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크무비 12회] 냉전의 사생아 ‘사드’는 어떻게 탄생했나?

2016년 08월 01일 13:49

 

사드, 냉전 그리고 영화 닥터스트레인지러브. - Columbia Pictures 제공
사드, 냉전 그리고 영화 닥터스트레인지러브. - Columbia Pictures 제공

지금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수 많은 이슈들 중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일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배치의 불분명한 목적, 불투명한 의사결정 및 부지 선정 과정,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과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 등등으로 시끄럽고, 외부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충분히 예상되었던 반발로 인하여 혹시나 동북아에 긴장이 고조되고 그 결과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사드의 기본적인 목적이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의 방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미사일 방어 체계라는 것 자체가 가진 어두운 역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사드’의 뿌리, ‘냉전’을 기억하시나요?

 

그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냉전시기로 돌아가야 한다. 2차대전 이후 전승국인 미국과 소련이 각각 중심이 되어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세계가 양분되면서 시작된 갈등과 긴장 관계를 의미하는 ‘냉전’은, 1991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약 46년간 지속되었다.

 

그 기간 동안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등 양측 진영이 국지적으로 맞붙은 아주 긴박한 위기 상황이 간헐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냉전이 전면전으로 격화되지 않은 이유에는 이른바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떨어진 핵무기의 위력을 확인한 미국과 소련이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 경쟁에 뛰어 들면서, 일방에서 핵무기 공격을 시도할 경우 상대방에서도 즉시 핵무기 공격을 감행함에 따라 양방 모두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MAD의 내용이다.

 

실제로 그 공포에 빠진 양측 진영이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어 배치하고 그 결과 더더욱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자제하게 된 것이 냉전이 가능했던 원인 중 아주 중요한 하나였던 것이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장면. - Columbia Pictures 제공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장면. - Columbia Pictures 제공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 아타리의 게임 ‘미사일 커맨드’ 

 

이러한 냉전 시대의 MAD에 대한 공포는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64년작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Dr. Strangelove or :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에 잘 묘사되어 있다.

 

이 블랙 코미디는 한 미국 공군 장군이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피해 망상에 사로잡혀 소련으로 핵폭격기를 출격시키자 대통령이 대책 회의를 소집하면서 시작된다. 그 회의에 참석한 소련 대사는 핵폭탄이 발사되면 소련이 개발한 둠스데이 머신에 의해 지구 전체가 방사능 오염으로 파괴되는 MAD상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전문가라고 부른 나치 출신 독일계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엉뚱한 말들을 늘어놓으면서 관객에게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미사일 코맨드의 표지 - ATARI 제공
미사일 코맨드의 표지 - ATARI 제공

이러한 냉전 시대의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잘 반영한 또 다른 대중문화 분야는 바로 게임이었다. 1972년 설립되어 퐁(Pong)을 선보이며 비디오 게임 분야를 창시하고 이끌고 있던 아타리(Atari)사가 1980년에 선보여 대히트시킨 게임이 바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방어용 미사일로 격추시키는 ‘미사일 커맨드’(Missile Command)  였던 것이다.

 

훗날 다양한 게임 플랫폼(최근에는 Xbox까지 포함)에서 변주되어 지속적으로 출시된 ‘미사일 커맨드’ 는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주인공 존 코너가 플레이하는 장면에 등장하기도 했을 정도다.

 

1980년 아타리사에서 출시한 게임 미사일 커맨드의 게임화면 - ATARI 제공
1980년 아타리사에서 출시한 게임 미사일 커맨드의 게임화면. - ATARI 제공

 ●사드는 레이건 대통령 시대 SDI의 사생아

 

냉전시대 MAD에 대한 이런 공포가 집약되어 탄생한 것이 오늘날 미사일 방어 체계의 원조가 되는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이었다. 이른바 ‘스타워즈 계획’이라고도 불린 SDI는 1983년 3월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발표되었는데,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핵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지상과 우주에서 막아낸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것이었다. MAD를 원천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시도였던 것.

 

1983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전략적방어 계획 SDI를 발표하는 모습
1983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전략적방어 계획 SDI를 발표하는 모습

그러나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SDI의 원대한 구상은 실효성이 없다는 판명을 받게 된다. 그리고 1991년 냉전이 끝나면서 더 이상 SDI에 엄청난 군사비를 낭비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은 클린턴 정부는, 1993년 사실상 SDI를 폐기하게 된다.

 

핵무장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쏠 기술은 없는 이란, 북한 등으로부터 전역(전쟁지역, Theater)을 방어하는데 집중한다고 발표한 것. 한국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는 이러한 전역 방어 체계의 하나로 2008년에 개발된 ‘SDI의 사생아’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생 헤커로 인해 핵전쟁 위험에 빠진다는 내용의 1983년 영화 워 게임의 포스터 - WARGAMES 제공
고등학생 헤커로 인해 핵전쟁 위험에 빠진다는 내용의 1983년 영화 워 게임의 포스터 - WARGAMES 제공

재미있는 것은 SDI 구상이 발표된 직후인 그 해 6월,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체계가 결국 인간을 파괴하는 시발점이 된다는 내용의 SF영화들(‘터미네이터’ 포함)의 원조가 되는 영화가 개봉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다.

 

존 바담이 감독하고 메튜 브로데릭이 주연한 그 영화의 제목은 ‘워 게임’(WarGames). 영화는 훈련 과정에서 군인들이 핵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주저한다는 점을 발견한 북미방공사령부(NORAD)가 인공지능이 발사하도록 시스템을 수정하려 하면서 시작된다.

 

고등학생 해커인 주인공이 우연하게 NORAD의 시스템에 접속하여 시뮬레이션 게임인줄 알고 소련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처럼 플레이를 하자, 인공지능이 이를 실제 상황으로 인식하고 핵전쟁의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방어를 위한 체계라도 궁극적으로는 평화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30년 전의 영화가 웅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워 게임에서 고등학생 해커를 연기한 메튜 브로데릭 - WARGAMES 제공
영화 워 게임에서 고등학생 해커를 연기한 메튜 브로데릭 - WARGAMES 제공

※참고
☞ <워 게임>의 주요 장면들
☞ <미사일 코맨드> 게임 화면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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