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라우마 치료약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2016.08.18 07:00
이미지 확대하기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있는 강일향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이 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가벼운 전기충격을 활용한 공포기억 학습 방식을 보이고 있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강일향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이 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전기충격을 활용한 공포기억 학습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특정 색깔을 보며 전기충격을 받은 사람은 같은 색깔을 보면 전기충격이 없어도 공포반응을 보인다. 이때 ‘N-아세틸시스테인’을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5~20% 더 공포반응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국내 연구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약물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찾아내고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른바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PTSD를 가진 환자들은 자신이 겪은 사고·사건을 연상시키는 상황이나 장소, 물건 등을 접하면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류인균·김지은 교수 연구팀은 PTSD와 공포증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는 약을 발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해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이 약물은 가래 용해제로 쓰이던 ‘N-아세틸시스테인’의 새로운 효능을 찾아낸 것으로 이른바 ‘약물 리포지션(drug reposition)’ 과정을 거쳐 개발됐다. 독성시험이 필요 없어 곧바로 2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이미지 확대하기특정 색깔 화면과 함께 손목 부위에 가벼운 전기충격을 가할 때 공포반응을 보일 경우 순간적으로 손에 땀을 쥐게 되면서 손끝의 센서에 반응이 감지된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특정 색깔 화면과 함께 손목 부위에 가벼운 전기충격을 가할 때 공포반응을 보일 경우 순간적으로 손에 땀을 쥐게 되면서 손끝의 센서에 반응이 감지된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연구진은 사람에게 컴퓨터 모니터에 특정 색깔을 보여주면서 가벼운 전기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공포기억을 학습시켰다. 이 경험을 한 사람은 같은 색깔을 보면 전기충격이 없어도 공포반응을 보인다. 연구진은 지난해 실시한 예비 임상시험에서 이 약물을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공포 반응이 15~20% 더 줄어드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동물실험을 통해 뇌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공포기억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다른 기억은 유지하면서 PTSD 증세를 줄여 주는 약물은 없었다. 연구진은 현재 일반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약물의 효능을 확인 중이고 약 3개월 뒤에는 수십 명의 실제 PTSD 환자 대상으로 한 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될 경우 빠르면 1, 2년 이내에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상현실을 활용해 공포반응을 줄이는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한다면 PTSD와 공포증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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