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 7월호] “지리산이 설악산보다 산사태에 취약”

2016.07.01 09:26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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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이곳에서 큰 산사태가 났습니다.”
 

지난달 2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1915m)에 올랐다. 채병곤 지질환경융합연구센터장은 산사태 관측 시설이 설치된 천왕봉 옆의 중봉을 가리키며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구진은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 관측 시설 점검에 나섰다. 세 군데에 설치된 관측시설을 돌아보며 강우계에 들어간 이물질을 청소하고, 토석류(土石流) 센서 주변에 우거진 수풀을 정리했다. 토석류 센서는 산사태로 흙과 돌이 섞여서 내려올 때 이를 감지하고 전기신호를 보낸다. 연구진은 센서 6개가 측정한 자료가 제대로 전송되는지 확인 작업을 벌였다.
 

● “2021년 이후 1시간 전에 산사태 경보”

 

채 센터장은 “국내 산사태의 90% 이상이 장마철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5년 전 18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와 13명이 숨진 강원 춘천시 마적산 산사태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7월에 발생했다. 
 

현재 산사태 예보는 강우량을 기준으로 한다. 채 센터장은 “강우 강도를 기준으로 시간당 강우량이 20㎜ 이상일 때 경보를 내고 있다”며 “최근 국내 강우 패턴이 과거와 달라져 경보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는 1시간 강우 강도가 급격히 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예보 시스템에는 이런 변수가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연구팀이 국립대만대와 공동으로 강우 강도 및 누적 강우량을 함께 고려하는 예측 기법을 연구한 결과 우면산 산사태 발생 전 세 차례 정도는 위험 예보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대한지질공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지질공학’의 지난달 30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2014년부터 전국의 산지 9곳에 산사태 모니터링 시스템 12개를 설치하고 비가 올 때와 산사태가 일어났을 때 나타나는 지질 특성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3년 이상 데이터를 모은 뒤 산사태 발생 위험 확률을 계산하는 수식을 만들 계획이다. 채 센터장은 “2021년 이후에는 1시간 전에 산사태 경보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지리산이 설악산보다 산사태에 취약
 

연구진이 지난 1년 동안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리산이 설악산에 비해 산사태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리산은 주로 편마암 풍화토로 덮여 있고, 설악산은 화강암 풍화토로 이뤄졌다. 화강암 풍화토는 빗물 침투 속도가 빠르고 배수가 잘된다. 반면 지리산을 덮고 있는 편마암 풍화토는 두께가 두껍고, 빗물 침투 속도도 느리다. 채 센터장은 “지리산이 설악산보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사태 모니터링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산사태컨소시엄(ICL)은 우리나라와 영국, 노르웨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공식 산사태 조기경보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채 센터장은 “강우량에 지질학적 특성까지 반영해 산사태 예보 시스템을 개발하는 나라는 드물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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