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상표를 지키는 방법 ③: 중국어 브랜드 명을 만들어야 할까?

2016.07.08 16:00

중국에 와서 살면서 초창기에 가장 놀랐던 것 중에 하나는 평범한 대다수의 중국인들이(그리고 방송의 아나운서들도) 영어로 된 브랜드를 영어로 발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간판에 KFC라고 적혀있으면 우리 생각에는 그냥 “케이에프씨”라고 영어로 말하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영어로 된 브랜드를 그대로 읽지 않고 KFC의 중국어 이름을 별도로 만들어 ‘肯德基’(컨더지)라고 읽거나, STARBUCKS를 ‘스타벅스’라고 영어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星巴克’라는 중국어 이름을 만들어 ‘싱바크어’라고 말한다. 간판이나 상품에 아무리 KFC라고 영어로 된 이름이 박혀 있어도, 중국인들에게 전화상으로 “KFC(케이에프씨)에서 만나자”이렇게 이야기했다가는 십중팔구 상대방은 “어디서 만나자고?”라고 하며 되물을 것이다.

 

최영휘 제공
최영휘 제공

왜 중국에서는 영어로 된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중문 브랜드를 작명하여 활용할까?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인들이 영어발음에 익숙하지 않아 영문 브랜드만으로는 마케팅을 위한 브랜드의 ‘전파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급 브랜드, 화장품 브랜드는 고급스러운 뉘앙스의 중문 이름을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구어(oral) 마케팅이 되려면 쉽게 사람들에게 발음으로 각인이 되어야 하고 뇌리에 기억된 그 브랜드의 이름이 다시 제3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런데 저명한 영문상표거나 간단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될만한 영문 이름이 아닌 이상 아무래도 영문 상표만 가지고는 중국 대중에게 각인적 효과 내지 전파가능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많은 경우 영문 브랜드에 더하여 중국어 브랜드를 만들어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게 된다.


필자와 상담을 하는 한국 기업의 대표은 중국어로 된 기업명 또는 상품명이 반드시 필요한지 자주 묻는다.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100% 중국어 이름이 필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다. 업종별 또는 상품별로 영어 이름만으로 마케팅하는데 문제가 없는 분야도 있을 수 있고(최근 북경의 한 쇼핑몰 2층 여성 의류 코너를 돌아다녀 봤는데 중국어 브랜드 없이 영어 브랜드만으로 걸린 간판이 반 이상이었다.) 현재 쓰고 있는 영문브랜드의 명칭과 발음에 따라 전파가능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반드시 중국어 이름이 필요하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때론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대기업들도 잘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2015년 초 삼성전자는 중국 북경에서 갤럭시 S6(Galaxy S6) 스마트폰에 대한 신제품 발표회를 하면서 Galaxy 스마트폰에 대한 중국어 이름을 ‘盖乐世(가이르어스 ; 세상을 기쁨으로 덮는다)’라고 지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과거 삼성은 2011년 경 Galaxy에 대한 중국어로“盖世(가이스 ; 세상을 덮는다)”라는 중국어 이름을 붙였었는데 이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잘 활성화되지 않다 보니 중국어 이름을 포기하고, Gelaxy라는 영문명 만을 사용해 오다가, 결국 2015년에 이르러서 중국어 이름이 필요하여 다시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면 중국인들은 그 동안 실제로 갤럭시 핸드폰을 뭐라고 말하면서 사용해 왔던 것일까? 삼성의 바람대로 2011년 경에는 ‘가이스’라고 중국어로 불렀다가 이후에는 영어로 Galexy라는 이름을 쓰다가 2015년 경부터는 삼성이 다시 중국어 이름으로 ‘가이르어스’라고 지었으므로 ‘가이르어스’라고 부르는 것일까? 정답은 위에서 제시한 이 모든 이름이 아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가장 간단하게 “三星手机(삼성 핸드폰)”, 또는 “三星 智能手机(삼성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면서 뒤에 “S6”, “Note2” 와 같은 버전을 덧붙여서 읽는다.

 

중국 상해 푸동지구의 쇼핑몰 외관에 부착되어 있는 갤럭시(Gelaxy)의 광고판 - 최영휘 제공
중국 상해 푸동지구의 쇼핑몰 외관에 부착되어 있는 갤럭시(Gelaxy)의 광고판 - 최영휘 제공

삼성전자가 2011년경 중국어 이름을 만들어 쓰고 있다가 중국어 이름을 포기하고 영문 “Gelaxy”만으로 간 것은 나름대로 브랜드 전략에서 영문 만으로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Apple i-phone의 경우 i-phone에 해당하는 독자적인 중국어 이름은 없고 그냥 사과에 해당하는 중국어 단어 ‘핑구어’를 활용해 ‘핑구어5’, ‘핑구어6’ 정도로 사람들이 부르므로 이 부분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결국 2015년에 이르러 Gelaxy에 해당하는 중국어 이름을 별도로 만들었다는 의미는 영어 브랜드인 Gelaxy가 아무래도 중국 대중에게 발음이 어렵고 의미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삼성측이 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Gelaxy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쓰고 있는 어떠한 영문 브랜드가 한국적인 시장 정서에서 아무리 발음하기 쉽고, 각인되기 쉽고, 전파하기에 쉽다는 생각을 가지더라도, 중국 대중에게도 그 영문 브랜드가 한국에서만큼의 브랜드 가치와 효용을 가지는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상해 중심가 난징동루에 걸려있는 빙그레의 바나나우유 광고판 (한국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바나나맛 우유라는 한글은 제품에 그대로 살리고 바깥 쪽에 바나나맛 우유에 해당하는 중국어 번역을 기재하였다) - 최영휘 제공
상해 중심가 난징동루에 걸려있는 빙그레의 바나나우유 광고판 (한국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바나나맛 우유라는 한글은 제품에 그대로 살리고 바깥 쪽에 바나나맛 우유에 해당하는 중국어 번역을 기재하였다) - 최영휘 제공

앞에서 예를 든 스타벅스(Starbucks)의 경우 한국에서는 많은 경우 ‘스타벅스’라는 한국명을 생략한 채 ‘STARBUCKS’ 라는 영문명만 보고서도 대중들은 ‘스타벅스’라고 발음하고, 인지하고, 지인들에게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고 왔다고 전파한다. 왜냐하면 ‘STARBUCKS’라는 영문이름이 비교적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저명한 상표가 되어서 익숙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STARBUCKS’건 ‘KFC’건 ‘McDonald’ 건 대다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그리고 언뜻 한국인이 보기에 발음하기 어렵지 않아 보이는 영문 브랜드들의 상당수가 현지화된 중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왜 쉬운(?) 영문이름이 있는데도 굳이 토착화된 중문 이름을 가지려고 할까? 이것에 대해서는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쉽게 정리를 하자면 우선  중국 시장 안에서는 영문 이름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발음이 일정하지가 않다. 그리고 사람마다 부르는 방법이 다르니 대중들이 쉽고 정확하게 브랜드명을 뇌리에 각인하여 전파시켜야 한다는 브랜드 전략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어 이름이 반드시 필요한지 여부는 뭐라고 반드시 단정하여 이야기 할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만약 중국에서 하루 이틀 장사할 것이 아니라 길게 내다보고 중국 시장을 반드시 진출할 것이고, 중국에서 비즈니스로 뿌리내리고 싶다면 반드시 중국어로 된 브랜드를 그것도 아주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라고 조언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 시장조사를 하면서 경쟁사들의 제품과 서비스들이(특히 해외에서 들어온 제품과 서비스들이) 중문 이름을 어느 정도로 쓰고 있는지, 이미 한국에서 쓰고 있는 자사의 영문브랜드가 중국 시장의 대중에게는 어떤 이미지로 다가오고, 어느 정도의 각인효과를 갖추었는지, 또 발음편의성을 갖추었는지 등을 평가해 보아야 하고, 만약 이미 쓰고 있는 영문이름이 이런 요소 평가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중문 브랜드를 네이밍하여 영문브랜드와 혼용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상해 중심가 난징동루에 걸려있는 빙그레의 바나나우유 광고판 (한국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바나나맛 우유라는 한글은 제품에 그대로 살리고 바깥 쪽에 바나나맛 우유에 해당하는 중국어 번역을 기재하였다) - 최영휘 제공
상해 중심가 난징동루에 걸려있는 빙그레의 바나나우유 광고판 (한국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바나나맛 우유라는 한글은 제품에 그대로 살리고 바깥 쪽에 바나나맛 우유에 해당하는 중국어 번역을 기재하였다) - 최영휘 제공

※ 편집자주

‘중국’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인구’ ‘음식’ ‘짝퉁’ 등이 떠오를 겁니다. 중국산 제품을 단순히 복제품, 모방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서비스 모방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지적재산권, 중국 법률 등을 자문하는 최영휘 변호사와 함께 중국 모방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자소개

최영휘 변호사. 법무법인 소명의 변호사로서 2008년부터 근무 중이며, 2012년부터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한국기업 및 중국기업의 법률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북경어언대 중국어연수 및 길림대법과대학원에서 중국법 연수를 이수하였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중국SW인증제도 자문을 비롯 다수 한국의 SW기업, 콘텐츠 기업, 프랜차이즈 기업의 중국진출 협력 사업에 필요한 계약 자문, 중국상표출원 등 지적재산권 자문, M&A 자문을 진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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