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귀엽지 만은 않다, 미어캣의 두 얼굴

2016.10.25 07:00

미어캣 하면 무슨 생각이 먼저 나시나요? 아마도 사막의 한복판에 두 발로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귀엽고 깜찍한 ‘파수꾼’의 모습이 떠오를 텐데요.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모습이 미어캣의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연구진은 미어캣 암컷이 수컷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두 배 가까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하고 그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Charli Davies, Duke University 제공
Charli Davies, Duke University 제공

사실 동물의 왕국에는 수컷보다 더 강한 암컷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미어캣 암컷 리더의 악행은 악명이 높습니다. 이들은 보통 50여 마리 이상의 암수 미어캣을 자신 아래에 두고 거느리며 여왕 노릇을 하는데요. 자신보다 약한 암컷들이 구해온 먹이를 빼앗는 것은 물론 다른 암컷이 임신을 하면 멀리 쫓아버리기도 하고 그들이 낳은 새끼를 죽여버리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낳은 새끼를 다른 암컷이 돌보게 해서 정작 그들은 자신의 새끼를 돌보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결국 이러한 여왕 미어캣은 다른 하위 미어캣보다 오래 사는 것은 물론 그들의 새끼 또한 살아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위키미디어 커몬스 제공
위키미디어 커몬스 제공

미어캣의 이러한 생태를 확인한 듀크대 연구진은 그들의 호르몬 체계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미어캣은 암컷이 수컷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여왕 미어캣은 두 배 가까이 더 분비되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이렇듯 전통적인 호르몬 체계 자체가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오직 미어캣, 한 종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러니 미어캣 세계에서는 암컷이 리더가 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지요.

 

GIB 제공
GIB 제공

하지만 이러한 호르몬 체계의 이면은 그리 밝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왕 미어캣의 소화기관에는 다른 암컷보다 더 많은 기생충이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으니 말입니다. 이 사실은 듀크대학원생 켄드라 스미스가 박사논문을 위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의 쿠루만 강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37마리의 야생 미어캣 암컷의 배설물을 수집해 측정한 결과,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 스미스는 테스토스테론의 과다분비로 인한 면역체계의 약화를 지목합니다.


필자는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보며 강한 것만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때로는 약한 것이 오히려 나를 더 건강하게 할 수도 있다는 진리가 새삼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위의 두 가지 연구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발표되었습니다.

 

 

※필자소개

민혜영. YBM시사에서 각종 영어 학습 월간지 및 내셔널 지오그래픽 단행본의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외신 번역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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