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 사용하는 까마귀, 천재가 아니라 일상이다?

2016년 08월 17일 07:15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2년, 옥스포드대 행동생태학 연구진은 연구를 위해 포획한 남서태평양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제도의 암컷 까마귀 베티가 먹이를 얻기 위해 도구를 만드는 모습을 확인하고 학계에 발표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깊이가 깊은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먹이를 꺼내기 위해 곧은 철사를 구부려 고리를 만드는 모습을 확인한 것입니다.

 

2002년 실시된 실험에서의 까마귀 베티의 모습 - 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2002년 실시된 실험에서의 까마귀 베티의 모습 - 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하지만 최근,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 연구진은 이 놀라운 까마귀 베티의 능력이 그 당시 과학자들의 생각만큼 획기적이고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베티의 고향에서 같은 종의 다른 까마귀들을 대상으로 현장실험을 실시했는데요. 그 결과, 여러 마리의 까마귀에게서 베티와 같은 행동이 관찰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로 까마귀 베티의 행동이 어떤 통찰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본능적인 행동이라는 것이지요.


옥스포드대 연구진이 촬영한 까마귀 베티의 영상에서 그녀는 곧은 철사를 부리로 물고 길쭉한 플라스틱 통속에 들어 있는 먹이를 꺼내려 시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자 곧은 철사의 끝을 바닥에 대고 구부려 마치 낚시 바늘의 고리처럼 만들고 플라스틱 통 속의 먹이가 들어있는 바구니의 손잡이에 걸어 들어올렸습니다. 그렇게 먹이를 획득한 것이지요.

 

최근 실시된 실험에서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 모습 - 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최근 실시된 실험에서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 모습 - 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사실 당시 실험 내용은 고리 모양의 철사와 곧은 철사를 두고 먹이 획득을 위해 까마귀가 고리 철사를 선택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실험을 위해 베티를 포획할 당시 함께 포획된 수컷 까마귀 아벨이 고리 철사를 먼저 채가거나 베티가 획득한 먹이를 뺏어가자 베티는 곧은 철사를 구부리는 방법을 쓴 것입니다. 여하튼 실험을 통해 베티가 보여준 이러한 능력은 당시에는 비교적 높은 인식 정보의 예로서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베티의 그 모습은 그녀와 같은 종의 까마귀들이 꽤 오랜 시간 동안 행해온 활동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입니다.

 

최근 실시된 실험에서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 모습 - 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최근 실시된 실험에서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 모습 - 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진은 베티의 그러한 능력을 더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 뉴칼레도니아 제도로 떠나 현장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곳에서 까마귀 18마리를 포획해 임시적으로 조류사육장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 도구를 이용해야만 꺼낼 수 있는 곳에 먹이를 숨겨두었지요. 그 후, 까마귀들의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실험 결과, 까마귀들은 먹이를 꺼내기 위해 잔가지를 길게 연장해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14년 전 영상 속 베티처럼 잔가지의 끝을 낚시 바늘처럼 구부려 먹이를 획득하는 까마귀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요.

 

최근 실시된 실험에서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 모습 - 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최근 실시된 실험에서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 모습 - 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연구진은 까마귀 베티가 통찰력을 발휘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녀와 같은 종의 까마귀들이 야생에서 이미 해오고 있던 행동을 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바로 그들이 관찰한 다른 까마귀들처럼 베티가 그러한 행동을 하는 동안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저 본능을 따라 행동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그것이 본능이든 아니든 까마귀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인 것 같은데요. 독자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 연구결과는 ‘영국왕립오픈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저널에 발표되었습니다.

 

 

 

 

※필자소개

민혜영. YBM시사에서 각종 영어 학습 월간지 및 내셔널 지오그래픽 단행본의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외신 번역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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