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응용과학과 南 첨단과학 만나면 시너지 클 것”

2016.09.07 07:00
16년째 북한의 연구개발 정보를 수집해온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보서비스실 NK테크사업단장. 최 단장은 “통일 시대에 남북 과학자들이 서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16년째 북한의 연구개발 정보를 수집해온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보서비스실 NK테크사업단장. 최 단장은 “통일 시대에 남북 과학자들이 서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북한 과학기술은 산업현장의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반대로 남한은 첨단 미래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가 많죠. 통일이 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보서비스실 NK테크사업단장(55)은 국내에서 북한의 과학기술 현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2001년부터 북한의 연구개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해 16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단장은 “과거 연변에 갔다가 북한이 자국 과학기술 용어를 7개 국어로 번역해 놓은 책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를 계기로 북한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최 단장은 “연구소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각 기업에 ‘과학자돌격대’를 파견해 현장에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방식”이라며 “북한의 국가과학자들이 영양가루 같은 어린이식료품 생산 공장을 무인화, 자동화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단장의 성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북한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NK테크)’를 2002년 8월 개설한 일이다. 이 사이트는 현재 북한 과학기술 관련 연구논문 8만6000편, 특허 2만2700건, 단행본 766권 등 방대한 자료가 들어 있다. 일반인은 직접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이지만 NK테크에서 원문 신청을 하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매주 3회씩 최신 소식에 관해 해설해 주는 ‘브리핑 코너’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최 단장은 “2011년 들어 남북 관계 경화로 정부 지원이 끊겨 한동안 개인적인 활동 외에는 운영을 이어나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휴면 상태였던 NK테크는 최근 다시 지원을 받게 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그는 “북한 과학자들과의 직접 교류 역시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4년 만에 다시 NK테크 사업을 시작하게 된 최 단장은 이전과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그는 “예전에는 그저 자료를 축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좀 더 전문적인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최근에는 북한 과학기술 자료를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작업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 단장에 따르면 북한은 10년 전에 비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4~2014년 사이 북한 과학자가 발표한 SCI급 논문은 98건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한 해에만 58건이 발표됐다. 최 단장은 “북한의 SCI급 논문에서 두드러지는 분야는 물리학”이라며 “그중에서도 레이저 기술 같은 응용물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국제공동연구 현황도 눈에 띈다. 북한과 가장 활발히 공동 연구를 벌이는 국가는 단연 중국. 다음으로는 독일, 호주 순이다. 최 단장은 “북한이 발표한 국제협력논문 260편 중 86.5%가 이들 3개국과 함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0년 전에는 북한의 유학생이 해외 연구에 참여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북한 주도로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국내에서 북한의 과학기술을 주로 핵무기 개발과 연관 짓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통일 시대에 남북 과학자들이 서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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