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꼭 해야 하나

2016.08.14 16:20

# 굴지의 제조기업에 10년 가까이 재직중인 A씨.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내부에서도 인정받고 있지만 학사 학력이 늘 마음에 걸렸다. 해외 MBA 학위를 갖고 있는 동년배의 경우는 어느새 임원을 하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고교 동창으로 성적도 비슷했던 친구가 해외 MBA 후 같은 회사에 나보다 한직급 높게 입사했다. 당연히 연봉도 차이가 났다. 나도 진작 해외에 나갔다 올걸… 하는 후회도 슬그머니 밀려온다.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후보자들이 은근히 많다. MBA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다녀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학비나 생활비에 들어가는 순수 비용도 그렇지만 그간 있을 수도 있는 여러가지 업무 경험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해외 MBA 졸업자 인기, 예전 같지 않다


이제까지 미국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해외 유명 대학 MBA 졸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에 조기 승진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몇 년전까지는 이들 졸업생들에 대한 수요도 많았다. 맥킨지나 보스턴컨설팅, 베인앤컴퍼니 같은 유명 컨설팅펌 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해외 MBA를 거쳐 컨설팅펌 출신들을 앞다퉈 채용하기도 했다. 지금도 해외 MBA 학위자들에 대한 선호도가 있기는 하지만 열기가 에전같지는 않다. 학위 자체보다 업무 성과나 실무 경험을 더 중시하는 식으로 경력사원 채용 방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MBA를 하려면 입학을 위한 준비 기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통 1년 내외로 준비를 하고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재직중인 회사에서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면 자비로 다녀오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이를 위해 퇴직을 하거나, 혹은 휴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중요한 업무에서는 배제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기회비용도 따져 봐야 한다. 가장 큰 위험요소(risk)는, 많은 투자를 하고 다녀와서 이직했을 때 연봉이나 직급/직책이 크게 상승되지 않는 경우다. 수요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해외 MBA 학위에 대한 메리트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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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지식 충족이나 경력 전환이 목적이라면


해외 MBA가 수요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면 국내 MBA로 방향을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야간에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아예 1년을 온전히 학업에만 열중하더라도 큰 공백은 아닐 수 있다.


자신의 업무 뿐 아니라 재무나 회계, 인사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마케팅 담당자의 경우 실무에 더해 이론적인 부분도 갖추고자 MBA를 찾는 경우가 많다.

 

경력전환을 원하는 경우에도 MBA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로 몇 년을 일했지만 세일즈나 마케팅, 또는 구매 업무로 전환을 하고 싶다면 MBA를 통해 관련 지식을 갖추는 것도 방법이다. 엔지니어에서 바로 타 업무를 전환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0대 후반 P씨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같은 대학 MBA를 마치고 PM(Program Manager)로 업무 전환한 뒤 사업부장으로 해당 사업의 P&L(Profit & Loss)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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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에도 긍정적 영향


20년 이상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40대 후반 여성 Y씨는 외환과 PB 등 은행의 여러 업무를 두루 거쳤지만 전문지식을 쌓고 승진에도 좀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단 생각에 국내 MBA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마케팅 팀으로 옮겨 일하다 얼마 안 있어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물론 이분은 이전까지도 업무 성과와 성실성을 인정받은 데다 MBA가 날개를 달아준 케이스다.


MBA 학위가 승진을 위한 필수요소는 아니지만, 같은 경력과 능력이라면 MBA 학위가 도움이 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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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도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MBA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MBA를 공부할 생각이 있다면 가급적 30대 중반은 넘기지 않기를 권한다. 30대 후반 이후에 공부를 마치고 복귀하거나 이직을 하려고 하면 이미 40대에 들어서 있을 때다. 40대에는 실무자보다는 관리자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포지션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늦지 않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공부는 안하는 것보단 당연히 하는 게 낫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상황과 경력 목표 등을 잘 고려해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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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요즘 직장 생활 어떠세요? 재밌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겠죠. 다들 꿈을 갖고 직장에 다니지만, 더러는 확 사표를 내고 싶을 때고 있고, ‘큰 물(?)’로 나가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다운쉬프트’해거나 자영업으로 전환하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직업, 직장을 바꾸는 것은 큰 모험입니다. 오랜 기간 사람들을 만나서 이직 상담을 해온 헤드헌터로부터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들어봅니다.


※ 필자소개
전경원. 화인컨설팅그룹 컨설턴트/상무. 전자신문 기자 생활을 거쳐 헤드헌팅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외국계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며, 공공기관 면접관으로도 활동중이다. 경력이나 스펙에 앞서 '사람'이 먼저 라는 신념으로 업무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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