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처세술⑧] 착각은 자유?! 큰일 날 소리!

2016.09.16 15:00

정신이 멀쩡한 상태인데도 착각을 하는 수가 있다. 내리막길인데도 오르막으로 잘못 보는 식이다. '신비의 도로'라고 불리는 제주도의 도깨비도로가 착각을 일으키기 좋은 예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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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야에서는 착각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예전에 '착각은 자유'라는 유행어가 있었는데, 이 말은 착각을 약간 미화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바둑에서는 착각을 상당히 경계한다. 착각은 '패망에 이르는 병'이라고까지 표현한다.

 

● 바둑에서 착각은 곧 패배의 원인

 

바둑에서 이처럼 착각에 신경을 쓰는 것은 착각을 할 경우 패배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높은 수준에 있는 고수들도 종종 착각을 하여 바둑을 망친 사례가 적지 않다. 초보자들도 볼 수 있는 ‘단수(單手)’라는 쉬운 수법을 못 보아 패하기도 한다.

 

프로들이 실수한 사례들을 모은 책 <바둑 해프닝극장>을 보면 정상급 기사들이 어이없는 착각을 한 경우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어떤 기사는 착각을 하고 나서 "또 사진을 찍었군!"하는 표현을 썼다. 카메라에서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짤각'하는 소리와 '착각'이라는 단어를 연관시켜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착각이 나온 경우, 결과는 대부분 치명적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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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살펴 보자. <바둑 해프닝극장>에서 '착각으로 대마절명' 장에 나오는 사례다.

 

[그림1] - 정수현 제공
[그림1] - 정수현 제공

[그림1]은 전투력이 뛰어나 '손오공'이라고 불리는 서능욱 9단이 공식 시합에서 둔 바둑이다. 상대가 백1 자리에 두자, 서 9단은 흑2 자리에 두었다. 오른쪽에 있는 흑돌이 살아있다고 본 것이다.

 

[그림2]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그림2] - 정수현 제공

[그림2]는 그 다음 상황이다. 다음 순간 상대가 급소를 찌르자, 표의 20개가 넘는 거대한 흑 대마(大馬)가 목숨을 잃었다. 흑이 집으로 많이 앞서 있어 이 대마를 지켰다면, 무난히 이길 수 있는 바둑이었다.

 

전투에 능한 서능욱 9단이 이런 실수를 한 것은 이 대마의 사활을 착각했기 때문이다. 백이 잡으러 와도 살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착각 하나로 흑은 승리를 바로 눈앞에 둔 상황에서 대역전 당했다. 착각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 인생에서도 착각은 경계 대상

 

세상살이와 닮았다는 바둑에서 착각이 중대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보면, 인생에서도 착각은 경계해야 할 대상일 것이다. 술에 취해 도로를 집으로 알고 누웠다거나, 고속도로에서 길을 착각하고 역주행한다면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또한 착각은 매우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전문가인 고수들도 착각을 하니, 일반 하수들은 훨씬 더 많이 착각을 하리라고 추론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얘기다.

 

자신의 미모가 수준급이라고 보는 사람, 자신의 처지가 매우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남들이 자신을 존경해 마지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 이번에 만든 상품이 대박일 거라고 확신하는 이 등, 사람들은 스스로의 믿음이나 판단에서 어느 정도 착각을 하고 있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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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데카르트는 자신의 생각이 한바탕 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다. 그러다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모든 것을 착각이라고 의심한다고 하더라도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본 것이다.

 

데카르트의 말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일반 사람들도 데카르트처럼 자신의 생각이 혹시 착각이 아닐까 하고 의심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살아가면서 많은 착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판을 하지 않도록 마음을 맑게 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프로9단, 교육학 박사. 삼성, LG, SK 등 다수의 기업과 한국경제, 휴넷 등에서 '바둑과 경영', '바둑과 인생'에 관한 강의를 하고, 이코노미스트지 등에 바둑경영칼럼을 연재해왔다. 지은 책으로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바둑 읽는 CEO』, 『고수경영』 등 30여 권이 있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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