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게으르다?

2016.08.16 13:00

손 까딱 하기가 귀찮을 때가 있다. 특히 이렇게 더울 때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만 같다. 이렇게 게으름은 상황에 따라 찾아오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 일반적으로 늘 게으른 편인 사람이 있고 비교적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즉 게으름에도 ‘개인차’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일반적으로 게으른 편인가 아니면 움직이길 좋아하고 부지런한 편인가?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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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게으르거나 부지런한 사람인 것에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생각하길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또한 여기에 조금 기여할지도 모른다. 일례로 건강심리학(Health Psychology)지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생각이 많고 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다소 움직임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설문을 통해 참가자들의 인지욕구(Need for cognition)를 측정했다. 인지욕구를 측정하는 문항들은 ‘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머리 아픈 것은 질색이다(역문항), ‘나는 딱 필요한 만큼만 생각한다(역문항)’ 등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응답하고 역문항에는 낮은 점수를 줄수록 인지욕구가 높다고 하겠다.


기존의 연구들에 의하면 인지욕구가 높을수록 기억력이 좋고 결정 상황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인지욕구가 낮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있는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며 ‘지루함’에 취약한 반면 인지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혼자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을 즐길 줄 안다고.


따라서 연구자들은 인지욕구가 낮은 사람들, 즉 생각하길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각하길 좋아하는 인지욕구가 높은 사람들에 비해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활동량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사람들의 인지욕구를 측정한 다음 연구자들은 손목시계 모양의 가속도계(accelerometer)를 이용, 일주일간 약 30초마다 사람들이 얼마나 움직이는지 활동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연구자들의 예상대로 인지욕구가 낮은 사람들이 인지욕구가 높은 사람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활동량이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평소에 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하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활동량이 비교적 적고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다소 게으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 연구를 보고 친구 한 명이 떠올랐다. 대표적인 집순이로서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친구이다. 특별히 사회성이 없거나 한 것은 아니다. 집에 있는 것이 심심하고 답답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되려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곤 하는 친구다. 혼자서도 충분히 지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외부 자극을 찾아서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수고를 감내할 필요가 없겠다는 느낌을 받곤했다. 즐거움을 머리 속에서 어느 정도 자족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도 멋진 것 같다.


하지만 연구자들도 언급했듯, 움직임이 지나치게 적으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생각이 많고 움직임이 적은 경우라면 조금 의식해서 움직임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한가지, 우리의 게으름에는 생각이 많다는 것 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내가 게으른 이유는 생각이 많기 때문이야!’는 꼭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합시다.

 


※ 참고문헌
McElroy, T., Dickinson, D. L., Stroh, N., & Dickinson, C. A. (2016). The physical sacrifice of thinking: Investigat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inking and physical activity in everyday life.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21, 1750-1757.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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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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