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 스트레스 이기는데 효과적일까

2016.08.23 14:00

스트레스로 힘겨울 때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 또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큰 그림을 보면 이런 힘든 일이 있어야만 했던 의미를 알 수 있다던가, 다른 일들에 비하면 별 일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관점’을 조금 이동함으로써 힘든 일의 의미 자체를 재평가해보거나 감정을 다스림으로써 마음의 고통을 다스리는 방법들을 ‘관점 넓히기 전략(perspective-broadening strategies)’이라고 한다.


이들 스트레스 대처법들은 이미 흔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효과적’인가,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행복, 정신건강에 ‘적응적’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최근 학자들이 연구에 착수했다고 한다.  

 

GIB 제공
GIB 제공


그리고 2015년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류의 생각들이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Bruehlman-Senecal & Ayduk, 2015).


연구자들은 한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현재의 스트레스 상황이 일주일 후에 어떨지 생각해보게 했고, 또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현재의 스트레스가 10년 후에는 어떻게 느껴질지 생각해보게 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힘듦이 미래의 자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했다.


그 결과 10년 이라는 시간을 두고 스트레스의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본 사람들, 즉 현재의 스트레스에서 심적으로 ‘시간적 거리두기(temporal distancing)’를 해 본 사람들이 나머지 두 조건의 사람들에 비해 심리적 고통을 덜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의 고통에서 나름 보람을 찾으려 애써본 마지막 조건에 비해서도 시간적 거리두기를 한 사람들이 고통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스트레스가 경감되는 효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지금의 고통스런 상황이 결국 변하게 될 거라는 ‘고통의 비영구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거리두기를 통해 현재의 고통에서 한발짝 물러나 상황을 멀찍이 바라봄으로써 상황을 다소 객관화하는 것이 가능해져 과한 감정적 반응이나 비이성적인 생각들을 간파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또한 연구자들은 무엇보다 결국 고통이 지나갈 것이라는 걸 깨달음으로서 버텨볼 수 있겠단 희망을 갖게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당면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버틸만한 종류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될수록 스트레스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Bruehlman-Senecal & Ayduk, 2015).


그런데 이런 거리두기 전략이 단순히 스트레스를 줄여주었다고 해서 항상 좋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예컨데 ‘회피’, ‘합리화’같은 현실도피성/정신승리 전략들도 장기적으로 부적응적일지언정 스트레스를 줄여주긴 하는 전략들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추가적으로 이런 관점 바꾸기, 거리두기 전략들이 혹시 현실도피처럼 부적응적인 대처법은 아닌지 살펴보았다.


같은 연구자들의 2016년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다행히 거리두기 전략이 부적응적인 대처법은 아닌 듯 보인다고 한다.


평소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거나 ‘나중에 생각해보면 별 일 아닐거야’ 등 스트레스로부터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길 자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부정적인 상황을 맞닥트렸을 때, 긍정적인 정서는 비교적 많이 부정적인 정서는 비교적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한 정신건강 지표에 있어서도 더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거리두기를 잘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매사에 비교적 낙관적인 경향을 보였으며 삶에 대한 만족도도 더 높았다. 반면, 걱정이나 불안, 우울증상들은 비교적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신의 삶을 원하는대로 이끌어 가고 있으며 그럴 능력이 있다는 믿음, 통제감 등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나쁜 일이 일어나도 이들은 나쁜 일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삶 전반에 대해 더 높은 통제감을 가지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거리두기를 잘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시험’과 같은 큰 스트레스 상황이 닥쳤을 때 실제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거리두기를 잘 하는 사람들도 시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거리두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과 비슷한 정도로 인식하나, 차이는 ‘불안’ 정도와 불안을 얼마나 곱씹으며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를 잘 하는 사람들은 시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못지 않게 스스로 시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높게 평가하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가 효과적이면서 스트레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희망과 힘을 주는 적응적인 스트레스 대처법이라고 하니 마음이 힘들 때 종종 써먹어보도록 하자. 위에서 살펴본 시간적 거리두기뿐 아니라 공간적으로 ‘제3자’의 입장이 되어 자신의 문제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듯한 상상을 하면 자신의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정서적 충격에서도 다소 벗어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좀 더 넓게는 자신의 문제에 함몰되어 있던 시선에서 벗어나 ‘인류’ 전체나 ‘지구적’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든가 하는 시도들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길고 긴 장애물 달리기 같은 삶에서 이런 대처법들이 장애물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정서적 충격을 버퍼해주는 유용한 방어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 참고문헌

Bruehlman-Senecal, E., & Ayduk, O. (2015). This too shall pass: Temporal distance and the regulation of emotional distres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8, 356 –375.
Bruehlman-Senecal, E., Ayduk, Ö., & John, O. P. (2016). Taking the long view: Implications of individual differences in temporal distancing for affect, stress reactivity, and well-be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http://dx.doi.org/10.1037/pspp0000103)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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