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전체, 서양인과 1만8210개 구조 달랐다

2016.10.06 07:00

 

미국 국립일반의학연구소 제공
미국 국립일반의학연구소 제공

서정선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인간 유전체(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한국인의 세포를 이용해 인간의 유전체 지도를 새롭게 그려낸 것이다.

 
서 교수의 논문을 게재한 네이처는 “현존하는 유전체 분석 결과 중 가장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도 “이번 연구 결과는 외국에만 있던 인간 유전체 지도를 국산화한 것으로 분석 방법이 과거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정밀도가 높아 다양한 연구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른 유전체 지도를 참고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로 완벽한 유전체 지도를 완성해 냈다. 한 번에 1만5000개의 염기서열을 읽는 ‘롱리드 시퀀싱’이라는 최신 분석 기술을 동원한 덕분이다. 한 번에 염기서열 150개만 읽을 수 있었던 기존 기술에 비해 분석 속도를 월등히 높인 덕분이다. 최근 이 같은 대규모 유전체 분석 기술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롱리드 시퀀싱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정확하고 많은 유전체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다양한 유전체 연구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2009년에 자신들이 분석했던 유전체 ‘AK1’을 22개월에 걸쳐 처음부터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유전체의 공백 부분, 일명 ‘갭(Gap)’의 93%를 밝혀냈다. 갭은 염기서열 중 유달리 그 서열을 분석해 내기 어려운 부분으로, 그 길이와 서열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부분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큰 숙제였다.

서 소장 팀은 표준 유전체 지도에 있던 190개의 갭 중에서 55%에 해당하는 105개를 정확히 밝혀냈다. 또 부분적으로 밝혀낸 72개 갭까지 합치면 몰랐던 갭 중 93%를 밝혀낸 셈이다. 서 소장 팀의 정확한 분석 결과는 표준 유전체 지도를 발표하는 게놈 연구 국제 컨소시엄에서도 탐내고 있다. 현재 세계 표준 유전체 지도인 ‘GRCh38’의 갭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소장은 “추후 연구 결과를 어떻게 표준 유전체 지도에 반영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특히 한국인만의 유전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알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K1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표준 유전체 지도와 비교해 1만8210개 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찾아냈다. 유전체 안에서 염기서열 50개 이상이 다를 경우 1개 구조로 보고 있다. 이 중 1만1175개 구조는 이번에 새로 밝혀졌는데 한국인에게만 있는 것이 7710개, 서양인에게만 있는 것이 3465개였다. 이런 차이점은 앞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징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국제 공동연구를 위해 2월 새로운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인 ‘게놈 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생명공학 벤처기업 마크로젠이 진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아시아 1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도 게놈 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서 소장 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내년까지 1만 명, 3년 뒤까지 10만 명의 아시아인 유전체 정보를 분석할 계획이다.

  
서 소장은 “아시아 각국과 민족별 표준 유전체 지도를 구축할 것”이라며 “한국이 기술적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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