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머금고 폐세자를 했더니…

2013.06.30 17:59

 

헌릉의 석물 - 이종호 박사 제공
헌릉의 석물 - 이종호 박사 제공

  태종의 능이 조선왕조의 왕릉에 비해 규모가 크고 석물이 많은 것은 세종의 효심 때문이다. 세종은 파격적으로 다른 왕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에게 선위해 준 태종에 대한 효심으로 태종의 무덤에 각별한 정성을 보였다. 세종이 이와 같이 아버지 태종에게 헌신한 것은 그가 왕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종은 왕자의 난을 일으켜 동복형제까지 죽이면서 왕이 되었지만 후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시대를 순조롭게 마무리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제는 자신과 같이 형제를 죽이는 전철을 밟지 않고 왕권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태종이 선택한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장자에게 왕위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런 면으로 보면 충녕이 왕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문제는 세자 양녕이다. 양녕은 아버지에게 일부러 밉보이도록 처신하려는 듯 삐뚤어진 행실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10년이 넘도록 세자의 후계자 수업에 공을 들였지만 양녕은 조정의 일이나 글공부에는 아예 뜻을 두지 않았다. 천하의 태종이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아들 농사만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태종은 세자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고 때로는 엄하게 꾸짖고 때로는 눈물로 호소하면서 세자를 어르고 달랬다. 항상 곁에 두려고 매사냥을 갈 때는 물론 신하들이 마련한 연회에도 꼭 세자와 동행했음에도 그의 기행은 끊이지 않았다.

 

헌릉의 망주석 - 이종호 박사 제공
헌릉의 망주석 - 이종호 박사 제공

  반면에 한쪽 다리가 다소 짧은 단지대왕(短之大王) 충녕은 양녕과는 달랐다. 충녕은 태종이 양녕에게 바라는 바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마침내 태종은 특단의 조치로 양녕을 세자에게 폐하고 충녕을 세자로 삼았다. 태종 재위 마지막 해의 일이다. 실록에 따르면 태종이 세자를 폐할 때 통곡으로 다음과 같이 하교했다고 한다.

 

  ‘너로 하여금 새 사람이 되도록 바랐는데, 어찌 뉘우치지 않아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 나와 너는 부자지간이지만 군신의 도리 또한 있다. 이제 충녕이 너의 자리를 대신하게 하였으니 반드시 너를 대접하는 마음이 두터울 것이다. 부디 나의 부득이한 정을 알아다오. 이제 광주에서 네가 사랑하던 자들을 모두 거느리고 살라.’

 

  태종에게 세자를 폐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지만 학자들은 그의 선택이야말로 최선이었다고 말한다. 세종이 조선의 영광을 한껏 올려 준 왕이기 때문이다.

 

  한국사에서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는 사람은 단 두 명, 세종대왕과 광개토대왕이다. 태종의 은덕으로 예상치 못한 왕이 된 세종은 죽어서도 부모 곁에 묻히기를 유언으로 남겨놓았다.

 

 세종의 유언대로 묘역을 헌릉 옆에 모셨는데 묘 자리가 좋지 않아 조선왕가에서 단종의 사사, 사육신 사건 등이 계속 일어나자 결국 18년 후 여주의 영릉으로 옮겼다. 이 부분은 영녕릉에서 다시 설명한다.

 

참고문헌 :
 「조선왕릉엔 ‘다빈치코드’ 뺨치는 ‘컬처코드’가…」, 윤완준, 동아일보, 2009.06.29
 「[王을 만나다·31]헌릉 (3대 태종·원경왕후)」, 정종수, 경인일보, 2010.04.29
 「수렴청정과 세도정치 왕은 허수아비 신세였다」, 이창환, 주간동아, 2011.01.24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과학저술가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과학저술가

이종호 박사(사진)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과학저술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과학저술가로 활동중이다. 저서는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노벨상이 만든 세상’ ‘로봇, 인간을 꿈꾸다’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등 다수다.

 

 

 

※ 편집자 주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더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가 공룡유산답사기, 과학유산답사기 2부, 전통마을을 찾아가는 과학유산답사기 3부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찾아가는 과학유산답사기 4부를 연재합니다. 과학저술가 이종호 박사의 도움을 받아 세계문화유산 속에 숨어 있는 과학지식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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