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고백할 때도 유용한 갑오징어의 변신술

2016.08.13 07:15

갑오징어(Sepia plangon)는 오징어 및 문어의 사촌격인 바다생물입니다. 갑오징어 숙회라는 식재료로 익숙하지요. 갑오징어는 포식자로부터 도망갈 때 먹물을 쏘는 것으로 그 자리를 피하기도 하지만 몸체의 색을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바꿔 포식자로 부터 숨기도 합니다. 이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인데요. 이러한 갑오징어의 몸체 색 바꾸기는 오로지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가 전부일 것이라는 견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위키미디어 커몬스 제공
위키미디어 커몬스 제공

하지만 호주 맥쿼리대학교의 연구진은 갑오징어의 이러한 특별한 재능이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서 일뿐만 아니라 구애를 위한 도구로도 쓰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몸의 한 쪽은 다른 수컷들을 경계하기 위해 암컷의 몸 색깔로 위장하고 암컷을 향한 다른 반대 쪽은 수컷의 그것 그대로 두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시드니 항구에 서식하는 138마리 갑오징어의 사진 및 비디오를 오랜 시간 판독 및 관찰하고 수족관의 갑오징어 무리 또한 관찰한 결과, 이전에는 놓치고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바로 수컷 갑오징어가 암컷과의 짝짓기를 시도할 때, 같은 영역의 다른 수컷들에게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몸의 절반을 나누어 위장하는 현상이 그들 중 39%의 수컷에게서 나타난 것입니다. 갑오징어의 이러한 책략은 야생에서도 이미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Macquarie University 제공
Macquarie University 제공

사실 이 책략은 다른 수컷이 때때로 눈치를 채기 때문에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두 마리의 수컷 갑오징어가 이 문제로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또 다른 라이벌 수컷이 슬쩍 치고 나와 암컷을 차지하기도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수컷들은 이런 싸움 자체를 피하려고 하지요.  


한편, 연구진은 수컷 갑오징어의 이러한 책략은 그들이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는데요. 아무 때나 이 기술을 쓰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두 마리 이상의 수컷이 있거나, 혹은 다수의 암컷이 있다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갑오징어가 어떤 생각으로 무슨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Brian Snelson(W) 제공
Brian Snelson(W) 제공

두족류(頭足類)인 갑오징어는 해양생물 가운데 가장 똑똑한 그룹 중에 하나인데요. 다른 무척추 동물과 비교했을 때 몸의 크기에 비해 큰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어서 일부는 자신들의 종에서 분리되어 다른 물고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과학원의 생물학회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서 발표되었습니다.

 

 


 

※필자소개

민혜영. YBM시사에서 각종 영어 학습 월간지 및 내셔널 지오그래픽 단행본의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외신 번역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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