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2016.07.19 13:00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우선 대답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수십년간의 걸친 연구들에 의하면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약 10% 정도로 행복을 ‘전부’ 살 만큼은 아니라는 것, 가진 액수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라는 것이다(Diener et al., 1999; Lyubomirsky et al., 2005).


사실 돈이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일단 먹고 살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너무 없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런 점에서 돈은 행복을 우리가 바라는 만큼 ‘촉진’ 시켜주진 않을 지 모르지만 적어도 불행을 막아주는 역할은 톡톡히 한다.


국가별 GDP와 그 나라 사람들 행복도의 평균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GDP가 증가함에 따라 행복도가 쭉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 증가세가 점점 주춤해지는 그래프가 나온다.


우선 가난한 나라들은 아무래도 낮은 행복도를 보인다. 당장 오늘 못 먹어서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행복할 수 있을까? 아마 매우 어려울 것이다. 생존이 위험한 상황에서 마냥 행복해 하는 것은 부적응적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선을 넘어서면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돈이 행복이 미치는 영향은 한계효용(declining marginal utility)의 곡선을 따른다. 어느 정도 넉넉하게 먹고 살만한 수준이 되면 그 이상의 돈은 사람들의 행복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가난할 때처럼 행복도를 팍팍 높이는 역할은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배부른 상태에서 뭘 먹으면 맛이 나긴 하겠지만 배고픈 상태에서 먹는 것만큼 맛있지는 않은 것과 같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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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은 국가들의 평균 행복도를 비교했을 때뿐 아니라 한 국가 안에서 개인들의 행복도를 비교해도 나타난다. 즉 가난한 나라가 부유한 나라보다 불행하되 한번 부유해 지면 그 이상 부유해 지는 것은 그 국가의 평균 행복도를 전처럼 크게 높이지 못하는 것처럼, 한 사회에서도 가난한 개인들이 부유한 개인들에 비해 불행하지만 일단 소득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개인들 사이에서는 행복도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리학자 Kahneman과 동료들이 2010년 미국에서 4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결과 연 소득 4-5만 불 선을 기점으로 돈이 ‘행복감(기쁨, 즐거움, 신남 등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서서히 줄다가 7만불 즈음에서 멈추는 현상이 나타났다(Kahneman & Deaton, 2010).


사람들을 소득별로 묶었을 때 소득이 낮은 그룹과 높은 그룹을 비교하면 소득이 높은 그룹에서 비교적 즐겁고 행복하며 슬픔, 걱정 화가 적고,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스트레스도 적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경향이 나타난다.


하지만 연소득 4-5만불 선을 넘어선 그룹끼리 비교하면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들의 수가 서로 별로 다르지 않은 경향이 나타난다.


하지만 행복감과 다르게 ‘이 정도면 내 인생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라는 인지적 평가는 소득과 함께 비교적 일직선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소득수준이 매일매일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지만 스스로의 삶을 높이 평가하는 데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덜하다는 것.


이렇게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연구들을 보면 대체로 행복 측정치가 ‘정서’가 아닌 행복하다는 ‘인지적 평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물질을 통해 실질적인 행복감이 늘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연구 결과들이다.


하지만 연소득 4-5만 불 선까지는 소득과 행복감이 비교적 일직선으로 함께 상승한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어느 정도의 소득을 확보하는 것은 행복에 중요하다. 소득이 이 선 이하로 내려갈수록 사람들의 긍정적 정서는 떨어지고 부정적 정서와 스트레스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이 행복을 사주는 4-5만 불 선의 소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Kahneman은 결국 행복을 살 수 있는 선의 소득이란, 즉 맛난 음식을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가 생활을 하는 등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들을 어느 정도 맘껏 누릴 수 있는 만큼의 돈이라고 이야기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4-5만 불이 바로 이런 제약이 많이 사라지는 선이라는 것이다.


결국 Kahneman은 돈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주는 ‘매개체’가 되는 만큼 행복과 연관되어있다고 보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돈을 쌓는 것 자체보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행복과 큰 관련을 보인다는 것과도 연결된다.

 


어떻게 쓰면 행복해질까?


‘행복해지기 위한 돈 쓰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는데, 어떻게 쓰면 행복해질까?


우선 ‘물질’보다 ‘경험’을 소비할수록 행복한 편이라는 연구들이 있었다. 예컨대 같은 물건을 사도 충동적으로 또는 과시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그 물건에 어떤 개인적 ‘의미’를 담을 때, 또 여행이나 공연 같은 경험 자체를 구매할 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행복도를 느낀다고 한다(Van Boven & Gilovich, 2003). 의미나 경험은 물질에 비해 비교적 덜 질리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새로워지는 등 그 기쁨을 좀 더 장기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외의 사실이지만,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서 돈을 쓸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들이 관찰된다고 한다. 같은 가방도 자신을 위해서 살 때보다 아픈 아이들을 위한 기부 목적으로 살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현상이 관찰되었다고 한다(Dunn et al., 2008).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기부와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행복한 경향도 나타난다.


또한 최근 심리과학지(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총 얼마를 쓰느냐와 별개로, ‘자기 성격에 맞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많이 구매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행복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Matz et al., 2016). 예컨대 성격 5요인 중(외향성, 성실성, 신경증, 경험에 대한 개방성, 원만성)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은 외식, 술집 등에 돈을 많이 쓸수록 행복도가 높았던 반면, 외향성이 낮은 사람들은 이들 항목들보다 책 구입 등에 돈을 쓸 때 비교적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성실성과 관련된 소비 품목은 책, 컴퓨터 테크놀로지, 건강, 각종 보험으로, 경험에 대한 개방성과 관련된 소비 품목은 여행, 뷰티, 음악, 사진, 원만성과 관련된 소비 품목은 애완용품, 기부활동 등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신경증은 어울리는 소비품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외향성 높고 성실성 높고 개방성 높고 원만성 낮은 사람이라면 1) 외향성과 관련해서 사람들과의 모임, 술자리,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와 관련된 지출이 당신의 행복도를 높여줄 가능성이 있겠다. 또한 2) 성실성과 관련해서 운동, 건강 용품과 보험에의 지출이 3) 개방성과 관련해서 여행, 뷰티, 예술 등에의 지출이 당신의 행복도를 높여줄 가능성이 있겠다. 반면 4) 낮은 원만성으로 인해서 기부활동은 당신의 행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겠다.


돈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더 스트레스만 많아지고 일 중독에 바빠지기만 한다면, 본말전도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어차피 생길 지출이라면 나의 행복을 위한 소비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다.

 

 

※ 참고문헌
Diener, E., Suh, E. M., Lucas, R. E., & Smith, H. L. (1999). Subjective well-being: Three decades of progress. Psychological Bulletin, 125, 276-302.
Lyubomirsky, S., Sheldon, K. M., & Schkade, D. (2005). Pursuing happiness: The architecture of sustainable chang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9, 111-131.
Kahneman, D., & Deaton, A. (2010).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7, 16489-16493.
Van Boven, L., & Gilovich, T. (2003). To do or to have? That is the ques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5, 1193-1202.
Dunn, E. W., Aknin, L. B., & Norton, M. I. (2008). Spending money on others promotes happiness. Science, 319, 1687-1688.
Matz, S. C., Gladstone, J. J., & Stillwell, D. (2016). Money buys happiness when spending fits our personality.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16635200.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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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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