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에 대한 두려움

2016.09.27 12:00

인간은 사회적 동물, 그러니까 단순히 무리를 지어 산다는 것을 넘어, 소외당하거나 평판이 추락하는 등 무리로부터 멀어지게 되면 외로움과 고독, 절망 등의 부정적 감정에 빠지게 되는 반면 인정을 받거나 사랑을 받는 등 무리로부터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면 자존감 및 행복감이 상승하는 존재이다. 많은 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바,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 있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행복, 건강 및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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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umeister 등 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소속 욕구(need to belong)는 식욕, 성욕과도 같은 가장 근본적인 욕구 중 하나이며, 반대로 소속되지 못하는 것, 무리로부터의 영구적인 소외와 거절은 사망선고와도 비슷한 효력을 지녔다.


그러다 보니, 우리들은 소외와 거절을 두려워 한다. 이것들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혹시라도 누군가 나를 싫어할까봐, 눈 앞의 상대방이 나로 인해 불쾌함을 느끼거나 혹은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지루해할까봐 걱정하곤 한다. 이런 타인으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rejection)은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외의 결과가 파괴적임을 생각해 보면 이를 두려워 하고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은 때로 소외를 더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연구들에 의하면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상황 전반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편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다양한 상황에서 더 많이 긴장하고 초조해 하며 불안에 떠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비교적 높다(Langens & Schüler,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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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만 스트레스를 받고 마는 것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금방 주변 사람들에게도 ‘잘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이 나를 불편해 하는군’ 같은 불리한 메시지를 주곤 한다. 두렵고 미숙할 뿐이지만 상대방의 머리 속에서는 ‘나를 불편해 하거나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좋다.


또한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람들이 자신을 아껴주고 가치있는 사람으로 여겨 줄 것, 사랑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낮아 대인관계에 있어 자신감이 낮은 편이다. 도움을 받을 확률을 낮게 지각해 어려울 때도 도움을 잘 청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적 지지와 관련된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사회적 지지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도 자신을신경써주고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기만 해도 어느 정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반면 실제 도움이 존재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스스로 믿지 않으면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을 리 없어") 도움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Coyne & Downey, 1991). 사회적 지지는 전달하는 사람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지각(perception)과 함께 완성된다는 것이다. 즉 이는,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사람들은 설령 사회적 지지가 존재 하더라도 그 효과를 잘 보지 못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절에대한 두려움이 클 경우 이렇게나 손해가 크다.


개인적으로 이런 두려움을 크게 느끼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타인을 즐겁게 만들어 보려고 애쓰다가 빨리 방전되고 말았다. 결국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몸과 마음이 지치는 시간’이 되어 어떻게든 피하고픈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친구들을 몇 만나게 되었고,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다양하듯 (조용히 앉아서 같이 책만 보고 있어도 즐거운 친구가 있듯이), 그들도 나에게서 각자 서로 다른 뭔가를 발견하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인연이 되지 않더라도 뭐 어떤가. 사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이어진다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닐까?


보통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망칠까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인간관계가 물론 중요하지만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천천히 내 기준과 내 페이스로 만들어가면 망할리 없다고, 또는 조금은 망해도 괜찮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 참고문헌
Langens, T. A., & Schüler, J. (2005). Written emotional expression and emotional well-being: The moderating role of fear of rejec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1, 818-830.
Coyne, J. C., & Downey, G. (1991). Social factors and psychopathology: Stress, social support, and coping processe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42, 401-425.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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