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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풍호] 풍호마을 연꽃축제로 풍호의 추억 소환!

2016년 07월 28일 14:21

<뷰레이크 타임> 을 다시 열며 


이번 주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한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 그리고 묵묵히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 다시 시작하는 <뷰레이크 타임>은 나를 지키고 호수를 지키는 시간이다. 점차 사라질 위기인 석호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석호는 파도나 해류의 작용으로 해안성에 생기는 사주, 사취로 입구가 막혀서 생성된 자연호수다. 담수와 해수의 중간 성격을 갖는 기수호다. 담수생물, 해양생물, 기수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자연환경 생태계를 갖고 있어 희소가치가 높다. 그런 석호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이미지 확대하기동해안 석호 지도. -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동해안 석호 지도. -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현재 18개의 석호가 분포하고 있는 동해안. 이 중에서 석호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석호는 현재 어떠한 모습일까. 왜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일까. 사라져 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봐야 할까. 되살릴 수는 없을까. 그동안 몰랐던 석호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아직 가보지 못한 11곳과 이미 다녀온 7곳을 다시 돌아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편은 강릉 풍호다.

 

이미지 확대하기풍호마을 연꽃단지.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늑장을 부리는 연꽃. 축제 시작이 작년보다 5일 늦다. - 고종환 제공
풍호마을 연꽃단지.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늑장을 부리는 연꽃. 축제 시작이 작년보다 5일 늦다. - 고종환 제공

연꽃마을로 재탄생한 풍호, 8번째 연꽃축제 열다


추억은 힘이 세다는 걸 보여주는 축제가 있다. 풍호마을 연꽃축제다. 축제의 시작은 7월 28일. 축제가 열리기 사흘 전, 마을을 찾았다. 정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화합이 잘 되는 마을이라는데 그 말을 실감했다.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마을 주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막바지 축제 준비로 분주했다.

 

이미지 확대하기풍호마을 연꽃단지에 올해 새로이 생긴 분수대 조형물. - 고종환 제공
풍호마을 연꽃단지에 올해 새로이 생긴 분수대 조형물. - 고종환 제공

정자 옆으로 물레방아가 새로 생겼다. 마을 주민들이 새롭게 손수 만들었다고 한다. 운치를 더한다. 푯말을 직접 만드시는 이종순 할아버지의 모습도 인상 깊다. 조롱박, 관상용 호박, 수세미 등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터널은 더위를 잊게 해 줄 그늘막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미지 확대하기마을주민들이 모종을 하나하나 심어 가꾼 박 터널. - 고종환 제공
마을주민들이 모종을 하나하나 심어 가꾼 박 터널. - 고종환 제공

 

이미지 확대하기한 자 한 자 정성들여 글씨를 쓰는 이종순 할아버지(왼쪽). 낭만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바람개비(오른쪽). - 고종환 제공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글씨를 쓰는 이종순 할아버지(왼쪽). 낭만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바람개비(오른쪽). - 고종환 제공

어느덧 8회째를 맞은 풍호마을 연꽃축제. 일회적으로 끝나는 축제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 축제를 한번 여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풍호마을 연꽃축제는 매년 여름마다 열리고 있다. 8년째 이끌어 온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마을주민들의 단합에 있다. 단합의 원동력은 바로 추억이다.

 

이미지 확대하기곳곳에 수줍게 피어난 연꽃. - 고종환 제공
곳곳에 수줍게 피어난 연꽃. - 고종환 제공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에게 풍호는 아련하고 먹먹한 장소다. 단풍 풍(楓), 호수 호(湖). 마을의 이름에 담겨있듯, 이곳엔 호수가 있었다. 옛날에 호수 주위에 단풍나무가 우거져 여름엔 단풍 향기가 그윽했고, 가을엔 붉게 물든 단풍이 호수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신라시대엔 화랑들이 시를 읊고, 뱃놀이를 했었다고도 전해진다.

 

이미지 확대하기축제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전통갯배 체험. 갯배에 올라 직접 운전 해볼 수 있다. - 고종환 제공
축제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전통갯배 체험. 갯배에 올라 직접 운전 해볼 수 있다. - 고종환 제공

강릉 향토지 <임영지>의 기록을 보면, 풍호의 둘레는 약 4km. 면적은 약 30만 평에 이르는 호수였다. 호수 중심엔 연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호수는 사라졌다. 형태만 겨우 남아있을 뿐이다. 마을주민들의 추억에만 살아있는 호수다. 풍호 연꽃축제위원장인 박종훈 이장 역시 어린시절에 갯배를 타고 나가 통가리로 가물치를 잡고 붕어도 잡았었다며 풍호에서의 추억을 들려주었다. 

 

이미지 확대하기옛날 물고기 잡던 어구인 통가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기잡는 법을 알려주시는 박종훈 이장님(왼쪽). 논에 물을 대던 농기구인 파래(용두레)도 체험해볼 수 있다(오른쪽). - 고종환 제공
옛날 물고기 잡던 어구인 통가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기잡는 법을 알려주시는 박종훈 이장님(왼쪽). 논에 물을 대던 농기구인 파래(용두레)도 체험해볼 수 있다(오른쪽). - 고종환 제공

호수는 사라져도,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풍호를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동해안 석호 중에서 최남단에 있었던 풍호. 그 넓던 풍호는 어쩌다 사라진 것일까. 자연호수는 자연적으로 생겨나서 언젠가는 자연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풍호는 자연적으로 사라진 게 아니다. 풍호 인근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풍호는 1993년까지 석탄재 매립장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면서 육지화가 되고 만 것이다. 육지화된 곳에 골프장이 조성되면서 호수는 영영 사라졌다.

 

이미지 확대하기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자연습지. - 고종환 제공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자연습지. - 고종환 제공

풍호를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크기만 하다. 마을주민들은 사라진 호수를 복원할 순 없지만 대신 추억을 복원하기로 했다. 2008년 5월. 호수 중심에 만발했던 연꽃을 떠올리며 마을 유휴지에 연꽃단지를 조성했다. 손수 정성을 들여 연꽃을 심었다. 2만 5000평의 습지에선 예전에 갯배를 타고 놀던 추억을 되살렸다. 갯배뿐 아니라 오리배를 타고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선조들은 부들을 엮어 왕골자리 대용으로 썼다고 한다(왼쪽).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독미나리. 6~8월에 하얀 꽃이 핀다. 절대 만지지 말 것(오른쪽). - 고종환 제공
선조들은 부들을 엮어 왕골자리 대용으로 썼다고 한다(왼쪽).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독미나리. 6~8월에 하얀 꽃이 핀다. 절대 만지지 말 것(오른쪽). - 고종환 제공

핫도그를 연상케 하는 부들을 볼 수 있고,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독미나리를 볼 수 있다. 습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줄풀은 옛날에 소 먹이로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줄풀을 베는 것이 마을주민들의 아침 일과였던 때도 있었다. 물을 정화하는 식물이기도 하지만 너무 무성하면 물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습지 관리의 어려움 중 하나다. 풍호는 이미 사라진 석호여서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석호에서 제외돼 있다. 이곳엔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등의 생태계교란식물도 서식 중이다. 지금 남아있는 습지만이라도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이미지 확대하기물레방아가 돌아가듯, 올해 축제도 원활하게 잘 되었으면 좋겠다(왼쪽).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차 유적지 중 하나인 녹두정(한송정).인근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안에 정각이 있다. 마을에선 이를 기억하고자 기념비를 만들었다(오른쪽). - 고종환 제공
물레방아가 돌아가듯, 올해 축제도 원활하게 잘 되었으면 좋겠다(왼쪽).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차 유적지 중 하나인 녹두정(한송정).인근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안에 정각이 있다. 마을에선 이를 기억하고자 기념비를 만들었다(오른쪽). - 고종환 제공

해마다 연꽃을 심고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첫 회부터 축제를 준비한 마을주민들은 이제 80세가 넘었다.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체험이 무료인 데다 축제 예산이 넉넉지 않다 보니 인력을 동원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축제를 찾는 사람들이 풍호마을을 기억해 주고, 이곳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축제를 열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축제의 장을 찾아 자연과 더불어 즐겁게 노는 것. 출출한 배는 먹거리 장터에서 연잎밥, 연 해물파전, 연국수 등의 소박한 음식으로 채우며 배부른 추억을 더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라진 호수인 풍호. 그 이름만은 함께 기억하는 일일 것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축제 준비를 지켜보는 제비들 포착!(왼쪽) 다이어트 고민이라면? 변비 때문에 고생이라면? 연잎차, 연국수, 연잎가루 등의 지역특산물을 놓치지 말길!(오른쪽) - 고종환 제공
축제 준비를 지켜보는 제비들 포착!(왼쪽) 다이어트 고민이라면? 변비 때문에 고생이라면? 연잎차, 연국수, 연잎가루 등의 지역특산물을 놓치지 말길!(오른쪽) - 고종환 제공

꿀팁 4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풍호길 100-1 (하시동 3리 풍호마을)
<②큰술> 축제 기간 : 2016년 7월 28 ~ 31일   
<③큰술> 축제 프로그램 : 갯배체험, 그네체험, 파래체험, 페이스페인팅, 원터워크볼체험,
관광객 노래자랑, 스마트폰 촬영행사, 보물찾기, 행운권 추첨 등
*원터워크볼체험은 유료다. 
*축제 상세 일정은 풍호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www.phl.kr/smain.html
<④큰술> 사진 예쁘게 나오는 포인트 : 1. 연꽃단지 초입에 있는 정자에 앉아 찍기. 뒤에 연꽃단지 배경이 굿! / 2. 박 터널 가운데 서서 찰칵! / 3. 갯배 타고 습지 중반 쯤에서 서로 찍어주기 / 4. 그네타는 모습 찰칵!

 

이미지 확대하기사진포인트 하나. 커플사진 찍기 명당!(왼쪽) 사진포인트 넷. 그네타고 찰칵!(오른쪽)
사진포인트 하나. 커플사진 찍기 명당!(왼쪽) 사진포인트 넷. 그네타고 찰칵!(오른쪽)

석호 첫 번째 이야기, 풍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 하며


석호만 위기일까. 희망을 잃은 채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 역시 위기다. 갈수록 위협적인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는 위기.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못사는 사람은 더 설 자리가 없는 위기. 점점 불안감이 커지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위기. 나도 너도 위기다. 그냥 넋 놓고 있다간 가치를 모른 채 사라질지 모른다. 풍호처럼.


이미 호수 하나를 잃었다. 다시 되살릴 수도 없다. 대신 추억을 복원하는 것으로, 이름을 기억하는 것으로 호수를 기억한다. 이제 남아있는 호수만이라도 지켜야 한다. 또한 각자의 위기에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 석호 이야기와 함께 차근차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또한 한정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우리 역시 세상에 하나뿐인 멸종위기종이다. 귀하게 여기고 보호해주듯, 우리도 귀하게 여기고 보호해주어야 한다. 제일 먼저 실행할 수 있는 건 자신부터다. 자신을 먼저 귀하게 여기고 보호하는 것이다. 석호 여행을 하는 이 시간만큼은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기존의 연재 글을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달라진 뷰레이크 타임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기다렸는데 혹여 달라진 여정에 실망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부디 이 여행에도 동행해주면 좋겠다. 무더운 날씨에 금세 지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기운 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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