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맞은 아이팟, 그 추억을 돌아보다

2016.10.26 10:00

아이팟이 얼마전 15살 생일을 맞았다. ‘아직도 아이팟이 판매되고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해 아이팟 터치 6세대가 나온 것 외에는 신제품이 잘 나오지 않고 있고, 아이폰을 닮은 아이팟 터치가 아닌 일반적인 아이팟이 나온 것도 지난 2012년 아이팟 나노 7세대가 마지막이었다. 아이팟을 상징하는 하드디스크 아이팟은 지난 2011년에 신제품이 나온 게 마지막이다.

 

 

애플 제공
애플 제공

사실상 이제 음악을 소비하는 매개체가 특정 음악 플레이어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전히 애플은 아이팟 나노와 아이팟 터치를 팔고 있긴 하지만 아이팟의 최신 제품이 터치인 것도 결국 음악을 소비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인터넷에 직접 연결해야 한다는 시대 변화를 증명한다.

 

하드디스크에서 플래시메모리로, 그리고 다시 iOS로 움직여 온 아이팟의 성장도 사실 그 음악 매개체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아이팟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그 시장의 음악 유통 형태와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바로 아이튠즈가 있나, 없나의 문제다.

 

사실 아이팟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아이튠즈라고 보는 편이 맞다. 아이튠즈의 시작은 그냥 음악 플레이어였다. 맥에서 인기를 누렸던 ‘사운드 잼 MP’라는 소프트웨어를 애플이 인수한 것이다. 애플은 여기에 음악 스트리밍을 붙였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음악 시장은 디지털을 놓고 큰 변화를 겪었다. 파일에 대한 복제와 저작권이 애매하던 시기였던 터라 P2P 파일 공유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졌다. 냅스터는 P2P의 대표 주자에 있었고, 아이튠즈는 그 정 반대 자리에서 디지털 음원 유통의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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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냅스터는 음원 저작권자들의 질타와 법적 문제 등으로 서비스를 정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당시에는 음악을 디지털로 구입한다는 것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진통을 아이튠즈로 끌어 안는 데 성공했고, 그 유통 구조는 지금까지 음악 뿐 아니라 비디오, 스마트폰 앱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만히 따져보면 아이팟은 아이튠즈의 휴대용 재생기이자 콘텐츠 소비처로 자라 왔다. 아이폰은 아이팟을 끌어안은 통신 기기였는데, 그 역시 아이튠즈 내의 앱스토어에서 유통되는 앱의 소비처다. 아이팟과 아이튠즈가 있었기에 아이폰이 태어나고,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셈이다.

 

지금도 아이폰이 잘 팔리는 국가들을 보면 과거 아이튠즈가 자리를 잡은 시장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이다. 일본은 콘텐츠에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지불하는 데에 거부감이 없는 시장이고, 디지털 전환도 큰 불편 없이 아이튠즈로 이뤄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까?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 미국과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소리바다와 벅스뮤직이다. 소리바다는 냅스터와 비슷한 P2P 방식 서비스였고, 벅스뮤직은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둘 다 불법이라는 해석이 끊이지 않았지만 서비스는 계속해서 이어지다가 결국 소리바다는 P2P 방식을 포기했고, 벅스뮤직도 무료 대신 유료 서비스로 전환됐다. 그게 현재 우리나라의 음악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뿌리가 됐다.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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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이튠즈 뮤직스토어 없이 하드웨어만 덜렁 들어온 우리나라 시장에서 아이팟은 ‘용량 큰 MP3 플레이어’였다. 아이팟이 처음 나왔을 때 우리나라 MP3 플레이어 시장은 최고 호황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 가격 때문에 32MB나 64MB정도 제품이 가장 인기를 끌 때다. 그에 비하면 아이팟의 5GB는 어마어마한 용량이다. 하지만 일단 아이팟과 우리가 흔히 쓰던 MP3 플레이어는 음악 소비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가장 속썩인 게 바로 아이튠즈다. 일단 음악을 많이 넣을 수 있다고 해서 구입하긴 했는데 이 소프트웨어는 기존에 우리가 음악을 정리하던 폴더, 파일명 대신 ID태그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폴더 형식에 익숙하던 소비자들에게는 지옥같은 파일 관리가 시작된다. 이 형태는 지금까지도 비슷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아이폰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중 하나로 음악 집어넣는 게 꾸준히 꼽히고 있다.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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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그림은 때로 참 묘할 때가 있다. 디지털 음악 소비 형태가 음원 구입으로 자리를 잡았다 싶었더니 시장은 이내 스트리밍 서비스로 다시 돌아서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애플도 아이튠즈 외에 애플뮤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묘하게도 최신의 음악 소비 트렌드를 20년 전부터 다져온 셈이다.

 

아이팟의 15살 생일은 다소 쓸쓸하게 느껴진다. 한때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주머니 속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을 받았던 기기였고, 비슷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던 환경에서 MP3플레이어와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되기도 했던 게 아이팟이다. 애플은 음악 소비 형태를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형태의 음악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아이팟은 아직 그 자리에 있다. 아이팟은 한때 가장 최첨단의 음악 유통, 소비 기기였지만 이제는 음악을 내려받아놓고 그 안에서 골라듣는 형태 자체가 옛날 방식이 됐고, 휠을 돌리는 것 자체가 뭔가 감성적인 움직임이 됐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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