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 스페이스’의 마이크로 로봇 개발, 어디까지 왔나?

2016년 09월 03일 13:00

딱 한번만 경험해 보면 알게 된다. 본인이나 가족 중에 중증 환자가 생기는 순간, 그 질병에 있어서 새로운 약이나 치료 방법이 있는지를 묻고 검색하고 찾아 다니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생로병사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사’(死)는 누구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슬프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되는 반면, 지난 몇 세기에 걸친 눈부신 의학의 발달로 인해 ‘병’(病)은 잘 하면 피할 수도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 결사대에서 혈관을 따라 잠수함이 이동하는 장면 - Fantastic Voyage 제공
마이크로 결사대에서 혈관을 따라 잠수함이 이동하는 장면 - Twentieth Century Fox Film 제공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의 결과가 실질적으로 치료에 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터넷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아무리 떠들썩하게 알려진 신약이나 치료법이라도 그것이 임상을 거쳐 대부분의 의사들이 쓸 수 있도록 확산될 때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실망하고 허탈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환자가 아니라 내일의 환자들을 위한 신약과 치료법의 개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의료 혜택은 그러한 노력들이 축적되어 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도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mm이하의 크기로 사람의 몸에 투입되어 특정한 의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마이크로 로봇은, 지금 당장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의료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신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남대에서 직접 암세포에 투입될 수 있도록 만든 마이크로 로봇의 개념도 - 전남대 제공
전남대에서 직접 암세포에 투입될 수 있도록 만든 마이크로 로봇의 개념도 - 전남대 제공

특히 지난 7월말, 8월초 국내에서 화제가 된 두 건의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의 개발 소식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연구진들이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마이크로 의료로봇센터가 설치되어 국내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선도해가는 것으로 알려진 전남대에서, 항암제가 탑재된 세포를 암세포로 이동시켜 치료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는 뉴스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봇과는 달리 기계나 전제 부품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2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크기의 대식세포(大食細胞, Macrophage,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에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항암제와 자성체를 넣어 자기장 힘에 의해 암세포로 직접 이동시킬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대식세포를 암세포가 있는 곳까지 도달시킨 뒤 열이나 초음파를 쬐어주면 세포가 터지면서 항암제를 내뿜는 방식이라, 48시간 뒤 암세포의 50~60%를 죽이는 강력한 항암효과를 보였다고 하니, 향후 암 치료에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할 듯 하다.

 

DGIST 연구팀이 짚신벌레의 섬모운동을 모방해 만든 마이크로 로봇 - DGIST 제공
DGIST 연구팀이 짚신벌레의 섬모운동을 모방해 만든 마이크로 로봇 - DGIST 제공

그리고 이어 나온 뉴스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평균 길이 0.2㎜의 단세포동물인 짚신벌레의 섬모운동을 모방해 점성이 높은 혈액 속에서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는 것이었다. 세계 최초로 섬모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로봇은, 혈액 속에서 기존의 마이크로 로봇들보다 최대 25배 빠른 초당 0.34㎜를 움직임일 수 있어, 많은 양의 약물을 빠르게 목표 지점까지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너 스페이스는 로봇의 몸 속 여행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 Innerspace 제공
이너 스페이스는 로봇의 몸 속 여행을 인상적으로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 워너브라더스 제공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러한 마이크로 로봇들이 실재 진단과 치료 과정에 쓰일 때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전남대에서 개발한 건이야 대식세포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전자 기술로 만들어지는 로봇이 아니므로 공학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DGIST가 개발한 로봇은 오늘날 마이크로 로봇이 가지는 기술적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기술적 한계란 일반적인 로봇이 가져야 할 구동, 센싱, 동력, 무선송수신 등 기능 중에서 특히 핵심이 되는 구동과 동력을 마이크로 로봇의 크기에 맞게 개발하는 것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계/전자 기술 기반의 로봇이 아니라 전남대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로봇(이른바 바이오 마이크로 로봇)의 개발이 훨씬 현실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기도 하다.

 

축속된 잠수함을 타고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다룬 1966년작 마이크로 결사대 - Fantastic Voyage 제공
축속된 잠수함을 타고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다룬 1966년작 마이크로 결사대 - Twentieth Century Fox Film 제공

하지만 바이오 기술이라는 것이 오늘날처럼 본격적으로 발달되기 전까지 인류가 생각해왔던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이란, 기계/전자 기술 기반의 로봇을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의 혈관을 타고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축소시키는 형태였다.

 

그런 개념의 마이크로 로봇들은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는데, 그 중에서도 ‘도라 도라 도라’, ‘재즈 싱어’ 등으로 유명한 리챠드 플레이셔 감독이 영화화한 1966년작 ‘마이크로 결사대’(Fantastic Voyage)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영화는 특정한 물체를 짧은 시간 동안 축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소련 과학자가 CIA의 도움으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그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축소된 잠수함을 타고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당시 영화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몸 속 장면의 연출을 통해 아카데미 특수효과상과 시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맥 라이언, 데이스 퀘이드, 마틴 쇼트 등이 주연한 SF영화
맥 라이언, 데이스 퀘이드, 마틴 쇼트 등이 주연한 SF영화 '이너 스페이스'. - 워너브라더스 제공

이 ‘마이크로 결사대’를 계승발전해 1987년 제작된 영화가 ‘캐논볼’, ‘그램린’으로 유명한 조 단테 감독의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다. 몇 년 뒤 비디오를 통해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영화에는 전성기를 향하던 풋풋한 맥 라이언, 데이스 퀘이드 그리고 마틴 쇼트가 주연을 한 SF 코미디다.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스토리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특수효과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으로, 영화 중간 중간에 혈관 벽을 잘라 구멍을 낸 후 혈관으로 들어가 몸 속을 돌아다니는 로봇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뒤로 거의 30년이 흘렀지만 몸 속으로 들어가는 로봇을 그린 영화가 더이상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새로운 영감을 줄 만큼 마이크로 로봇 분야의 가시적인 발전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연구진들이 만들어낸 이번 성과들이 마이크로 로봇의 실용화를 앞당기는 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참고
☞ SF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미래 의학의 모습(1)
☞ SF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미래 의학의 모습(2)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
관련 태그 뉴스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