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의 맥주생활 <2>마트 맥주 정복

2016.09.30 17:30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을 마음 속에서 떠나 보내고 새로운 다짐으로 맥주 생활을 시작한 H. 주말 마트에서 습관처럼 카스 6캔 팩을 집어 들다 옆을 바라보니 낯선 맥주병과 캔들이 ‘내가 누구게?’하면서 말을 건다. 다시 힐끗 쳐다보니 ‘나를 얼른 잡솨봐’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 마음 약한 H. 그 애절한 눈빛을 거부하지 못하고 한걸음 다가가본다.


아, 많아도 너무 많다. 어지럽다. 뭘 집어야 하지? 가까이 가보니 ‘라거’, ‘에일’, ‘람빅’ ’밀맥주’ 등 푯말이 보인다. 맥주 하나 마시는데 이런 복잡한 것들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지만, 소맥의 황금비율을 찾아 정진했던 지난 날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맥주를 향해 힘차게 쇼핑카트를 밀어본다.


어림잡아도 맥주가 100종은 넘을 것 같다. 이 맥주들을 하나하나 마실 생각을 하면서 흐뭇해진 H. 큰맘 먹고 좀더 알아보기로 한다.

 

마트 맥주

맥주의 스타일은 100가지가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맥주 양조장에서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하고 있다. 스타일 간 경계가 모호해 전문가들마저 판별하기 어려운 맥주도 부지기수다. 큰 범주만 알아두면 마트 맥주 쇼핑에 충분하다.

 

● 라거는 뭐고, 에일은 무엇?


맥주의 스타일은 크게 라거(Lager), 에일(Ale)로 나눈다. 이들의 차이는 효모와 발효 온도에서 나온다. 라거는 상대적으로 저온(4~10℃)에서 발효하고 에일은 고온(16~24℃)에서 발효한다.


라거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맥주라고 생각하면 된다. 황금색 투명한 액체에 거품, 탄산이 있고 가벼운 청량감과 쌉쌀함이 느껴진다. 밝은 색으로는 페일라거(Pale Lager), 필스너(Pisner) 또는 필스(Pils), 헬레스(Helles) 등이 있고, 검은 맥주로는 둥켈(Dunkel), 슈바르츠(Schwarz) 등이 있다.


중요한 건 에일이다. 에일을 좀 읊어줘야 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할 수 있다. 특히 아래 소개되는 인디아페일에일(India Pale Ale)의 탄생 배경을 알아두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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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 맥주는 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한 색깔과 향과 맛을 보여준다. 꽃향기, 귤, 오렌지, 건자두, 바나나, 캐러멜, 토스트, 쓴맛, 단맛, 매콤한 맛 등을 느낄 수 있다. 맥아, 홉, 효모, 물 등 맥주의 네 가지 재료의 종류, 비율에 따라 다양한 풍미가 나탄나다.


대표적인 스타일로 바이젠(Weizen)·바이스(Weiss)·윗(Wit), 페일에일(Pale Ale), 브라운에일(Brown Ale), 인디아페일에일(IPA), 스타우트 등이 있고 같은 스타일이라도 국가, 지역별로 맛이 또 다르다.


바이젠·바이스 : 밀을 섞어 만든 맥주로, 탁하며 바나나와 같은 달콤한 과일향과 밀향 등을 느낄 수 있다.
페일에일, 브라운에일, 레드에일, 앰버에일 : 꽃이나 풀향기, 오렌지, 자두 등 과일향 등이 느껴진다. 페일, 브라운, 레드 등은 색깔 구분.
인디아페일에일(IPA) : 농도 짙은 페일에일이라고 보면 된다. 더 진한 꽃, 과일 향과 시큼한 맛, 씁쓸한 맛 등을 경험할 수 있다. IPA는 영국이 식민지인 인도에 맥주를 보낼 때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방부 효과가 있는 홉을 다량 넣고 도수를 높여서 만든 맥주다.

스타우트: 짙은 검은색으로 볶은 보리를 사용해서 캐러멜, 초코렛, 훈제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쓴맛도 난다.


그밖에 람빅(Lambic)은 라거나 에일이 인위적으로 효모를 투입해 발효시키는 것과 달리 공기 중 야생효모가 모여 발효되도록 하는 자연발효 맥주다. 마트에 있는 람빅 맥주는 딸기, 라즈베리 등 과일과 섞어 나온 제품들이다. 시큼, 달콤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라거와 에일의 분류는 어디까지나 짧은 분량으로 설명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맥주 덕후들의 공격 차단용) 저온 발효한 라거맥주인데도 꽃향기, 오렌지향이 풍부한 맥주도 있다.

 

맥주 스타일 분류 - A Drinkers Guide to Beer 제공
맥주 스타일 분류 - A Drinkers Guide to Beer 제공

이런 걸 백날 천날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좌절할 필요 없다. 맥주에 대해 아는 방법은, 다행스럽게도, 많이 마셔보는 것뿐이라고 대다수의 맥주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다.

 

● 마트에서 맥주 고르는 요령


본격적으로 마트에서 맥주를 골라본다. 기본적으로 독일·미국·벨기에·영국·아일랜드 등 이역만리 타국에서 온 이 맥주들은 까다로운 수입업자들과 마트 MD의 손을 거쳐 진열된 제품들로,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대부분 가격에 걸맞은 질을 가지고 있다. 돈에 구애 받지 않는다면 비싼 맥주를 고르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경제 3주체 중 하나인 합리적인 소비자가 아닌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익을 누려보자.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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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나 밀맥주(바이젠·바이스∙윗)의 경우 병/캔 당 2500원 이하로도 충분히 좋은 맥주를 고를 수 있다. 마트에서 네캔에 9600원에 파는 맥주 중 알짜배기가 많다. 교차 구매가 가능한 만큼 최대한 다양하게 골라서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아보면 된다. 2주쯤 후에 가면 행사 맥주 라인업이 달라져 있다. 또 네캔을 주워 담는다.


에일맥주는 이런 라거, 밀맥주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싸다. 향이 강하거나 도수가 높을수록 재료가 많이 필요하고, 원가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일단 4000~5000원대 IPA, 페일에일, 브라운에일 등을 사서 혀의 품격을 높여본다.


그리고 자주 마트에 들른다. 8000~9000원이었던 맥주가 어느 순간 절반 가격으로 떨어져 있는 게 보인다. 누가 채가기 전에 재빨리 카트에 담는다. 대부분 상미기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임박한 맥주를 할인판매하는 경우다. 많은 맥주 전문가들이 신선한 맥주가 맛있다고 강조하지만, 배 타고 물 건너 오면서 이미 맛이 변했을 것이라고 믿으며 싼 맥주를 득템한다. 

 

이렇게 맥주를 마시다보면 입맛에 맞는 걸 찾게 되고, 라거니 에일이니 하는 스타일 분류가 얼마나 부질 없는지 깨닫게 된다.


아~ 덧없는 인생사, 맥주나 마셔야겠다.


<’1일 1맥’ 추천맥주>
 

이름 : 바스 페일에일(Bass Pale Ale)
도수 : 5.1%


1777년부터 생산된 영국 스타일 페일에일의 대표주자다. 잉글리쉬 페일 에일은 아메리칸 페일에일과 달리 꽃향기, 과일 향기가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것이 특징이다.


바스 페일에일은 붉은 색이 도는 구릿빛 색상에 상쾌한 과일향과 빵 같은 향도 느껴진다. 바스 브루어리의 붉은 삼각형 로고는 영국에서 최초로 상표권이 등록된 로고로 유명하다.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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