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선유담, 천진호] 사라질 위기, 갈림길에 선 선유담, 천진호

2016.10.06 16:00

사라진다는 것은 비단 사람만의 두려움은 아닐 터. 자연도 그렇다. 석호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호수여서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라고 앞서 이야기했었다. 여기 육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그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석호들이 있다. 선유담, 천진호를 차례차례 돌아보았다.

 

다양한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천진호. 수생태계의 보고다. - 고종환 제공
다양한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천진호. 수생태계의 보고다. - 고종환 제공

화랑들이 노닐던 선유담의 위기   


신라시대 사선랑인 영랑, 남랑, 술랑, 안상이 바둑과 장기를 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석호가 있다. 선유담이다. 노송이 많고, 꽃나무가 만발하고, 호수 가득히 순채가 절경을 이루었다고도 한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도 이곳에 반해 화폭에 담았다.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에 있는 선유담.유역면적은 0.71㎢다. - 고종환 제공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에 있는 선유담.유역면적은 0.71㎢다. - 고종환 제공

지금 선유담은 이곳 담당자가 아니면 찾기도 힘들다. 선유담을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환경감시대원과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어르신 뿐이라고 한다. 선유담으로 향하는 진입로부터 난항이었다. 선유담은 국도가 확장되며 고립된 석호가 되어버렸다. 해안과 단절되면서 기수호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조명환 죽왕면 환경감시반장의 안내를 받으며 선유담 탐방 ing - 고종환 제공
조명환 죽왕면 환경감시반장의 안내를 받으며 선유담 탐방 ing - 고종환 제공

선유담은 육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담수 면적도 매우 적게 남아 있는 상태다.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선유담은 호소면적의 60% 이상이 건육화와 관계있는 식물이 덮고 있어 건육화 상태가 아주 심각한 석호 중 하나라고 한다. 주변 농경지에 의해 유역면적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갈대 습지로 인한 육화 정도가 심한 선유담. - 고종환 제공
갈대 습지로 인한 육화 정도가 심한 선유담. - 고종환 제공

이곳엔 가학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호수를 전망하던 운치 있는 정자였다. 허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단원 김홍도의 <금강사군첩-가학정> 에서나 그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 정자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대시인인 택당 이식 선생이 간성현감으로 왔을 때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그 터만 쓸쓸히 남아 있다. 

 

곳곳에 핀 물옥잠. - 고종환 제공
곳곳에 핀 물옥잠. - 고종환 제공

고성군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비지정문화재인 선유담과 가학정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 진행 상황은 더디기만 했다. 그러다 2012년 기초조사사업 학술연구가 진행되었다. 2015년 선유담, 가학정터 복원 및 공원화 조성사업이 재추진되었다. 원형복원 방안은 선유담 진입로 정비, 가학정 옛 모습 복원, 연꽃 군락지 조성, 갈대숲 체험 및 호수길 생태탐방로 개설 등이다.


2015년 10월엔 ‘고성 비지정문화재(선유담, 가학정터) 복원 및 활용방안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며 활동이 이어졌다. 하지만 필자가 선유담을 찾았을 땐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었다. 환경감시대원들의 관리 감독과 정화 활동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갈대 습지 사이로 수련잎을 발견했다. - 고종환 제공
갈대 습지 사이로 수련잎을 발견했다. - 고종환 제공

선유담은 워낙 규모가 작고, 겨우 형태만 남아있는 석호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히려 복원 과정에서 현재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선유담은 육화가 진행되며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 예고돼 있다. 큰 변화를 주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며 그 속도를 조금 더디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부디 현명하게 선유담을 지켜가면 좋겠다.         

 


수생식물 박물관, 천진호의 위기   


천진호에 도착했다. 수련잎들이 수면 위를 가득 채웠다. 꽃이 필 시기가 다소 지났는데도 군데군데 하얀 수련이 피어 있었다. 천진호 역시 선유담 못지않게 갈대가 무성했다.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천진호는 동해안 18개 석호 중에서 침수식물과 부엽식물이 가장 넓게 발달한 석호라고 한다. 천진호 유입천 부위에는 아까시나무군락, 갈대군락, 줄군락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그 주변으로는 가래군락이 분포한다. 멸종위기식물들도 자생하고 있다. 수생식물의 박물관이라고 할 만하다.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생하는 천진호. 담수화된 석호의 육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석호라 할 수 있다. - 고종환 제공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생하는 천진호. 담수화된 석호의 육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석호라 할 수 있다. - 고종환 제공

천진호는 수면으로부터 침수식물, 부엽식물, 정수식물이 어우러진 동심원적 구조를 잘 보여주는 석호라고 한다. 그래서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석호다. 하지만 그만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석호를 관리 감독하며 정화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와서다.
   

천진호도 다른 석호들처럼 시련이 많았다. 호수 주변에 대학교가 설립되고, 병원이 입지하면서 호수가 훼손되었다. 옹벽공사로 완충지대가 훼손되기도 했다. 주변 공장과 농경지 등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어 수질이 악화되기도 했다.

 

유역면적 0.26㎢의 천진호. 고성군 토성면 천진리, 봉포리에 자리한 석호다.수련이 수줍게 피어나 있다. - 고종환 제공
유역면적 0.26㎢의 천진호. 고성군 토성면 천진리, 봉포리에 자리한 석호다. 수련이 수줍게 피어나 있다. - 고종환 제공

천진호도 선유담처럼 해수 유입이 차단되면서 기수호의 특성이 사라져 버렸다. 육화가 가속화되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원주지방환경청 자료에 따르면, 천진호는 2010년 호소면적 0.025㎢, 2012년 0.024㎢, 2013년 0.022㎢로 3년간 88%의 면적만이 남았다. 천진호의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생물들이 살아갈 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다.

 

보전 가치가 높은 천진호를 건강하게 지켜야 할 때다. - 고종환 제공
보전 가치가 높은 천진호를 건강하게 지켜야 할 때다. - 고종환 제공

천진호는 지난 편 봉포호처럼 생태계 교란종인 블루길, 황소개구리 때문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들의 천적인 가물치를 방류하고,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통발과 어망을 이용해 이들을 포획하는 등 생태계 퇴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로 인해 붕어, 잉어 개체수가 전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생태계 교란종 포획, 퇴치 활동은 오는 10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석호 열한 번째 이야기, 고성 선유담, 천진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하며


고성 선유담과 천진호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육화가 진행되는 것이 석호의 자연적인 하나의 과정임에도 지나친 개발로 그 시기를 앞당긴 꼴이라서 안타깝기만 하다.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어도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건강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더는 석호가 훼손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