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송지호’만 같아라

2016.09.15 17:25

석호 탐방을 하면서 드디어 모범 답안이 되는 석호를 찾았다. 바로 송지호다. 18개의 석호 중 수질이 가장 양호하다는 송지호.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호수인데도 깨끗하다. 어떻게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안고 호수를 찾았다.

 

송지호의 온화한 풍경은 여전하다. - 고종환 제공
송지호의 온화한 풍경은 여전하다. - 고종환 제공

●자연과 인간의 상생은 이런 것, 송지호


6개월 만에 송지호를 다시 찾았다. 죽왕면 환경감시반장 조명환 씨가 동행했다. 그는 수시로 호수를 돌아보면서 호수의 상태를 살피고, 버려진 쓰레기는 없는지, 불법 행위를 하는 사람은 없는지 등을 감시한다. 자신을 비롯해 여섯 사람(석호 부유쓰레기 작업반)이 환경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둘레길을 걸으면서도 사이사이 보이는 생태계 교란식물을 제거하기도 했다. 송지호가 깨끗하게 보존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석호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9월의 걷기 좋은 여행길로 선정된 송지호 둘레길. - 고종환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9월의 걷기 좋은 여행길로 선정된 송지호 둘레길. - 고종환 제공

송지호가 석호 중에서 가장 수질이 양호한 이유를 그에게 물었다. 오염원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수 가까이에 있는 마을도 왕곡마을뿐이다. 유역인구가 적고 가축 수도 적다. 그래서 호수 주변 식생과 수질이 잘 보존될 수 있었다. 이곳은 재첩 생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염분이 적은 기수호에 서식하는 민물조개다. 이것은 수질을 맑게 해주는 수질정화 작용도 한다. 호수를 깨끗하게 해주는 숨은 공로자인 셈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송지호(2014년 5월 항공 촬영).   - 고성군청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본 송지호(2014년 5월 항공 촬영).   - 고성군청 제공

원주지방환경청 동해안 자연호수 석호 자료에 따르면 예전엔 화진포, 매호, 향호 등 석호 대부분에서 재첩이 서식했으나 환경오염과 서식환경 변화로 지금은 송지호에서만 재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송지호에 재첩이 잘 서식할 수 있는 것엔 고성군청과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숨어있기도 하다.

 

지난 7월 민․관․군 합동 석호 살리기 캠페인 진행,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및 환경정화 활동을 했다(왼쪽 사진). 돼지풀은 비염과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토착식물의 생육을 저해하는 생태계 교란식물이다.  - 고종환 제공
지난 7월 민․관․군 합동 석호 살리기 캠페인 진행,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및 환경정화 활동을 했다(왼쪽 사진). 돼지풀은 비염과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토착식물의 생육을 저해하는 생태계 교란식물이다.  - 원주지방환경청, 고종환 제공

이곳의 재첩은 품질이 우수해 대부분 양이 일본으로 수출된다. 지역 주민의 큰 소득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고성군은 연간 채취량을 제한하고 있다. 자원 보호를 위해서다. 허가를 받은 주민에 한해서만 재첩 채취가 가능하다. 1일 채취량, 채취 기간, 시간도 정해져 있다.

 

규제가 엄격하지만 재첩 자원고갈을 막기 위한 노력엔 한마음이다. 한때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고, 폐사 현상까지 발생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 이후 재첩 채취가 더욱 엄격해졌다. 올해도 재첩 채취를 시행했다. 하지만 며칠 시행하다가 중단되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어린 재첩이 많아서 이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금년도 재첩 채취를 중단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관리와 감독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소망한다. - 고종환 제공
지금처럼 체계적인 관리와 감독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소망한다. - 고종환 제공

송지호엔 황어, 붕어, 숭어, 전어, 빙어 등의 담수성 어류와 해양성 어류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갯봄맞이도 자생한다. 이들이 건강하게 서식하는데 오늘도 석호를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은 진행 중이다.

 

●옛 모습 그대로를 지키다, 고성 왕곡마을 

 

송지호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마을이 있다. 왕곡마을이다. 처음 온 곳인데 뭔가 낯설지 않다. 알고 보니 영화 <동주> 촬영지다. 북간도 용정마을로 등장한 곳이 바로 왕곡마을이다. 영화 속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중요민속문화재 제235호인 고성 왕곡마을. - 고종환 제공
중요민속문화재 제235호인 고성 왕곡마을. - 고종환 제공

영화에서도 보았듯이 왕곡마을은 북방식 전통가옥과 초가집 군락이 잘 보존돼 있다. 이는 19세기 전후에 건축되었다. ‘ㄱ’자형 외관이 눈길을 끈다. 이는 안방과 사랑방, 마루와 부엌을 한 건물 안에 나란히 배치한 일자집에 외양간을 덧붙인 것이다. 겨울이 긴 산간지방에서 추위를 견디기 위한 방책이었다.

 

가옥의 본채가 ㄱ자형 구조다. - 고종환 제공
가옥의 본채가 ㄱ자형 구조다. - 고종환 제공

대문이 없는 개방적인 구조 또한 특징이다. 겨울에 햇볕을 충분히 받고, 눈이 많이 쌓였을 땐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신 매서운 바람을 막고자 뒷담을 높게 했다. 집마다 항아리 굴뚝도 신기해 보인다. 이는 굴뚝을 통해 나온 불길이 초가에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그 열기를 집 내부로 다시 들여보내는 원리가 숨어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항아리 굴뚝(왼쪽 사진). 영화 ‘동주’에 나왔던 정미소. - 고종환 제공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항아리 굴뚝(왼쪽 사진). 영화 ‘동주’에 나왔던 정미소. - 고종환 제공

가옥 형태는 19세기를 전후하지만, 마을의 역사는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은 양근 함씨, 강릉 최씨 집성촌이다. 먼저 터를 잡은 건 양근 함씨다. 양근 함씨 함부열은 고려말 마지막 충신인 두문동 72현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성계의 조선 건국에 반대해 간성으로 낙향하게 되었다. 그의 손자 함영근이 이곳 왕곡마을에 정착하게 되면서 함씨 후손들이 대대로 이곳에서 살게 된 것이다. 강릉 최씨의 마을 정주 기간도 약 500여 년이라고 한다.

 

왕곡마을은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150여 년에 걸쳐 마을이 다시 형성되었다. 그 후로 수백 년간 전란이 일어나고, 대형 산불이 났지만 이곳은 전혀 화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함희석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효자비 - 고종환 제공
함희석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효자비 - 고종환 제공

 

토실토실 잘 익은 밤! 가을을 알린다. - 고종환 제공
토실토실 잘 익은 밤! 가을을 알린다. - 고종환 제공

옛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멈춰 있는 것에 감사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느린 걸음을 허락하는 것 같아서다. 옛 모습을 지켜가는 아름다움에서 무조건적인 변화가 답은 아니라는 것도 일러주는 것 같다. 
 
꿀팁 4큰술 
<1큰술> 주소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동해대로 6021 (오봉리 산 171-1)
<2큰술> 왕곡마을에서 한옥 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숙박 요금은 가옥별로 25,000~50,000원이다. 집의 원형 보존을 위해 화장실, 샤워시설 등이 본채와 구별되어 있어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자세한 예약 안내는
홈페이지를 확인할 것.
<3큰술> 왕곡마을로 떠나는 생생시간여행 프로그램이 10월까지 진행된다. 전통문화체험, 별자리 관측, 먹을거리 체험 등 다양하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확인할 것.
<4큰술> 송지호 둘레길의 또 다른 여행법 ‘자전거 타고 호수 한 바퀴!’. 송지호 관망타워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신분증 지참할 것.
   

 

●석호 여덟 번째 이야기, 고성 송지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하며


송지호 탐방은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시간이었다. 혹시 명절증후군을 달래줄 곳을 찾는다면 두말하지 않고 이곳 송지호를 추천하고 싶다. 당신의 지친 몸과 마음도 이곳에서 쉬어가면 좋겠다.

 

※송지호 석호 탐방에 도움을 준 원주지방환경청 남정희 주무관, 고성군청 안수용 주무관, 토성면 환경감시반장 엄종현 님, 죽왕면 환경감시반장 조명환 님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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