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극으로 이그노벨상 수상한 폭스바겐, 안망하고 부활?

2016년 10월 23일 10:45

매년 노벨상 시즌이면 노벨상 자체만큼은 아니지만 가십거리로 항상 이그노벨상 선정 결과가 뉴스로 전해진다. 이그노벨상은 1991년 하버드 대학교의 유머 과학 잡지인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들의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장난스럽게 수상자를 발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독특한 이름은 ‘Improbable but Genuine’(있을 것 같지 않지만 진짜인)의 약자 ‘ig’를 썼다는 설과, ‘noble’의 반댓말인 ‘ignoble’을 차용해 만들어졌다는 설 등이 있다.  

관절을 확장하는 기구를 달고 염소와 함게 생활한 것으로 올해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받은 토마스 트워이츠가 시상식에서 실험을 재현하고 있다. - AP Photo/Michael Dwyer 제공
관절을 확장하는 기구를 달고 염소와 함게 생활한 것으로 올해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받은 토마스 트워이츠가 시상식에서 실험을 재현하고 있다. - AP Photo/Michael Dwyer

재미있는 것은 아주 유사한 사례가 영화분야에도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 전날, 할리우드 영화 중 다양한 분야의 최악을 뽑아 발표하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이 바로 그것. 입장료 한 푼이 아까운 영화를 뽑아보자는 취지에서 1981년 창시자 존 윌슨의 집에서 그와 그의 친지들이 모여 시작된 이후, 해가 갈수록 아카데미만큼이나 온갖 미디어들이 큰 관심을 쏟는 상으로 발전했다.


이 두 상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이그노벨상의 경우 그 수상자들 대부분이 자비를 들여서 시상식에 참석하고 수상을 매우 기뻐하는 반면, 골든 라즈베리의 경우엔 수상자들이 시상식 참석은커녕 기본적으로 선정자체를 불명예로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1995년 <쇼걸>을 통해 최악의 감독과 작품으로 선정된 폴 버호벤 감독과 2009년작 ‘All About Steve‘ 로 최악의 여우주연과 최악의 스크린 커플로 선정된 산드라 블록이 직접 상을 받기 위해 나타난 이례적인 사례가 있기는 하다.    

2009년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여주주연상을 수상하기 위해 참석한 산드라 블록 - USA투데이 제공
2009년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여주주연상을 수상하기 위해 참석한 산드라 블록 - USA투데이 보도 내용

그런데 올해 2016년 9월 22일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이그노벨상 시상식에 이례적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수상자가 있었으니, 바로 화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에게 이그노벨상 화학상이 돌아간 것은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다루어진 것처럼 ‘자동차가 테스트를 받을 때만 자동적으로 배기가스를 전기/기계적 조작을 통해 줄어들게 함으로써 오염 문제를 해결했다’는 조롱 섞인 이유에서였다.  

지난 9월 22일 하버드 대학교에서 열린 2016년 이그노벨상 포스터 - www.improbable.com 제공
지난 9월 22일 하버드 대학교에서 열린 2016년 이그노벨상 포스터 - www.improbable.com

이른바 ‘디젤 게이트’, ‘배기가스 게이트’라고 불리기도 하는 폭스바겐 배기가스 스캔들은 지난 2015년 한 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세계적인 이슈 중에 하나였기에, 이그노벨상의 이런 결정은 아주 센스 넘치는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정작 이런 조롱의 대상으로 몰락한 폭스바겐이, 그 엄청난 사기극 뒤에 어찌되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길거리에는 아직 문제가 된 폭스바겐과 아우디 모델들이 돌아다니고, 회사가 망했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 없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현상황을 알아보기 전에 스캔들을 좀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문제가 된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는 처음엔 2009년 이후 2.0L 4기통 TDI(Turbo Diesel Direct Injection)엔진이 장착되어 출시된 제타, 비틀, 골프, 아우디 A3 등 총 8개 모델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중에 3.0L 6기통 엔진이 장착된 투아렉, 포르셰 카이엔, 아우디 A6, A7, A8, Q5 등으로도 논란이 확대된 상태다. 게다가 일부 가솔린 엔진 장착 차량도 의심을 받고 있다.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물러난 폭스바겐의 CEO 빈터콘 - CNN 제공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물러난 폭스바겐의 CEO 빈터콘 - CNN 영상 캡처

이렇게 조작된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차량은 총 1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폭스바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콜 비용을 포함하여 약 20조원을 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드레스덴 공장을 일시 폐쇄하기도 했고, 판매가 저조한 40종의 모델을 단종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클린 디젤의 선구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폭스바겐을 이끌던 마틴 빈터콘 CEO을 비롯한 수많은 최고 경영진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회사의 주가는 2015년 초 31만원(250유로)을 넘는 최고치를 기록하다, 지난해 말 스캔들 이후 50% 정도 폭하여 현재는 16만원(130유로) 내외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중이고, 시가 총액은 총 80조원(630억 유로) 내외에 이른다. 매출도 지난해 보단 약간 줄었지만 올해 1분기엔 55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4조원대의 영업이익과 2조 6천억원 이상의 당기 순이익도 달성한 상태다.

 

폭스바겐의 주가는 지난해 초 최고가 대비 반토막이 났지만 최근엔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폭스바겐의 주가는 지난해 초 최고가 대비 반토막이 났지만 최근엔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세계를 대상으로 자동차 업계 최악의 사기극을 벌인 회사가 망하기는 커녕 엄청난 이익을 내고 아직도 저렇게 큰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니, 언뜻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할인 판매를 시작하여 오히려 판매량이 잠시 늘기도 했으나 지난 7월 말부터는 인증이 대부분 취소되어 판매가 금지된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 비밀은 바로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에서의 성장에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폭스바겐의 중국 판매는 총 285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1%나 증가했던 것. 전체 아시아 시장에서도 311만대를 팔아 약 8% 증가세를 보였다. 본토인 유럽도 판매가 증대되어(3.5%), 미국(-6.1%), 러시아(-5.4%), 남미(-27.2%) 등에서 감소했음에도 전체 판매량이 760만대 가량되면서 지난해 동기대비 2.4% 상승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전체 판매량의 무려 38%를 중국에서 만들어 내면서, 스캔들이 본격화 된지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전세계 판매량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지속적으로 수입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온 중국 시장은 원래 디젤보다는 가솔린 차량 중심이라 스캔들의 영향이 적었고,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 정부가 소비세를 인하해 차량 구매가 급증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문제는 중국의 소비세 인하가 올 연말이면 끝날 예정이라 과연 내년에도 이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기사에서 ‘중국약(Chinese Medicine)의 효과가 끝나가고 있다’(Volkswagen's Chinese Medicine Is About to Wear Off)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운영하는 제작사는 현재 폭스바겐 배기가스 스캔들의 영화화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CNNMoney 제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운영하는 제작사는 현재 폭스바겐 배기가스 스캔들의 영화화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CNNMoney 캡처

재미있는 것은 이 묘한 시점에서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신의 제작사 ‘Appian Way’를 통해 이 스캔들의 영화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디카프리오가 제작하는 ‘사상 최대의 기업 사기극’이 아카데미상으로 갈 것인지 또는 골든 라즈베리상으로 갈 것인지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참고
☞ 이그노벨상
골든 라즈베리상
나무위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항목
월스트리트 저널 ‘Volkswagen's Chinese Medicine Is About to Wear Off’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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