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의 무모한 M&A’는 어떻게 야후를 몰락시켰나?

2016년 08월 15일 10:04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의 대명사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야후.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의 대명사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야후.

영화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닷컴 붐이 그야말로 마지막 절정에 이르렀던 2000년에 4월, 미국에선 그레고리 호프릿 감독, 데이스 퀘이드, 제임스 카비젤 주연의 ‘프리퀀시’(Frequency)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얼마 전 크게 화제가 되었던 국내 드라마 ‘시그널’의 원조쯤 되는 이 영화는,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을 하던 현재의 주인공 존이 알 수 없는 이유로 30년 전 아버지 프랭크와 교신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일종의 SF 드라마다. 과거와 현재가 통신으로 이어지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소방관 아버지와 형사 아들이 함께 풀어가는 내용이 아주 흥미롭고 감동적이어서 국내에서도 흥행했다.

 

야후가 대박의 기회로 등장하는 2000년 개봉 영화 ‘프리퀀시’의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제공
야후가 대박의 기회로 등장하는 2000년 개봉 영화 ‘프리퀀시’의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제공

 ● “왜 야후 주식을 사지 못했을까?”

 

그런데 영화의 큰 흐름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주 많이 회자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현재에서 항상 “왜 진작 야후 주식을 사지 못했을까?”라며 투덜대는 오랜 친구를 봐온 주인공 존은, 영화 중반부에 과거의 어린 그 친구와 통신을 할 기회가 생기자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걸 오랫동안 기억해야해. 야후! 이건 수리수리마수리 같은 마법의 단언데, 훨씬 좋은거야”(You got to remember this for a long time. Yahoo! It's a magic word just like Abracadabra, but even better).

 

사건들이 해결되면서 현재의 상황이 모두에게 행복하게 바뀌게 되는데, 그 친구 또한 더 이상 찌질하지 않고 유복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가 타는 벤츠가 등장하는데, 차 앞 번호판에 이렇게 쓰여 있다. ‘1 Yahoo’. 그 친구는 존이 알려주었던 마법의 단어를 기억했던 것이고, 그래서 부자가 되었던 것이다. 영화가 기획되고 제작되었을 90년대 후반, 야후는 그렇게 모두에게 대박의 안겨줄 수 있었던 마법의 단어 같은 것이었다.

 

영화 프리퀀스에서는 야후 주식에 투자하여 대박을 낸 주인공의 친구가 등장한다 - 시네마서비스 제공
영화 프리퀀스에서는 야후 주식에 투자하여 대박을 낸 주인공의 친구가 등장한다 - 시네마서비스 제공

● 22년만에 사라진 인터넷 슈퍼스타 기업 ‘YAHOO’

 

원래 야후는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인간과 비슷한 종족의 이름인데, 이를 차용해 창업자인 제리 양와 데이빗 필로가 1994년 ‘모든 정보를 계층적으로 제시해주는 안내자’라는 뜻으로 억지로 만든 ‘Yet Another Hierarchical Officious Oracle’ 라는 말의 약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당시에도 거의 없었다.

 

그저 야후는 인터넷의 대명사처럼 쓰인 최고의 인터넷 정보 서비스 업체였고, 엄청난 기업가치(2000년 1월 3일 기준 약 1200억달러, 현재 환율 기준 130조원)를 구가하며 전세계인들이 주목을 한껏 받고 있던 슈퍼스타 기업이었다.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과 데이빗 필로.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과 데이빗 필로.

그랬던 야후가 지난 7월 말 겨우 5 조원이 조금 넘는 금액에 그 핵심 비즈니스를 통신사인 버라이즌에 팔면서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9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지 22년이 지난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물론 야후가 가지고 있는 현금, 알리바바의 주식, 일본 야후의 주식 및 기타 비핵심 특허들은 별도 투자회사에 남겨져 약 45조원 정도의 가치로 거래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때 130조원을 구가하던 야후의 핵심 사업 부분이 5조원 정도에 팔리면서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터넷 1세대 선도 기업의 퇴장이라는 의미에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소셜 컨텐츠와 뉴스 제공 서비스인 RockMelt는 2013년 야후에 인수된 후 서비스를 중단했다.
소셜 컨텐츠와 뉴스 제공 서비스인 RockMelt는 2013년 야후에 인수된 후 서비스를 중단했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야후가 매우 힘든 상황에 있었던 것이 맞다. 2012년 이후 5조원이 넘는 매출 규모를 유지해 왔지만, 영업이익은 2012년 6000억대에서 2015년엔 무려 매출과 맞먹는 5조원 규모의 적자로 돌아서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이를 극복하기 위해 15%에 가까운 인력을 해고한다고 발표하여, 2012년 이후 무려 42%의 인력을 감축하는 상황이었으니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을리도 만무했다. 후발주자인 구글, 페이스북 등이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빠르게 늘려가는 상황이었으므로, 이러한 야후의 상황은 더더욱 암울해보였다.

 

야후의 이러한 몰락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은 아니고 사실 이미 오래된 일이긴 하다. 2001년 이른바 ‘닷컴 버블 붕괴’ 과정에서 살아남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성장 모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글이 빠르게 검색을 통한 광고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야후는 내부적인 서비스 개발 보다는 M&A를 통한 확장과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그 성과는 미미했고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50조원이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매력적인) 기업 가치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검색 엔진을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파는 패착을 두었다. 그 뒤로 계속 삐걱대며 갈피를 못 잡던 야후엔 많은 CEO들이 짧게 거쳐갔고, 그 때마다 회사의 전략과 조직은 흔들렸다. 

 

그러다 2012년 구글의 창업 맴버 중 한 명이자 첫번째 여성 엔지니어로 명성을 날리던 마리사 마이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업하면서 턴어라운드의 희망이 살짝 보이긴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녀의 영입은 몰락을 부추긴 사건이 되었다는 것이 오늘날의 평가다.

 

그 이유는 마리사 마이어가 야후의 본질적은 가치를 찾아내는 일보다는 ‘M&A’를 통한 성장에 더욱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MaVeNS’ 라는 이상한 약자로 불린 모바일(Mobile), 비디오(Video), 내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와 소셜(Social) 분야로의 확장을 위해 무려 53개의 기업을 인수했지만, 그 결과가 참혹했던 것이다.

 

2013년 tumblr의 인수를 공개하는 마리사 마이어.
2013년 tumblr의 인수를 공개하는 마리사 마이어.

● 야후의  M&A 잔혹사

 

53개 기업 중 소위 역량 있는 인재들을 합류시킨다는 명목하게 진행된 건이 2012년 10월 ‘Stamped’를 시작으로 2014년 11월 ‘Cooliris ’까지 무려 41개나 된다. 이렇게 인수된 기업들은 모두 원래 서비스를 중단하고 야후 내부의 팀으로 흡수되어 그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나머지 12개 기업 중 5개는 도무지 왜 인수했는지가 불분명했고, 마지막 7개는 여전히 자체 서비스를 운영 중이나 사진 기반 소셜 미디어인 ‘Tumblr’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그나마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어 이번에 매각대상에서 빠진 알리바바나 일본 야후는 2000대 초반에 투자가 이루어진 뒤 각각 독자적으로 운영된 것들이니, 야후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결국 회사가 가지고 보유해야 할 본질의 사업 영역을 규정하고 그 영역에서 수익성 있는 성장을 보여주지는 못하면서, 무리한 M&A를 통해 무려 53개의 회사를 인수한 야후의 행보는 완전 실패로 끝났던 것이다.

 

물론 구글도 창업이후 최근까지 200여개, 페이스북도 60여개의 회사를 인수했지만, 어디까지나 각각 본질의 사업인 검색/모바일 플랫폼 사업 및 소셜 미디어 사업에서 막강한 수익성과 영향력을 기반으로 하였다는 측면에서 야후의 사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명확한 사업 모델과 그에 따른 수익성 확보가 없는 기업은 결국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야후가 다시한번 증명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

☞야후!의 성장과 몰락
마리사 마이어가 인수한 53개 기업의 현황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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