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여행] 나를 위한 시간, 파로호 산소100리길 자전거 여행

2016.06.30 15:00


평소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당신. 그런데 그 말이 당신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뷰레이크 타임 열네 번째 질문‘착하게 살았는데 왜 아픈 걸까?’. 이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화천으로 향했다.

 

마음에도 브레이크가 있어서 완급조절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고기은 제공
마음에도 브레이크가 있어서 완급조절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고기은 제공

☜고!☞ 파로호 산소 100리길, 호수 위를 달리다 마음을 보다    


“어디까지 가실 거예요?”
“꺼먹다리까지 가보려고요.”


자전거 대여소 직원이 필자에게 배정해 준 자전거는 1086번.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화천 파로호 산소 100리길을 찾은 건 두 번째다. 이곳을 처음 찾은 건 지난 겨울이었다. 호수 표면이 얼어있을 만큼 추웠지만 마음은 따뜻한 날이었다. 그때의 행복한 추억에 잠시 기대어보면 마음이 좀 괜찮아질까 싶어서 찾았다.

 

싱그러운 여름 안에서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 - 고기은 제공
싱그러운 여름 안에서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 - 고기은 제공

 

파로호 겨울 풍경. 얼어있는 호수, 호수 위 폰툰 다리. - 고기은 제공
파로호 겨울 풍경. 얼어있는 호수와 폰툰 다리. - 고기은 제공

훤히 맨살을 드러내 보였던 산엔 나뭇잎이 덥수룩하게 났다. 표면이 얼어있던 호수는 녹아 수상레저를 즐기는 장소가 되었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려본다.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에서는 속도를 줄인다. 빠를 땐 늦추고, 느릴 땐 다시 속도를 낸다.

 

미륵바위 쉼터 도착!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풍경을 바라본다. - 고기은 제공
미륵바위 쉼터 도착!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풍경을 바라본다. - 고기은 제공

미륵바위에 도착했다. 지난번엔 눈에 덮여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미륵바위를 이제야 바로 본다. 미륵바위의 조성 시기는 정확히 전해지는 바가 없다. 구전에 의하면 조선시대 후기에 건립된 절터로 추정하고 있다. 바위는 웅크리고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 같기도 하고 거북이가 하늘을 향해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화천군 대이리에 있는 미륵바위(왼쪽). 사색하기 좋은 전망 데크(오른쪽). - 고기은 제공
화천군 대이리에 있는 미륵바위(왼쪽). 사색하기 좋은 전망 데크(오른쪽). - 고기은 제공

미륵바위엔 두 가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화천읍 동촌리에 장모라는 선비가 살았다. 그는 과거에 합격하길 염원하며 이 바위에 극진하게 정성을 드렸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 급제해 양구현감까지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전설은 소금배를 운반하던 선주들이 이곳에서 제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들은 안전한 귀향과 더불어 장사가 잘 되기를 염원했다. 모두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숲으로 다리로 향하는 길. 폰툰다리를 건너면 숲으로 다리가 시작된다. - 고기은 제공
숲으로 다리로 향하는 길. 폰툰다리를 건너면 숲으로 다리가 시작된다. - 고기은 제공

나는 얼마나 나를 위하는 사람일까. 누군가를 챙기는 것이 늘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괜한 죄책감이 든다. 부탁을 받으면 거절도 못 한다.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말지’ 생각한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버거워도 표현하지 못 한다. 누군가를 맞춰주는 건 잘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맞추지 못 한다.

 

김훈 작가가 작명한 ‘숲으로 다리’. 물 위를 걷는 듯하다. - 고기은 제공
김훈 작가가 작명한 ‘숲으로 다리’. 물 위를 걷는 듯하다. - 고기은 제공

멀리서 바라볼 땐 호수는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숲으로 다리를 건널 때였다. 호수 위 다리를 걸으며 호수를 가까이서 보니 곳곳에 지저분한 것이 보였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가까이서 봐야 안다. 왜 나는 늘 이해받는 쪽이 아니라 이해해야 하는 쪽이었을까. 상처를 주는 쪽이 아닌 상처받는 쪽이었을까. 챙김 받는 쪽이 아닌 챙겨주는 쪽이었을까. 착해서였다. 착한 엄마. 착한 아빠. 착한 남편. 착한 아내. 착한 딸. 착한 아들. 착한 언니. 착한 오빠. 착한 친구. 타인에겐 착한 사람이면서 정작 나 자신에겐 착하지 못했다. 그래서 힘들었다. 마음이 힘들다는 신호를 무시하다보면 결국 몸이 탈이나고 만다. 자신을 챙기지 않고 착하게 사는 건 착한 게 아니다.

 

파로호는 화천군과 양구군에 걸쳐 있는 호수로 화천댐으로 인해 생긴 호수다. - 고기은 제공
파로호는 화천군과 양구군에 걸쳐 있는 호수로 화천댐으로 인해 생긴 호수다. - 고기은 제공

다시 속도를 내본다. 화천꺼먹다리 표지판이 보인다. 드디어 꺼먹다리에 도착했다. 꺼먹다리는 1945년에 화천댐과 발전소가 준공되면서 세워졌다. 교량상판이 검은색 콜타르 목재라서 꺼먹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전쟁 당시 포탄과 총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기도 한 다리다. 그런데 다리를 건너볼 수 없다. 노후화되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꼭 걸어보고 싶은 다리였는데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등록문화재 제110호로 지정된 꺼먹다리. 한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다리다. - 고기은 제공
등록문화재 제110호로 지정된 꺼먹다리. 한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다리다. - 고기은 제공

아쉬웠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많은 이들의 발길에 지칠대로 지쳤을 다리. 아무리 튼튼해 보이는 다리도 낡아지고 위태로울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더 위태로워지기 전에 내 마음에도 출입금지를 걸고 나를 챙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스톱!☜ 꿀팁 5큰술 


<①큰술> MTB 자전거 대여소 주소 : 강원 화천군 화천읍 하리
<②큰술> 자전거 대여료는 만원이다.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신분증이 없으면 대여할 수 없다. 신분증 확인이 끝나면 자전거와 함께 화천사랑상품권 5,000원 권을 환급해준다. 
<③큰술> 시원한 생수 한 통을 준비할 것. 이왕이면 꽝꽝 얼린 생수가 좋겠다.
<④큰술> 하절기 대여시간은 오전 9시 ~ 오후 3시 30분이며, 반납시간 오후 5시 50분까지다. 
<⑤큰술> 자전거 코스 : 자전거대여소 → 화천대교 → 미륵바위 → 숲으로 다리 → 꺼먹다리 → 미륵바위 → 화천대교 → 자전거대여소
*초보도 무난한 코스다. 2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사진을 찍고, 중간중간 쉬면서 돌아서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화천공영버스터미널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붕어섬 입구에 자전거 대여소가 보인다(왼쪽). 화천사랑상품권은 화천전통시장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오른쪽). - 고기은 제공
화천공영버스터미널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붕어섬 입구에 자전거 대여소가 보인다(왼쪽). 화천사랑상품권은 화천전통시장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오른쪽). - 고기은 제공

파로호 뷰레이크 타임, 못다 한 이야기 


‘착하게 살았는데 왜 아픈 걸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여정이었다. 내 마음이 불편하면서까지 착할 필요는 없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착한 마음 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나를 먼저 챙기자. 나에게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다. 파로호 뷰레이크 타임을 끝으로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분간 휴재를 한다. 관심 있게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더 좋은 글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다. 

※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 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 안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