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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기억 ‘트라우마’ 극복 가능해졌다

2016년 08월 30일 07:00
이미지 확대하기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제공
류인균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장(뇌인지과학과 주임교수). 류 교수 연구팀은 최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생물학적 극복 원리를 처음으로 찾아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미래창조과학부는 29일 이화여대 류인균 뇌인지과학과 교수(52) 연구팀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생존자를 장기간 추적 조사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생물학적 극복 원리를 처음으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심리학적 증상 완화가 아닌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의 길이 열린 것이다.
 

류 교수팀은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 생존자의 PTSD 치료를 위해 사건 발생 약 50일이 지난 시점부터 생존자 30명의 뇌와 행동에 나타나는 변화를 5년 동안 조사했다. 이후 8년 동안 자료를 분석했다.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은 사망자가 192명에 달하고 화염으로 인해 시신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실종자로 처리된 사람이 21명이나 나온 참사였다.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대부분은 지금도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류 교수는 “일단 PTSD를 갖게 되면 TV에서 비슷한 얘기만 나와도 깜짝 놀라는 등 끊임없이 고통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면서 “이번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상이 줄어든 사람들의 뇌를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PTSD의 극복 원리를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하기동아일보 제공
동아일보 제공

류 교수팀은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 생존자들의 뇌를 1년 3개월가량의 간격을 두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 분석했다. 사고 직후 생존자들의 뇌는 공포반응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일반인에 비해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었다. 그러다가 약 2년 8개월 지난 뒤부터는 편도체의 활성화 정도를 낮추는 안와전두피질 부위와의 연결이 강화되면서 PTSD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안와전두피질이 ‘지하철에서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정상적인 인식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류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특정 상황을 재평가할 수 있게 되면 지하철을 못 탔던 사람이 다시 탈 수 있게 된다”면서 “추적 결과 3년 10개월이 지났을 때 편도체와 안와전두피질, 시상 등 주변 부위의 연결성이 정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미래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한 류 교수팀은 밝혀낸 원리를 바탕으로 PTSD 치료 방법 개발에도 나섰다. 특수 자기장으로 뇌를 직접 자극해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의 연결을 강화시키는 방식이다. 류 교수는 “초기 예비 임상시험에서 약 30%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예비 임상시험을 3년간 더 진행한 뒤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류 교수는 하버드대 전임의,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를 거쳐 2013년 문을 연 이화여대 뇌융합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불안장애 클리닉’을 운영하면서부터 PTSD에 집중해 왔다. 소방관과 경찰관, 탈북자를 대상으로 하는 PTSD 연구도 진행 중이다. PTSD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물 후보를 찾아 별도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류 교수는 “흔히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PTSD를 겪는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하지 못할 만큼 크다”며 “이런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 주는 것이 오랜 목표였는데 그 치료법에 한 걸음 다가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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