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할 때 대기업만 능사가 아니다

2016.07.17 10:00

# 대기업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던 30대 중반 박모씨는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를 어느날 그만두고 훌쩍 여행을 떠났다. 돌아와서 다시 일자리를 찾을 때는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이 아닌 직원 수가 100여명인 IT 관련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지만 박씨의 결심은 확고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존 회사와 달리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해외영업 뿐 아니라 국내영업과 전반적인 마케팅도 담당했다. 실수도 많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1년 후에는 영업 마케팅 업무 전반을 경험하며 본인도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며 만족해 했다.

 


흔히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구직자들은 갈 만한 회사가 없다고 하고, 기업들은 인재가 없다고 한탄한다고 한다. 구직자와 고용 기업간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많은 구직자들이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고 복리후생이 좋은 대기업으로 몰려 중소기업은 좋은 인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좋은 인재를 찾아달라고 의뢰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은 가슴이 타들어 간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알짜 중소기업도 많다


구직자들이 대기업을 찾는 이유는 높은 연봉과 훌륭한 복리후생 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연봉이 높은 것은 아니다. 산업군과 기업의 실적 등에 따라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반면 중소기업이라고 모두 처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대기업 수준을 훌쩍 넘는 연봉과 복리후생을 자랑하는 기업도 찾아보면 많다.


어느 유명 홍보대행사는 대졸 초임 연봉이 5000만원이라고 한다. 일반 제조 대기업이 3000만원대 후반에서 4000만원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승진 연한도 짧아 열심히 일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 타이틀도 달 수 있고, 연봉은 1억원을 넘긴다고 한다.

 


리조트야 회사야~


약 10년전쯤(?) ‘구글’이라는 회사가 세계적으로 막 각광받기 시작할 무렵 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넓은 대지에 푸른 나무와 잔디가 펼쳐져 있고 자유와 낭만까지 느껴지는 업무 환경에 그때 당시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어떤 직원은 커다란 개까지 옆에 두고 일하는 독특한 문화도 보았다. 


이제는 당시의 구글처럼 사내 카페가 마련돼 있고 알록달록 독특한 인테리어로 꾸민 생기발랄한 우리 기업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 반가운 것은 입을 다물 수 없는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도 크게 늘었다.


대표적으로 게임회사 I사와 J사는 사내에 수영장을 운영한다. 게임 회사 특성상 야근이 많은 직원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수영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M사는 삼시세끼 식사를 제공하는데, 호텔급 수준이다. 게다가 ‘무스펙 무징벌 무상대평가 무정년’의 4무 원칙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 대신 편안하게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이에 힙입어 회사의 작년 입사 경쟁률은 500대 1이나 되었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 경쟁률인 100대 1을 크게 웃돈 수치다.

 


중소기업의 장점 – 업무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담당하는 업무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 수가 적다 보니 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인사 담당자가 총무, 나아가 구매 업무까지도 겸하게 된다. 회사가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일을 모두 알 수 있게 된다. 10년 20년이 흘러 기업의 운영 전반을 관리지는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의 기본기를 닦는 셈이다. 국내영업과 해외영업, 국내외 마케팅을 함께 맡게 되면 매출과 수익을 책임지는 사업 총괄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가지 분야만 집중적으로 경력을 쌓을 때 얻지 못하는 것을 취하게 되는 셈이다.

 


알짜 중소기업, 어떻게 고르나


복리후생만 좋다고 좋은 회사는 아니다. 좋은 중소기업을 선택하려면 사업의 구조를 봐야 한다. 재무구조가 건전한지, 사업의 실체는 있는 것인지, 사업 아이템은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등을 살펴보고 괜찮은 기업이라면 평소에 눈여겨 봤다가 채용이 있을 때 지원하는 것도 좋겠다.


중요한 것은 앞서 예로 든 회사처럼 내가 볼 때 좋아 보이면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진다는 것. 그 사이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먼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관심 가진 회사의 인재상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를 파악해서 조금씩 갖춰 나가야 한다.

 

 
누구나 만족하는 회사란 없다


아무리 연봉이 높고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라 해도 내가 싫으면 그만이다. 독특한 복리후생을 자랑하는 기업이라도 역시 누군가의 불만은 있을 수 잆다. 결국 어떤 쪽을 선택하든 내 자리에서 어떻게 삶을 일궈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 편집자주
요즘 직장 생활 어떠세요? 재밌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겠죠. 다들 꿈을 갖고 직장에 다니지만, 더러는 확 사표를 내고 싶을 때고 있고, ‘큰 물(?)’로 나가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다운쉬프트’해거나 자영업으로 전환하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직업, 직장을 바꾸는 것은 큰 모험입니다. 오랜 기간 사람들을 만나서 이직 상담을 해온 헤드헌터로부터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들어봅니다.


※ 필자소개
전경원. 화인컨설팅그룹 컨설턴트/상무. 전자신문 기자 생활을 거쳐 헤드헌팅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외국계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며, 공공기관 면접관으로도 활동중이다. 경력이나 스펙에 앞서 '사람'이 먼저 라는 신념으로 업무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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