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리콜 사태는 갤럭시 노트 7 폭발 사건의 데자뷰?

2016년 09월 12일 17:30

지난 몇 주간 전세계는 두 건의 폭발 사고로 아주 시끄러웠다. 그 중 하나는 지난 9월 1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팔콘9 이 연료 주입 중에 폭발한 사건이었다. 스페이스 X가 테슬라와 솔라시티와 함께 일론 머스크라는 희대의 기린아가 운영하는 민간 우주 기업으로 한창 잘나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스페이스X의 팔콘9이 연료 주입 과정에서 폭발하는 장면
스페이스X의 팔콘9이 연료 주입 과정에서 폭발하는 장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기에, 이번 폭발 사고는 우주 산업에서는 피할 수 없는 리스크가 발현된 경우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3년 1월 NASA의 우주왕복선이었던 컬럼비아호가 발사 후 폭발하면서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했던 참사와 비교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 건, 즉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노트 7의 연속되는 폭발 사고는 그 끝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 중에 있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현 시점 기준으로, 미국 등 몇몇 국가들은 물론 상당수의 항공사들이 갤럭시 노트 7의 사용을 자제 권고하거나 금지했고, 삼성전자도 1차 출시된 전세계 10개국 소비자들 모두에게 기기 사용 중지를 권고한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전세계 시장에 이미 250만대로 추정되는 초기 물량을 배포하고 판매한 바 있는 삼성전자는 문제의 베터리를 납품한 계열사인 삼성SDI 와 함께 예상치 않았던 초대형 위기에 봉착한 것이 확실하다. 국내 언론들이 예상보다 빠른 리콜 결정에 ‘초대형 손실을 감수’하고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시 했다’는 등의 긍정적인 보도를 하고,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가 반영되고 있다’는 논지의 기사들을 내보내기도 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않아 보인다.


아직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현 시점에서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도요타 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사태와 비교해보는 것은 도움이 될 듯 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자 도요타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절대강자로 등극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2009년 8월 28일, 도요타 자동차에게 악몽이 되는 리콜 사태가 시작되었다. 

 

도요타 리콜 사태 당시 이를 보도하는 abc 뉴스의 한 장면
도요타 리콜 사태 당시 이를 보도하는 abc 뉴스의 한 장면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서 4명이 탄 렉서스 ES350의 운전석 아래 바닥 매트(다른 모델의 바닥 매트가 깔려 있었음)가 엑셀에 끼면서 급가속되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원이었던 운전자가 차량의 이상 상태를 911과 통화하며 실시간으로 설명한 내용이 그대로 공개되면서 사태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요타는 발 빠르게 2009년 11월 사고차량인 ES350을 비롯하여 캠리, 코롤라 등 주력 차량 등이 포함된 대규모 리콜 계획을 발표하며 대응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존의 유사한 몇몇 사고들이 매트가 아닌 엑셀 패달의 불량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것이 추가로 밝혀져, 2010년 1월 두번째 리콜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두 건의 리콜 대상 자동차가 미국에서만 총 750만대(두 건이 중복되는 차량은 약 170만대), 전세계적으로는 약 900만대에 이른 엄청난 규모였다. 그 뒤로 도요타의 리콜은 2011년 2월까지 여러 차례 계속되어 총 1,000만대 이상의 차량이 그 대상이 되었던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도요타의 대응 방식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NHTSA(미 고속도로교통 안전협의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소극적이지만 반박성 성명을 내면서 부품을 공급한 일부 미국 업체를 문제 삼기도 하고, 불량의 원인을 단순한 기계적 결함으로만 치부하려 하기도 했던 것. 일본의 언론들도 일종의 무역보복일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낸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계적 결함이 아닌 전자제어장치(ECU)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 NHTSA와 NASA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조사관들을 매수하려 했던 일까지 벌어졌다

 

갤럭시 노트 7이 차량 안에서 폭발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폭스 뉴스
갤럭시 노트 7이 차량 안에서 폭발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폭스 뉴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불러온 경제적 손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실로 엄청났다. 추정 매출 손실 2조원과 별도로, 도요타는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에 1.2조원, 안전 관련 결함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이를 은폐하고 정부와 소비자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한 것에 대한 벌금으로 1.3조원을 내야 했던 것. 게다가 금융위기 이후 살아날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였던 미국 자동차회사들에게 기사회생할 기회를 주었고, 유럽계 업체들과 현대 자동차가 엄청난 반사이익으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도요타가 1) 무리한 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위해 품질을 다소 등안시하면서, 2)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였고, 3) 그 초기 대응에 있어서 방어적이면서 동시에 일부 부정이 개입했으며, 4) 그로 인해 도덕적 비난과 함께 엄청난 손실을 입은 후에, 5) 그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시장 내 절대 강자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갤럭시 노트 7의 폭발 사태가 현재 위 3번에 해당하는 시점의 초기에 있기 때문에, 향후 삼성전자가 얼마나 빠르고 신속하고 정직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4번을 최소화하면서 5번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지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에는 단기적으로는 크나큰 고통이 따르겠지만 말이다.

 

영화 모범시민에서 판사가 걸려온 전화를 받다가 휴대폰이 폭발하여 살해되기 직전 장면
영화 모범시민에서 판사가 걸려온 전화를 받다가 휴대폰이 폭발하여 살해되기 직전 장면

참고로 이른바 주류 영화에서 핸드폰이 폭발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F 게리 그레이 감독, 제이미 폭스,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2009년작 ‘모범시민’(Law Abiding Citizen)에서 여성 판사가 핸드폰 폭발을 통해 살해되는 장면 정도가 유일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의도된 경우가 아니라면, 핸드폰이 폭발한다는 것은 일어나기도 힘들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참고
☞ 팰콘9 폭발 장면
☞ ‘모범시민’에서 핸드폰이 폭발하는 장면
☞ 나무위키 토요타 리콜 사태 (일부 부정확한 정보 포함)
☞ 나무위키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 (일부 부정확한 정보 포함)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