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관계할 때 흥분한 연기를 하는 이유는?

2016년 07월 12일 12:40

그동안 ‘여성들은 성적 욕구가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거나 여성이 자신의 성적 욕구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 또한 사회적으로 제한되는 등 여성의 성욕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주목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들이 여성들도 활발한 성욕을 가지고 있으며 그간 여성의 성욕이 평가절하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의 오르가즘에 대한 연구들도 점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관련해서 여성들이 성관계시 오르가즘을 가짜로 연기(faking)하는 현상 또한 주목받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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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연구 소식을 전하는 매체, 사이포스트(Psypost) 등에서 보도한 영국 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 발표 내용에 따르면 많은 여성들이 관계시 거짓으로 오르가즘을 연기하며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불만족스런 성관계를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성적 흥분을 연기함으로써 남성 파트너의 흥분을 유도, 빨리 끝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행위 자체는 비난할 이유가 없지만, 그것이 성관계시 여성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는 현실을 숙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빨리 끝내고 싶다거나 그만하자고 확실히 의사를 표현하는 대신 굳이 ‘연기’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몇 마디 말보다 더 간편하고 안전한, ‘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번거롭고 간접적인 방법이 현실적인 전략으로 자리잡은 현상은 여성이 자신의 몸이 겪는 성행위에 대해 결정하고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있음에도 실생활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잘 행사하지 못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고싶다거나 하기 싫다고 직접적으로 말도 못할 정도로 많은 억압과 압력을 견디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심지어 강압적이고 ‘강간’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오르가즘 연기를 했다고 응답한 여성들이 다수 있었다고 한다.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있어 매우 흔한 일이며 약 70%의 여성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오르가즘을 연기해봤다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고 한다 (Muehlenhard & Shippee, 2010).


한편,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의 거짓 오르가즘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Thornhill et al., 1995). 예컨대 연인 중 여성은 관계시 단 한 번도 진짜로 오르가즘을 느낀 적 없었고 전부 거짓이었다고 응답했지만, 남성은 자기 파트너는 절대 연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고 한다.


좀 더 광범위하게 여성들이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연구에서는 크게 1) 상대방을 위해(파트너를 기쁘게 해주려고/슬프게 만들지 않으려고), 2) 불안을 덜기 위해(어딘가 이상이 있다거나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3) 관계시 흥분도를 높이기 위해(자신이 즐기기 위해), 4) 불만족스런 관계를 빨리 끝내기 위해, 이렇게 네 가지 이유를 발견했다(Cooper et al., 2014).


3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위 여자는 남자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던가, 즐겁게 해줘야 한다 등의 사회적 압력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되는 항목들이다. 76년도의 한 조사에서는 오르가즘 연기가 ‘밤마다 행하는 여성들의 사회적 책무’라고 언급되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다 이렇게 오르가즘 연기가 오래 지속되어 왔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성관계는 함께 즐거울 때 이상적일 것이다. 또한 성적 만족이란 오르가즘도 있지만, 그것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을텐데, 서로 충분한 이야기, 설명, 합의 등이 있으면 성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충분히 함께 즐길 수 있는 과정이 아닐까?


부끄럽다거나 자존심 상한다 등등의 이유로 정확한 상황판단과 부지런한 논의 없이 어디서 흘러 들은 잘못된 지식에 머물러 일방적으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백날 한들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맞춰준다든가 봉사한다든가 하는 이상한 형국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그리고 상대 여성이 성적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남성들은 정말 기 또는 자존감 또는 효능감 등이 죽는걸까? 사회적으로 그렇다는 통념이 있으니 여성이 ‘사실 별로’였다고 쉽게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만약 실제로 여성의 평가에 의해 남성의 성적 효능감(나아가 자존감 등등)이 크게 좌우된다면 여성이 만족하지 못했을 때 상대방과 힘을 합쳐 좋은 평가를 받을 방법을 찾아보면 되는게 아닐까? 방법을 찾아서 더 좋아지면 함께 기뻐하고 그러면 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카운셀링 같은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 참고문헌
Muehlenhard, C. L., & Shippee, S. K. (2010). Men’s and women’s reports of pretending orgasm. Journal of Sex Research, 46, 552–567.
Thornhill, R., Gangestad, S. W., & Comer, R. (1995). Human female orgasm and mate fluctuating asymmetry. Animal Behaviour, 50, 1601–1615.
Cooper, E. B., Fenigstein, A., & Fauber, R. L. (2014). The faking orgasm scale for women: Psychometric properties. Archives of sexual behavior, 43, 423-435.
Faking to finish — women feign sexual pleasure to end ‘bad’ sex, study finds. (2016, July 9). Retrieved from http://www.psypost.org/2016/07/faking-finish-women-feign-sexual-pleasure-end-bad-sex-43719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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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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