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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처세술①] 치열한 경쟁 사회의 ‘생존 비법’, 바둑에서 배워라!

2016년 08월 08일 14:00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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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한국에서는 특이하게 영토를 '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바둑을 집짓기나 건설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바둑은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은 아니고 ‘싸우면서 건설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둑에서는 싸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침입, 공격, 탈출, 포획과 같은 전쟁용어가 흔히 쓰인다. 바둑돌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보면 실제전쟁 못지않게 치열하다. 이 싸움에서 ‘대마(大馬)’가 죽는 일도 흔하게 일어난다. 드라마 ‘미생(未生)’ 의 제목처럼 아직 살아있지 않은 미생마는 언제든지 잡힐 위험에 놓인다.

 

● 바둑으로 배우는 싸움의 기술

 

이 처럼 전쟁을 주제로 하는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인간사회도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기 때문일까. 조선의 정조대왕은 “세상사 승패 다투는 일 한 판의 바둑일세”라고 읊었다. 세상 사람들이 이권이나 지위를 위해 싸우는 모습이 바둑판의 형상과 닮았다고 느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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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사람들은 영토전쟁인 바둑에서 인생의 교훈과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적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게임에서 과연 배울 점이 있을까?

 

바둑이 전쟁이라면 남과 싸우는 기술, 즉 경쟁의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바둑에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세력이 약할 때는 화친(친함을 유지)을 하라”, “미생마 근처에서 싸우지 마라” 등과 같이 상황에 따른 전략과 전술을 얘기한다. “적이 던져주는 미끼를 덥석 물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바둑에서 단순히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만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도덕 교과서에 나올 법한 윤리적인 내용도 함께 배운다. 예를 들면 상생, 무심(無心), 타협과 같은 말이 바둑 팬들의 귀에 익숙하다. 마음을 맑게 하여 욕심을 줄이라는 '청심과욕'이 바둑의 유명한 격언이다.

 

● 적과의 전투는 과감하게 맞서라!

 

이런 내용 중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싸우면서도 상생을 하라’는 사고방식일 것이다. 바둑에서는 적과의 전투에서 과감하게 맞서 대응할 것을 권장한다. 그래서 ‘기세’나 ‘오기’, ‘투혼’과 같은 말이 바둑팬의 전투욕을 자극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적과 때로는 타협을 하고 공존을 하라고 한다.

 

바둑 고수들은 이런 모습을 수시로 보여준다. 금방이라도 태산이 무너질 듯 격렬하게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타협을 하고 싸움을 마무리한다. 싸우다가도 마지막에는 적당한 거래를 하고 이익을 교환하는 것이 고수들의 문제해결 방식인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만일 혼자서 놀부처럼 차지하려고 한다면 타협이나 상생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과 서로 적당히 이익을 나눠 갖는다는 '공유'의 사고를 가질 때 타협이 가능하다.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지만 타인의 입장도 배려할 때 상생이 이루어 진다.

 

● 인생의 바둑을 유연하게 두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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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바둑은 거래이기도 하다. 바둑에서는 ‘교환’이나 ‘계산서’ 같은 말도 흔하게 쓰인다. 왕년의 최고수 사카다 에이오 9단은 바둑을 ‘경제전’이라고 표현했다. 계산력이 뛰어나 ‘신산(神算)’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이창호 9단은 경제전을 능숙하게 다루며 세계를 제패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도 바둑의 이러한 사고방식, 즉 “싸우면서도 상생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타인과 경쟁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상생과 타협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자신의 입장이나 이익만 고려한다면 세상은 살벌한 싸움터가 될 것이며, 많은 곳에서 파국에 직면할 것이다. 노사간의 분쟁이나 국제 관계 등에서 우리는 이런 모습을 흔하게 본다.

 

경쟁의 끝은 상대의 궤멸이 아니라 공존과 이익의 공유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바둑고수들처럼 좀 더 유연하고 재미있는 인생의 바둑을 둘 수 있을 것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프로9단, 교육학 박사. 삼성, LG, SK 등 다수의 기업과 한국경제, 휴넷 등에서 '바둑과 경영', '바둑과 인생'에 관한 강의를 하고, 이코노미스트지 등에 바둑경영칼럼을 연재해왔다. 지은 책으로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바둑 읽는 CEO』, 『고수경영』 등 3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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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shje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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