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시선 24] 여행 생각

2016.07.30 18:00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다. 우리는 프랑스인들처럼 그 기간이 무려 한 달가량이나 되는 바캉스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3일이나, 길게는 5일 정도의 별도 휴가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주어진다. 여름휴가가 휴일에 맞닿아 잡히면 5~9일간의 연이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설문조사 기사에 따르면 여름휴가 기간에 50~70%의 직장인들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자영업자들까지 포함하면 휴가 여행을 가는 비율은 20%로 대폭 줄어든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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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의 서양 문화 개념인 영어의 vacation이나 프랑스어의 vacance가 왜 우리 사회의 생활문화에서는 ‘집에서 쉰다’는 의미인 ‘휴가’(休家)라는 낱말로 정착되었을까. 아마도 휴가 제도가 ‘여름휴가’뿐이었을 도입 초기에는 그 기간에 사람들이 며칠이나마 집을 벗어나 피서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교통편도 불편했고 여행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형편과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야말로 집 안에서 등목을 하며 휴식을 취하거가 수박 한 통을 들고 당일치기로 근교의 교외에 나들이하는 정도였기 때문이었을 듯하다.


그러다가 경제 상황이 다소 나아져 마이카(my car) 시대가 된 1990년대부터는 휴가철이 되면 많은 이들이 짐을 챙겨 개인 차에 싣고는 집을 떠나 물색해둔 여행지로 향하기 시작한 듯하다. 그곳이 국내의 산이든 바다든 강이든, (이후 여행 범위가 더욱 확장되어) 해외의 관광지든 말이다. 그곳에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동아리와 함께, 혹은 혼자서라도 집과 일터를 벗어나는 여행 생활이 20여 년 전부터는 특별한 일이 아닌 게 되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그 취지와 성격과 날씨와 규모에 따라 사뭇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경험했던 수학여행은 말이 ‘수학’(修學)이지 여행지의 역사 문화적 현장을 보고 느끼기보다는 동급생들과의 희희낙락 여행이어서 훗날 그곳을 다시 방문했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람 여행’이라는 점에서는 이와 비슷하면서도 색채와 농도가 딴판인 여행은 ‘신혼여행’일 것이다. 여행지보다는 같이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말이다.


그런가 하면, 남사스러운 잔치 대신 노부부가 떠나는 ‘칠순 (즈음) 여행’의 경우는 주로 해외의 유명 관광지 중심으로 일정을 잡는데, 그 취지에는, 죽기 전에 바깥세상의 멋진 곳을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반면, 여러 크고 작은 모임에서 떠나는 단체 여행의 경우에는 여행지를 둘러보는 목적 말고도 맛집 여행이거나 쇼핑 여행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야말로 잘 먹고 잘 놀고 잘 구매하기 위한 들뜬 마음이 그 여행의 속성인 경우가 다반사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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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맘때의 여름휴가 여행의 일반 목적은 무엇일까. 무더운 때인 만큼 피서(避暑) 여행, 즉 ‘더위를 피하기’ 위함이 우선일 것이다. 그래서 국내 여행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끈후끈한 도시를 벗어나 산하(山河)와 바다로 향한다. 그곳에서 탁족이나 수영처럼 시원한 물에 더운 몸을 식히든, 낚시나 스포츠같이 평소 좋아하던 활동을 즐기든, 여행자들은 익숙한 주거지가 아닌 곳에서 일상의 일손을 놓고 마음의 단추를 풀고 그곳만의 신선함을 즐긴다.


여행지에서 ‘신선함을 즐긴다’는 말은 ‘일상의 일탈’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기쁜 의미의 절반은 차지할 것이다. 또 다른 절반은 여행지 자체에서 발견하는 새로움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여행지 일대에서 여행자가 능동적으로 찾아야 만날 수 있다. ‘찾는다’는 것은 여행자의 ‘의욕’과 ‘태도’이고 그 태도 앞에서 모든 여행지는 스스로의 과거를 애써 감추지 않는다. 그렇다. 여행지의 ‘지금 있는 것’은 대부분 과거에서부터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상 현실에서 발을 빼어 낯선 곳의 과거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그 과거 자리의 아득한 시간을 오늘 만나는 일이다. 그리고 모든 ‘지금-이곳’은 어디든 곧장 ‘과거의 현장’이 된다.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 ‘스페셜’ 코너에 [생활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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