재가 들어 있어 물 속에서는 무게가 20~30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최대 600기압에 이르는 수압을 견디기 위해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 티타늄 등 강도가 높은 소재로 만들었다. 2013년 최대 200m까지 잠수할 수 있도록 개발된 ‘크랩스터200’보다 내압성이 한층 강화됐다.

 

크랩스터6000은 12월 초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에 실려 동해로 간 뒤 해저 1500~2000m 지역을 탐사한다. 12월 중순에는 필리핀 인근으로 이동해 6000m 심해탐사에 나선다. 전봉환 연구원은 “길게 보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비롯해 열수생태계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 탐사에도 쓰일 수 있어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개발한 심해 탐사용 로봇 ‘크랩스터6000’. - 변지민 기자 제공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개발한 심해 탐사용 로봇 ‘크랩스터6000’. - 변지민 기자 제공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20일 부산 기장군 해양로봇센터의 깊이 9m의 대형 수조에서 크랩스터6000 잠수시험하는 모습. - 변지민 기자 제공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20일 부산 기장군 해양로봇센터의 깊이 9m의 대형 수조에서 크랩스터6000 잠수시험하는 모습. - 변지민 기자 제공

 

 


부산=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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