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의 맥주생활 <4> 가을 맥주축제 100% 즐기려면?

2016.10.14 17:00

하늘이 높다. 햇살은 또 왜 이다지도 간지럽도록 폭신한지. 봄볕엔 며느리,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나. 전어는 고소하게 구워지고 대하는 팔딱팔딱 뛰고 꼬막 무침은 칼칼하고… 아아…


놀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H의 마음이 조급하다. 이럴 때 놀아줘야 하는데, 곧 추워질 텐데… 무슨 건 수 없을까.


용산역을 지나다 보니 천막이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계단에 구름 떼처럼 모여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포착된다. 무대 위에선 외국인들로 구성된 밴드가 열정적으로 노래를 하고 있다. 본능적으로 ‘저기다’하는 느낌이 뇌리를 스친다.


가까이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손에 든 것은 맥주. 마치 이곳을 향해 왔다는 듯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며칠 뒤, 길을 걷다가 눈에 띈 현수막. ‘1만2000원 독일 정통 생맥주 무제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생맥주 가격을 감안하면 3잔만 마시면 이득. 4잔부터는 개이득!


자석에 이끌리듯 발길이 맥주집으로 향한다. 지금 독일엔 옥토버페스트가 한창이겠지. 내 비록 뮌헨까지는 못 가지만 여기서 남 부럽지 않게 먹고 마셔보리.

 

독일 옥토버페스트 - pixabay 제공
독일 옥토버페스트 - pixabay 제공

국내에 중소 규모 수제맥주 양조장들과 이들이 만든 맥주를 파는 펍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맥주 업계는 홍보를 위한 맥주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주류박람회, 가평 수제맥주축제, 글로벌코리아비어페스티벌(GKBF) 등 연례적으로 열리는 행사와 함께 개별 양조장이나 펍 등에서 수시로 주최하는 행사도 적지 않다.


이런 맥주 행사의 좋은 점은 무엇보다 맥주를 시중에서보다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 맥주 축제에서는 1잔에 1만원을 넘는 아무리 비싼 맥주라도 정액(1잔당 4000~6000원)에 마실 수 있다. 행사에 앞서 온라인을 통해 ‘얼리버드 티켓’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더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행사라면 그 가격 경쟁력은 말하면 입이 아프다.


특히 일부 맥주 축제에서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미수입 맥주나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지역 맥주 양조장의 맥주를 선보인다. 다양한 맥주를 싸게 마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한껏 신이 난 사람들과 야외에서 함께 즐기면서 마시는 분위기 역시 맥주 행사의 백미다. 

 

지난 5월 자라섬에서 열린 가평수제맥주 축제 - 황지혜 제공
지난 5월 자라섬에서 열린 가평수제맥주 축제 - 황지혜 제공

그러나 싸다고, 많다고 덮어놓고 맥주를 들이붓다가는 대낮에 어머니·아버지도 못 알아보는 사태를 맞게 된다. 실컷 맛있는 맥주를 먹어놓고 어떤 맥주를 마셔봤는지 기억마저 나지 않는다. 맥주가 지천에 깔려있고 흥이 오르는 때일수록 치밀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양조장별 대표 맥주 알고 가기:
축제에 나올 양조장들은 대부분 미리 공개가 된다. 무제한 맥주 행사에서도 어떤 맥주를 마실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미 선지자들이 마셔보고 평가해놓은 글들이 인터넷에 널렸으니 이를 검색하는 성의를 보이면 입에 맞지 않는 맥주로 간만 상하게 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 귀하거나 비싼 맥주 찾기:
축제는 정액제로 그동안 못 마셔봤던 고가의 맥주를 마셔볼 절호의 기회다. 어떤 맥주가 비싼 맥주인지 알아보고 쏙쏙 골라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축제에 가자마자 이들 맥주를 향해 직진하지 않으면 ‘솔드아웃’ 표지를 만나게 된다.


· 약한 향부터 강한 향으로:
‘라거’나 ‘필스너’처럼 향이 약한 맥주부터 시작해서 ‘페일에일’, ‘브라운에일’ 등 꽃향기와 과일향기를 내뿜는 각종 에일들을 먹고, 여기에 씁쓸함을 더한 ‘인디아페일에일(IPA)’을 거쳐 초콜렛, 커피의 진득함까지 갖춘 검은 맥주 ‘스타우트’로 마무리하면 축제의 완성.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맥주에 둘러싸여 있는 천국 같은 시간이지만 야외에서 열리는 맥주 축제는 대부분 자리가 불편하고 시끄럽다. 또 플라스틱잔에 맥주를 마셔야 하고 모든 것이 ‘셀프서비스’다. 안주도 푸드트럭 수준에서 제공된다.


관절이 안 좋은 분들, 안주발을 중히 여기는 분들에게는 펍에서 열리는 행사를 권한다.


이런 맥주 행사 정보는 네이버 카페 ‘맥주탐험대’, ‘맥주야 놀자’ 등 커뮤니티에서 얻을 수 있다. 포털에서 맥주 축제로 검색해도 가을날 정줄 놓고 놀 곳이 쉽게 파악된다.


이번 주말(10월 16일)까지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는 ‘북한산비어페스티벌’, ‘오산오색시장 야맥축제’, ‘대전수제맥주축제(10월 15일까지)’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옥토버훼스트, 밴드오브브루어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의 펍에서 무제한 맥주 행사도 진행중이다.


피해보려 애쓰지만, 맥주 행사의 끝은 언제나 다음날의 깊은 숙취로 마무리된다. 숙취, 피할 수 없으면 즐기련다.

 


<’1일 1맥’ 추천맥주>

 

필스너우르켈 제공
필스너우르켈 제공

이름 :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도수 : 4.4%


밝은 황금색에 깔끔한 맛과 향이 매력인 ‘필스너’ 스타일의 원조 맥주다. 1842년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남쪽에 위치한 도시 필젠(Pilsen)에서 처음 만들어져 필스너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르켈은 ‘원조’라는 뜻이다. 체코에서 시작돼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필스너 스타일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조밀하고 풍부한 거품이 만들어지고, 약한 포도향이 감도는 홉의 향기와 빵과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상쾌하고 뒤끝 없는 맛으로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지만 적당히 마시자.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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