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불안한가요? 지진 공포 이겨내려면 이렇게!

2016.09.16 21:18

※ 편집자주. 이제 우리 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일까요? 작년 경주 지진에 이어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또 다시 강도 높은 지진이 일어나자 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늘어난 듯 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연의 격변에 적응하며 살아왔는데요, 지진과 같은 재난이 엄습할 때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요? 지난 경주 지진을 계기로 쓴 글이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의미있는 내용일 듯 하여 다시 소개합니다.  

 

이제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12일 오후 경주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1, 5.8의 상당한 강진은 온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지진파를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가장 강력한 규모라고 합니다. 비록 규모 7~8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지진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이지만, 평소 지진에서는 안전하다고 여겼던 만큼 더욱 놀라움이 큰 것 같습니다. 아직 정확한 피해규모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부디 큰 피해가 없기를 기원합니다.

 

GIB 제공
GIB 제공

지진과 인류의 역사


지진(그리고 화산폭발)은 사실 인류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등장합니다. 아프리카에는 거대한 계곡, 동아프리카 대지구대(the Great Rift Valley)라는 곳이 있습니다. 동서의 서로 다른 지질구조판이 조금씩 분리되면서, 그 사이에서 다양한 지질활동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사실 계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합니다. 북쪽으로는 홍해와 사해를 넘어 갈릴리 해까지 이어지는 대지구대는, 남쪽으로는 에디오피아, 케냐, 우간다, 르완다, 브룬디, 잠비아, 탄자니아, 말라위를 지나 모잠비크까지 이어집니다. 총 길이가 무려 3000km에 달하니, 한반도 길이에 세 배 정도 되는 군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킬리만자로 산도, 바로 이 지구대에 위치한 화산입니다.


수천만 년 전부터 계속된 지질 활동은, 대지구대의 기후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약 2000만 년 전, 아프리카는 지금과 달리 열대림이 무성한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식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지구대 좌우로 지각이 분리되고, 화산과 지진활동을 통해서 동부 아프리카에 거대한 고원이 형성됩니다. 협곡의 동쪽에는 이른바 ‘비그늘(rain shadow)’라고 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광대한 숲이 점점 사라지고, 작은 숲이 모자이크처럼 나뉘게 됩니다. 덥고 건조한 사막, 탁 트인 사바나, 춥고 축축한 고지대, 그리고 남아있는 열대림 등 다양한 환경이, 동아프리카의 넓은 지역에 점점이 조각조각 이어지게 됩니다.

 

동아프리카 대지구대의 에르타 알레(Erta Ale)화산. - filippo_jean(F) 제공
동아프리카 대지구대의 에르타 알레(Erta Ale)화산. - filippo_jean(F) 제공

이렇듯 다양한 환경은 다양한 생태압을 유발하여, 인류의 조상, 즉 호미닌의 분화를 촉진하게 됩니다. 흔히 ‘루시(Lucy)’라고 알려진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도 이곳에서 발굴되었고, 직립보행의 직접적 증거로 여겨지는 유명한 ‘라에톨리(Laetoli)’ 발자국 화석도 바로 여기서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지구는 빙하로 인한 해수면 하강, 적도 해류 변화에 의한 동아프리카의 건조 한랭화, 지중해가 대서양이 서로 막히는 메시니아 염분 위기 등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이러한 ‘기상이변’은 역설적으로 인류의 진화를 촉진하기도 했습니다.


수백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불과 7만3500년 전 인도네시아의 토바 화산(Toba)의 대폭발은 당시 총 인구를 불과 수천 명 수준으로 떨어뜨린 대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대형 재난 후에 찾아오는 인구의 병목 현상(bottleneck effect)이나 혹은 이소성 격리에 의한 종분화(allopatric speciation)가 현생 인류로 진화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끊이지 않는 거대한 자연재해에 의한 희생의 역사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적응하고 또 변화해가면서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을 만들어 온, 극복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진을 경험하는 인간의 반응


기나긴 지질학적 관점에서는 자연재해가 긍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당장 재해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재난, 특히 지진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적 반응을 보일까요? 지진은 일차적으로 건물의 붕괴나 사물의 추락, 속발하는 화재나 해일 등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를 유발합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심각한 수준의 정신적 후유증을 앓을 수 있는데, 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성격 변화, 인지능력의 변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진의 경험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또한 불쾌합니다.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땅 전체가 흔들린다는 느낌은,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비록 엄청난 피해를 유발하는 대지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진을 겪은 집단은 상당기간 정서적인 후유증을 앓을 수 있습니다. 지진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집이나 재산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지진의 의한 주요 심리적 반응
o 늘 긴장하면서, 작은 일에 쉽게 놀라게 된다.
o 잠을 들지 못하거나, 자주 깨게 된다.
o 지진에 대한 생각과 기억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특히 조심해야 할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심각한 지진의 피해를 입은 곳에서 살아난 사람, 특히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외상적 경험을 겪은 사람, 둘째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사람, 셋째 재난을 복구하는 소방관이나 구호요원,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입니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아래와 같은 위험한 징후를 보인다면, 정신의학적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 지진 이후 정신의학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
o 식사나 수면이 불규칙 해진다.
o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o 기력이 떨어지고, 쉽게 지친다.
o 두통이나 복통 등, 설명할 수 없는 신체적 통증이 지속된다.
o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o 흡연과 음주, 약물 사용이 늘어난다.
o 알 수 없는 두려움이나 불안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o 자신이나 혹은 다른 사람을 해치는 상상을 한다.
o 원래 하던 집안일이나 직장일을 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지진을 겪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더 큰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진이 왜 일어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은, 땅이 움직이고 건물이 흔들리는 경험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는 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 특별한 의학적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지진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어린이의 반응
o 놀이터에 가지 않으려고 하고, 친구도 만나지 않는다.
o 부모나 선생님의 관심을 받으려고 떼를 쓴다.
o 집에 혼자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o 학교 공부에 소홀해진다.
o 화를 자주 내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o 또래나 부모와 자주 싸운다.
o 집중력이 떨어진다.


▶ 지진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청소년의 반응
o 사람을 만나지 않고, 위축된다.
o 권위상(선생님, 부모님)에게 반항한다.
o 집이나 학교에서 파괴적인 행동을 하거나, 폭력을 사용한다.
o 흡연이나 음주와 같은 금지된 행동을 시도한다.

 


지진에 대비하는 건강한 마음가짐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한반도는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합니다. 삼국유사나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료를 통해서 추정되는 지진기록만 이천여 건에 육박합니다. 진도8 이상의 지진만도 40회가 넘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질학적 구조상, 동일본 대지진이나 쓰촨대지진 같은 거대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파트나 빌딩과 같은 고층건물에서 주로 생활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작은 규모의 지진에도, 예상 외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지진으로 인해 우울이나 불안 등 심각한 정신적 증상을 겪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재해를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요령이, 침착한 마음을 유지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지진을 경험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
o 재난에 대한 뉴스를 가려서 본다. 끊임없이 뉴스를 시청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지만, 정확한 재난 정보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적절한 선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재난재해 정보에 집중한다.
o 가능한 일상적인 일을 계속한다. 여건이 허락하면, 학교와 직장, 집안일도 평소와 다름없이 수행하는 것이, 지진에 대한 불안을 줄여준다.
o 건강한 습관을 유지한다.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휴식도 충분히 취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불안과 걱정을 줄여줄 수 있다.
o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진피해를 입었다면,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믿어야 한다.
o 주변에 도움을 준다. 자원봉사를 하거나 혹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는 등의 행동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큰 심리적 도움을 줄 수 있다.
o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심각한 수준의 지진이라면, 모든 것이 절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필로그


얼마전 구마모토 대지진 당시, 일본 재난정신지원팀(DPAT)의 일원으로 활동한 정신과 의사 아키푸미 이누오는, 한국의 관심과 지원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온 바 있습니다. 물론 이번 한국의 지진은, 재난이 흔한 일본에 비하면 아주 작은 지진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지진에 당황하는 우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당시의 메시지를 다시 소개합니다.


“…… 우리는 아주 어려운 시기를 겪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또 다쳤습니다. 지진의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따뜻한 응원이 우리들의 슬픔을 위로해줍니다. 바다 건너 전해오는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한국인께 감사드립니다……”

 


※ 참고문헌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인가?, 과학동아 디지털 편집부, 과학동아북스, 2013
재난과 정신건강 = Disaster and mental health,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학지사, 2015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Darwinian perspectives on human nature, Cartwright, John, MIT Press, 2008
미국 심리 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지진 스트레스 극복하기- http://www.apa.org/helpcenter/distress-earthquake.aspx
미국 약물 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국(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지진 - http://www.samhsa.gov/find-help/disaster-distress-helpline/disaster-types/earthquakes

 

※편집자주: 살림살이 좀 어떠십니까? 뉴스를 보면 도처에 안좋은 소식 뿐입니다. 젊은이들은 취업 걱정, 중장년 층은 노후 걱정에 노심초사합니다. 경제, 정치 심지어 날씨까지 우리 편은 없어 보입니다. 본지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한번쯤 고민할 법한 주제를 선정, 지면을 통해 상담을 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 병원 정신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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